정부 지원 불구 취업률 22%로 낮은 수준…노동조건도 열악해 미리 준비해야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탓에 일본·대만 등 해외로 취업하려는 대학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 또한 청년 취업률을 높이고자 올해 상반기부터 해외 취업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해외 구직자 10명 가운데 8명은 취업에 실패해 해외 취업률이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마련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이 10월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취업자 수는 2705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5000명 증가했다. 당초 32만 명으로 예상됐던 월별 취업자 수 증가폭이 18만 명으로 낮춰졌음에도 실제 수치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9월 들어 모처럼 취업자 수가 증가폭을 넓히며 마이너스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2월 10만4000명으로 급락한 뒤 5개월 연속 10만 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에는 취업자 증가 폭이 각각 5000명, 3000명에 그치면서 마이너스 성장에 임박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고용 부문에서 마이너스를 잠시 피했음에도 고용시장 회복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9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상승한 데는 전체 경제활동 인구가 13만7000명 늘었고, 취업자 증가 수를 제외한 실업자 수 역시 9만2000명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고용지표에 해외로 해외로…
이러한 고용지표 상황에 맞춰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대학생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10월11일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 취업에 지원한 서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해외 취업자 수는 총 5118명으로 전체 구직 등록 인원(2만2997명)의 22.3%에 그쳤다. 해외 취업자 수가 2014년 1670명에서 지난해 5000명을 넘어서는 등 최근 3년 동안 3배 이상 늘었지만, 취업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취업 국가별로는 지난해 일본이 1427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1079명), 싱가포르(505명), 호주(385명) 등 순이었다.
일본은 현재 20년 만에 청년 고용률이 90%를 넘어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취업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일본 취업을 장려하는 국내외 움직임이 늘면서 일본의 채용문도 덩달아 열릴 전망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대기업으로 이직하기 어렵다.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은 소위 의미 없는 직업으로 여겨진다”며 “해외 취업 자체는 의미 있지만 꼭 좋은 일자리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국내 미취업자들은 취업난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대학 졸업 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스펙을 쌓는 대신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여행지에서 여행과 일을 병행하며 부족한 경비를 충당하는 프로그램)’를 떠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기자가 만난 대학생 이아무개씨(25)는 대학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유학·이민 사이트에 가입했다. 그는 학교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이력서를 채울 자격증, 공모전 등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씨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날 계획이다. 그는 “한국에서 신입사원으로 취직하기 힘들다. 졸업 후에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취업 전선에 뛰어들 바엔 해외로 나가 경험을 더 쌓고 싶다”며 “워킹 홀리데이는 해외 경험을 쌓으면서 돈도 벌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취업하려면 영어가 필수로 여겨지는데, 현지 영어도 배우고 다양한 문화도 경험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박남기 교수는 “우리나라의 모든 취업난 발생의 근본 원인은 직업 시장의 양극화와 이원화에 있다. 일본·대만과 달리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체계가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며 “일본 등 일부 국가는 국가적으로 임금 체계를 유지시키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차가 크지 않다. 이로 인해 막상 해외로 취업한 후 실망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대학생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위해 일본에서 베트남·대만 등 동남아로 영역을 확대했고, 최근 중남미까지 범위를 넓혀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독려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의 역량이 부족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해외 취업 노동조건도 한국보다 열악해 청년들이 기대하는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대학생들 역량 부족도 해외 취업 걸림돌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상반기 조사한 해외 일자리 보고에 따르면, 최근 칠레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고용 불안이 높아졌고 멕시코는 외주·하청 노동 부문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국·호주·유럽 등 선진국은 실질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까다로운 비자 정책 등으로 취업 문턱 자체를 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 취업 전에 대학생들이 현지인들과 대등한 수준의 지식과 역량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 지역 대학일자리센터 관계자는 “구직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해외 취업을 위해선 언어능력 향상을 포함한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대다수 청년들이 원하는 제조업·IT업종 등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려면 현지인들과 직접 경쟁할 정도의 전문적 해당 분야 직무능력 등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남기 교수는 “정부가 저소득층 자녀를 비롯해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을 주면서 대학 진학을 시키고 있어 진학률이 굉장히 높다. 문제는 대학 졸업 후 대학생들이 실력 대비 직업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기초학력이나 윤리적 교육을 통해 대학생들이 갖춰야 할 역량 등을 철저히 길러줘야 취업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