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유한국당 대표 출마 고려 중인 오세훈 前 서울시장
복귀설·출마설 등 지난 몇 년 설(說)만 가득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행보가 점점 윤곽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복수의 언론을 통해 그는 자유한국당 입당과 향후 당권 도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약체화된 야당 현실을 지적하며, 그 어느 때보다 보수대통합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한다. 보수 단일대오를 위해선 바른미래당은 물론, 그 어떤 세력도 무조건적으로 배제해선 안 된다고도 주장한다.
10월24일 오후, 고려대학교 미래융합기술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2015년부터 강단에 서고 있는 오 전 시장은 정계에서 한발 떨어져 지내는 기간 동안 느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답답함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인터뷰 당일,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대상에, 전임인 오 전 시장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비롯해 자유한국당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 및 문재인 정부 정책, 후임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에 대한 그의 생각을 두루 들었다.
오늘(10월23일) 정의당이 시장 재직 시절 SH공사 직원 친인척 채용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공사 내 일체의 친인척이 취업을 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노조에서 조직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국면을 이용해 바람직하지 않은 취업 행태를 보인 데 경종을 울리자는 거다. 내 임기 5년간 7건 정도 직원 친인척 채용이 있었다고도 주장하는데, 노조의 도덕적 해이에 초점을 두고 노조 기득권의 대물림이 보편적으로 이뤄졌는지 따져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게 지금 여론의 향방이다. 이런 식으로 물타기를 하면 국민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태극기 부대’ 무조건 배제해선 안 돼”
자유한국당 입당을 고려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정식으로 영입 제안한 게 계기였다고 보도되는데, 그분과는 그간 계속 대화를 해 왔던 사이다. 그보다도, 지금 문재인 정부가 굉장히 독주하고 있다. 세력 균형이 완전히 깨져 있다. 통계로 분명히 나타나는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행태를 보며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그 원인을 사분오열된 야당 진영의 약체화로 봤다. 어떻게 하면 야당이 단합해 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에 있다.”
보수대통합이 실제로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바른미래당은 현재 반대 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는데.
“총선이 아직 1년 반 남았다. 지금 당 대 당 통합이 현실화될 동력은 크지 않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한지 얼마 안 돼 더욱 그렇다. 그러나 보수가 단일대오로 가야 한다는 정치적 당위성에 대해 지금부터 꾸준히 언급함으로써 국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비대위 체제에서의 한국당 혁신 작업을 어떻게 평가하나.
“탄핵 이후 보수정당은 완전히 힘을 잃었다.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끊임없는 몸부림을 보여줘야 할 처지가 됐다. 지금도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 중에 있다. 지금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비로소 제대로 된 1차 수술을 시작한 것이라고 본다. 향후 전당대회를 치르고 새로운 대표체제가 들어서게 되면 정말 시험대에 올라 본격적인 2차 수술을 하게 될 것이다.”
당에 매우 중요한 시기를 책임질 차기 당 대표 자리에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나.
“고민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지금 당헌당규 개정을 포함해 전반적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고 본다면, 과연 내가 그다음에 들어가 보수 재건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당내 비대위 체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당 밖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중이다.”
함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전 총리,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황 전 총리는 관료로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면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홍 전 대표의 경우, 물론 당에서 ‘다음 전당대회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홍 전 대표는 직전 대표였고 지방선거 대패 후 책임지고 물러난 분인데, 바로 그 다음 전당대회에 다시 나오는 게 국민적 눈높이에서 조금 어색하게 보일 순 있을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엄중한 민심 반영된 결과’라고 말한 바 있다. 탄핵 자체에 대해선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탄핵은 헌법기관인 국회의 의결과 헌법재판소의 법리적 판단을 거쳤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건 간단히 말해 공과 사의 구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게 주원인이 돼 정치인 박근혜가 현 상황에 놓이게 됐다. 박근혜의 공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는 현재든 후대든 정치적으로 해석될 일이다. 다만 사적인 관리를 못한 부분에 대해선 법논리를 떠나 비판을 받을 일이다. 모든 정권은 공과 과가 다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지난 보수 정권 9년의 단점만 극도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다시 제대로 공과 과를 따져봐야 하고, 그 공과는 사적인 책임에 대한 엄중함과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많다.”
최근 소위 ‘태극기 부대’를 당에서 포용해야 한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바른미래당에서 당장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는데 어떤 의미였는지 설명해 달라.
“태극기 부대라고 통칭되는, 문재인 정부 비판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로 출발한 건 분명 사실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의 여러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많이 가세했다.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분들을 계속 단일화된 개념으로 정의해 버리고 무조건 배제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존립 근거에도 어긋난다. 향후 이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뜻을 모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함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었다. 보수 단일대오라는 화두를 던짐으로써 생겨난 파생적인 이슈들이라 생각한다. 건전한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져 바른미래당과도 절충점을 찾았으면 한다.”
