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연구팀, 50년간 3개 매체 보도된 라면 기사 3823건 분석
국내에 라면이 판매된 지 55년이 흘렀다. 1963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된 라면은 한동안 서민의 배고픔을 달랬고, 각종 위문품의 대명사가 됐다. 이처럼 라면은 시대별 서민 생활의 단면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오세영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은 1963∼2012년 국내 3개 매체(동아일보ㆍ경향신문ㆍMBC)에 보도된 라면 관련 기사 3823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1960년대와 1970년대엔 국가의 분식 장려 정책에 따라 라면이 고영양 식품으로 인식됐다. 당시 라면은 굶주림을 해결하고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손쉬운 음식으로 환영받았다.
그러나 1880년대 이후부터 라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거셌다. 그 부정적인 인식에 기폭제 역할을 한 사건이 1989년 발생한 '우지라면' 사고다. 오 교수팀은 논문에서 “수년을 끈 재판 끝에 제조사 측의 무죄판결이 나기는 했지만, 그 사건은 소비자ㆍ제조사 모두에게 타격을 줬다”며 “계속 같은 방법을 고수하며 맛에 치우쳤던 제조사, 사건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터뜨린 검찰, 자극적 기사로 소비자를 흥분시킨 언론, 중심을 잡지 못하고 소비자를 혼동시킨 관련부처,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판단이 앞선 소비자가 만든 함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 번 자리 잡은 라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약 50년간 라면의 영양 관련 기사는 98%가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라면은 건강에 해롭다는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라면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전한 기사에선 지방ㆍ고열량으로 인한 비만, 높은 나트륨 함량, 궤양, 피부질환 등이 주로 거론됐다. 특히 나트륨(37%)ㆍ열량(27%)이 부각됐다.
한편, 3개 매체가 50년간 보도한 라면 관련 기사 3823건 중 사회면 기사는 모두 1571건으로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그 뒤를 생활문화면(875건)ㆍ경제면(487건)ㆍ(기타 355건)ㆍ국제면(321건)ㆍ정치면(214건)이 이었다. 라면을 다룬 사회면 기사 중에선 기부ㆍ봉사 관련 기사가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은 "라면이 이웃돕기ㆍ각종 위문품에 자주 이용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