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대사관] 세계 각국의 대사관 문을 두드려, 그들을 통해 한국을 들여다본다
‘지구촌’ 시대라곤 하지만 국경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전 세계 230여 개 국가가 어떤 곳인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반대로 그들도 우리를 잘 모릅니다. 다만 그 간극을 메워주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대사관입니다. 한국과 교역하는 국가는 190개, 그중 112개국이 우리나라에 공관을 설치했습니다. 두 나라에 정통한 대사의 시각에서 양국을 이해하면 어떨까요. 그 첫 시작은,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어쩐지 닮은 구석이 많은 나라, 스페인입니다.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고정 수식어가 있다. ‘정열’이다. 강렬한 플라멩코 선율에 맞춰 빨간색 긴 치마를 휘날리는 여인의 모습. 광장은 화려한 색채로 물들고 눈부신 햇빛을 머금은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나라.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특유의 열정으로 세계인을 매료시킨 스페인은 관광 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스페인관광청에 따르면, 2013년 4만3000여 명에 불과했던 스페인 관광객 규모는 지난해 44만여 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관광 이외에도 스페인을 눈여겨볼 만한 이유는 상당하다.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할뿐더러 정치적 상황도 닮아서다. 스페인의 경제 규모(GDP 기준)는 세계 13위다. 한국은 바로 앞 12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의 교역 규모는 47억 달러 수준이었다.
특히 기존 정권이 부정부패로 실각하게 된 상황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다. 집권당이었던 스페인 국민당이 대규모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마리아노 라호이 전 총리는 스페인 역사상 처음으로 중도 실각했다. 현재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사회당이 정권을 잡았다.
어지러운 정치 지형 속에서 경제도 위태롭다. 올해 상반기 기준 스페인의 실업률은 16%, 청년실업률은 40%대다. 2012년 한때 26%에 달하던 실업률이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수치다. 강도 높은 노동개혁 덕에 단기간에 실업률이 줄었으나 부작용도 만만찮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의 노동시장은 지나치게 탄력적이어서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자리에 불만족하는 이들이 많다”고 밝혔다. 그사이 청년들의 자조는 깊어졌다. 같은 자료에서, 스페인 청년의 68%가 해외 취업을 꿈꾼다고 했다. ‘헬조선’을 외치는 우리나라 청년들과 같은 처지다.
비슷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한국과 스페인. 양국이 서로의 처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점이 있을까. 한국과 스페인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주한 스페인 대사를 만나 그 해답을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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