전임으로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7년 시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박 시장은 다소 도를 넘었다고 본다. 처음 시장이 됐을 때부터 시정을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전임자의 정책들을 줄줄이 취소하고 백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혹 자신의 철학이 너무 달라 도저히 이어갈 수 없는 정책들이었다면 그리 취소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도 아닌 것이, 2~3년 지나 취소했던 걸 하나씩 다시 시작하지 않았나. 백지화했던 게 오로지 전임자 부인하고 무시하기 위한 것이었구나 싶어 매우 실망스러웠다. 예를 들어 서울 시내 전역에 경전철 노선 7개 만들려고 추진하던 걸 박 시장은 취임 후 고민도 없이 전면 재검토를 발표했다. 그런데 2~3년 뒤 재선 앞두고 박 시장은 오히려 노선을 한두 개 추가해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동대문 DDP 사업도 내가 공사를 반 정도 진행하다 나왔는데, 박 시장이 처음에 또 재검토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내부적으로 반대가 많아 다시 진행했는데 결국 완공은 2년 늦어졌다. 지금 그 근처 의류상권 전부 살아나고 관광, 패션 업계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서울 시민 입장에선 몇 년을 손해 본 거다. 적어도 왜 늦어진 건지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지난 무더위에 옥탑방 가서 고생한 후 나와 ‘강북을 살려야 하는 걸 깨달았다’며 여러 사업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나. 시장 재임 7년 만에 그걸 깨달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오 전 시장이 가장 크게 반대하는 박 시장의 정책 중 하나가 부동산 정책이 아닌가 싶다.
“서울시 주택정책은 방향부터 잘못잡고 있다. 지금 강남 집값이 치솟는 게 큰 문제인데, 그 대안으로 경기도 의왕·과천 등 주변도시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내놓고 있다. 그곳에 집 짓는다고 서울의 집값이 떨어진다는 건 전혀 맥이 안 맞는 해법인데다, 향후 아파트 가격을 더 왜곡시킬 우려도 있다. 그럼 해법은 뭘까. 서울 시내 아파트를 공급해야만 한다. 그런데 서울엔 이제 개발할 수 있는 빈 땅이 없다. 유일한 방법은 재개발, 재건축뿐이다. 이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주택 지역을 허물고 재개발을 하는 것, 특히 뉴타운 식의 광역재개발을 통해 학교나 병원·공원 등 생활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거환경을 개선시키는 것. 이게 빈 땅 없는 서울시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인데 이를 무조건 반대하고 있는 거다.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다는 것만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 오래 전 지은 불량주택에 계속 살도록 하는 건 옳은 일인가. 유일한 해법을 배제하고 방법을 찾으려니 엉뚱한 대안만 내놓고 있는 거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집이 계속 부족하니까 집값 멈추지 않고 오르는 것 아닌가. 자꾸 재개발 재건축 투기세력 때문이라며 잘못된 원인 진단을 하니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있겠나.”
시장 시절부터 ‘반(反)포퓰리즘’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2011년 무상급식 반대가 대표적으로 기억되는데, 그때 결정에 후회 없나.
“그때 난 무상급식 한 가지로 투쟁한 건 아니었다. 당시 무상의료, 무상등록금 등 ‘무상 시리즈’를 민주당이 쏟아내던 때였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된다, 뭔가 기준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소득 하위 70%까지 양보했다. 뭘 해도 좋으니 상위 30%까지 주면 감당이 안 된다고 주장했던 거다. 그때 주민투표가 제대로 이뤄지고 기준선이 정해졌다면 지금처럼 함부로 무상 정책 못 했을 거다. 기준선을 설정할 절호의 찬스를 그들이 나쁜 투표라고 하며 걷어찬 것이다.”
“통계청장 교체 경악스러워”
이러한 시각으로 현 정부의 정책을 본다면.
“지난 1, 2분기 통계를 보면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유해졌다. 두 분기 연속 이렇게 나오니 통계청장을 바꾸지 않았나. 그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정부가 반성이 없구나 생각했다. 1년 반 동안 사정이 악화됐으면 경제정책 방향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데, 경제사령탑은 그대로 두고 통계청장을 바꾼 그 결정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한마디로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신뢰를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국민들은 각기 다른 통일관, 북한관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보인 모든 역사를 잊고, 북한이 착해진다고 하니 그저 믿자고 강요하는 모양새다. 북한에 대해 의심하고 견제하면 ‘반통일’ ‘반평화’ 세력이라고 치부한다. 최소한 정부가 ‘북한이 개과천선하겠다고 하니 우리 정부는 한번 믿고 북한을 정상국가로 견인해 보려 합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만큼은 경계를 풀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스탠스였다면 야당이 지금처럼 불안해하거나 비판하진 않았을 거다.”
국회 국정감사 기간이다. 이 같은 정부의 여러 정책들에 대한 야당의 날카로운 지적이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각 상임위에서 정부가 기존의 공약대로 양극화 해소를 제대로 실현시키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게 필요했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기득권 척결하겠다는 게 이 정부의 존재 이유 아니었나. 그러나 지난 1년6개월은 단연 노조의 기득권만 강화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밝혀진 친인척 고용 비리뿐만이 아니라 오로지 노조, 특히 대기업, 공공기업, 정규직 노조를 위한 정권이었다. 어려운 사람을 위한다 했던 이 정부가 정말 그 방향대로 잘 가고 있는지, 아니면 역주행하고 있는지 전 상임위에서 전체적으로 짚어보는 국감이 돼야 했는데 그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