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시비로 30차례 흉기 휘둘러…분노한 국민들 강력 처벌 촉구
끔찍한 살인극이 벌어졌다. 지난 10월14일 새벽 3시40분쯤 김성수(29)의 동생(27)은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건물 지하 PC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 온라인 게임에 열중했다. 약 3시간 뒤인 오전 7시33분쯤 형 김성수도 동생이 있는 PC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비어 있는 동생 옆자리에 앉아 아르바이트생인 신아무개씨(20)를 불렀다.
김씨는 “담배꽁초를 치우고 자리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씨는 김성수의 요구대로 담배꽁초를 치우고 자리를 정리해 줬다. 김씨는 청소 상태가 별로라며 자리 변경을 요청했다. 김씨는 계속해서 불만을 표출했고, 불친절하다며 카운터에서 “게임비 1000원을 환불해 달라. 사장 불러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가 “점장이 없어 마음대로 환불을 해 줄 수 없다”며 거절하자 실랑이가 벌어진다.
김씨는 “죽여버리겠다”며 욕설을 내뱉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김성수의 동생이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오전 7시38분쯤 112에 전화해 “손님이 닦아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일하는 사람이 인상을 팍 쓰면서 얘기해서 말싸움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어 4분 뒤 이번에는 신씨가 ‘PC방 업무 매뉴얼’에 따라 “손님이 욕설하고 행패를 부린다”며 112에 신고했다. 7시43분쯤 발산파출소 경찰관 2명이 PC방에 도착했다.
출동한 경찰관은 두 사람을 제지했다. 오전 8시쯤 경찰은 김씨 형제를 데리고 PC방에서 나왔다.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경찰은 형제를 돌려보낸 뒤 파출소로 복귀했다. 8시1분쯤 김성수와 경찰이 같이 걷다가 김성수 혼자 집 방향으로 가는 모습이 주변 CCTV에 찍혔다.
김씨는 PC방에서 300여m 떨어진 자신의 집에 가서 등산용 칼을 챙겨 다시 PC방으로 향했다. PC방 건물에 있던 동생은 도착한 형을 본 뒤 그를 따라 지하 1층으로 향했다. 김성수는 7분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신씨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신씨가 바닥에 넘어지자 집에서 가져온 칼을 휘둘렀다.
PC방을 나서던 손님 3명이 현장을 목격했다. 8시13분쯤 한 목격자가 “싸움 났다. 피가 난다. 빨리요”라며 112에 신고했다. 또 다른 목격자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곁에 있던 친구의 전화로 “칼을 들고 사람을 찌르고 있다. 빨리 오시면 된다”며 “지금 계속 찌르고 있으니까 빨리 와야 한다”고 출동을 재촉했다.
같은 시간 동생은 PC방으로 들어와 도움을 요청하고 다시 나갔다. 8시15분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테이저건을 쏴서 김성수를 체포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신씨는 사경을 헤매다가 오전 11시쯤 끝내 숨을 거뒀다.
담당 의사 피해자 상황 공개
신씨의 담당 의사였던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밝혔다. 남궁 교수에 따르면,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신씨는 더는 묻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손에 있었다. 상처는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고 한다. 의료진이 피범벅을 닦아내자 얼굴에만 칼자국이 30개 정도 보였다. 대부분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후방에 있었다. 칼자국은 총 32개였다.
남궁 교수는 “가해자는 이 칼을 정말 끝까지 넣을 각오로 찔렀다”며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 두피에 있는 상처는 두개골에 닿고 금방 멈췄으나 얼굴과 목 쪽의 상처는 푹 들어갔다. 귀는 얇으니 구멍이 뚫렸다. 양쪽 귀가 다 길게 뚫려 허공이 보였다. 목덜미에 있던 상처가 살이 많아 가장 깊었다”고 적었다.
손에 있던 상처 중 하나는 손가락을 끊었고, 또 하나는 두 번째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 사이로 들어갔다. 이것을 보고 신씨의 친구는 “손이 벌어져 모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병원에 온 지 20여 분 만에 심박이 느려졌고 첫 번째 심정지가 왔다.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통해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는 일시적인 것이었다. 병원 측은 신씨를 살리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의료진을 투입했다.
