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동거생활 …헤어진데 앙심 품고 범행 저지르고 자살 한 듯
일가족 4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신아무개(36)씨가 피해자 중 손녀인 조아무개(33)씨와 동거를 하는 등 사실혼 관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씨는 지난 24일 오후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조씨와 조씨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이다. 신씨는 범행 후 집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신씨가 24일 오후 4시 12분께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고 큰 가방을 든 채 아파트로 들어오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신씨가 예전에도 이 아파트를 자주 드나 들었던 듯 입구를 통해 쉽게 들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신씨 침입 당시 집에는 조씨의 아버지가 있었으며, 이후 1~2시간 뒤 어머니와 할머니가 귀가했다. 조씨는 약 8시간 뒤인 25일 자정께 집에 도착한다.
부산·양산 등지서 1여년간 동거…경찰 “헤어진후 힘들어 했다” 유족 진술 확보
이들과 신씨는 모두 숨진 채 발견됐는데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친척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화장실과 거실에서 조씨 가족 4명을, 그리고 작은 방에서 신씨를 차례로 발견했다.
신씨는 당시 질소 가스를 연결한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쓴 모습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신씨가 25일 오전 9시 50분께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가 질소 가스통을 들고 다시 들어가는 아파트 CCTV 영상을 공개하며 신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범행 동기와 관련 '치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해 10월경 조씨와 함께 신씨 부모님 집에서 한 달간 동거했으며 이후 경남 양산에 전세방을 구해 올해 8월까지 조씨와 함께 살다가 헤어졌다.
경찰은 특히 용의자 신씨의 유족이 “조씨와 헤어진 뒤 신씨가 힘들어 했다”는 진술 등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신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뒤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경찰은 신씨가 컴퓨터로 아파트 주변 방범용 CCTV 위치를 확인하거나 전기충격기 사용방법 등을 검색한 사실, 그리고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둔기와 흉기를 포함해 56개의 증거 물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