우선 출혈을 막기 위해 상처를 급하게 막았다. 하지만 신씨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심장이 느려지면 피가 멎었고, 다시 심장이 뛰면 모든 상처에서 피가 솟구쳤다. 상처가 너무 많아 어떤 혈관이 어떻게 상했는지 파악할 수도 없었다.
신씨는 짧은 시간에 혈액을 40개나 맞았다. 사방이 피바다였다. 의료진이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그의 심장은 멎었고 다시 뛰지 않았다. 결국 신씨는 병원에 온 지 3시간 만에 사망했다. 모델 지망생이었던 신씨, 그는 이렇게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사건 당일이 PC방 아르바이트 마지막이었고, 다음 날에는 새로운 직장에 출근할 예정이었다.
김성수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며 진단서를 제출했다. ‘심신미약’으로 형량을 줄여보겠다는 속셈이다. 김씨가 심신미약을 내세우고, 남궁인 교수가 피해자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자 여론은 공분했다.
10월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 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고, 6일 만에 참여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청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성난 국민 여론이 김성수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자 경찰은 10월22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씨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김성수는 이날 오전 정신감정을 위해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옮기며 취재진에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경찰서를 나서며 어눌하고 무기력한 목소리로 “제가 잘못했다. 죗값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자들이 범행동기를 묻자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씨는 충남 공주의 치료감호소에서 최대 1개월 정도 정신감정을 받게 된다.
분노한 국민청원 100만 명 돌파
현장에 있던 김성수 동생의 범행 가담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그는 형 김씨가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신씨의 양쪽 팔을 잡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동생이 피해자의 팔을 뒤에서 붙잡은 사이 형이 칼로 찔렀다”는 목격담이 퍼졌다.
당초 경찰은 동생은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씨를 잡은 것은 말리려는 의도였다고 봤다. 둘 중 한 명을 우선 상대방에게서 떼어놓고 보려는 의도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이후 김성수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들자 동생은 김성수에게로 가 그를 말렸다고 했다.
동생이 칼을 든 형의 손을 붙잡으면 형은 다른 손으로 신씨를 폭행했다는 것이다. 또 동생이 주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 “신고해 달라”고 외치는 장면도 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도 국정감사에서 “CCTV 영상이나 목격자 및 피의자 진술, 또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할 때 피의자 동생을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생이 공범이라는 의문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피해자인 신씨의 아버지도 언론을 통해 “아들은 키 193cm에 체중 88kg나 되는 건장한 체격에 검도 유단자였다. 동생이 없었다면 아무리 칼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제압하거나 도망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생이 없었더라면 체격이 좋았던 신씨가 김씨를 제압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공범 의문을 강하게 제기한 것이다.
이래저래 경찰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최초 출동 당시 너무 무사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동생에 대한 보강 수사에 나섰다. 동생 김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CCTV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사설 기관 등 2곳에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동생이 범행을 공모나 방조했는지가 핵심이다.
이에 대해 김성수는 “동생은 공범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그의 어머니는 언론을 통해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죗값을 받을 텐데, 안 한 일까지 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공범 의문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 김성수는 왜 이런 끔찍한 살인극을 벌인 것일까. 범행 동기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씨는 경찰에서 “불친절해서 홧김에 그랬다”고 했으나 PC방 관계자나 현장 목격자들은 “그럴 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불친절을 이유로 일으킨 살인 사건치고는 너무 잔혹하기 때문이다.
범죄 전문가들은 김씨에게 일종의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수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별다른 직업에 종사하지 않고 있다. 그의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평범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기억했다. 학교에 다닐 때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조용한 성격이 ‘무시 받는다’는 생각이 들면서 분노로 폭발해 생긴 범행일 수 있다.
김성수의 분노가 일으킨 범행은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현재 PC방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은 국화꽃이 수북이 쌓였다. 피해자의 안타까운 죽음에 시민들의 추모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연관기사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