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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P "바닷속 플라스틱은 독성 시한폭탄"···프란치스코 교황, 플라스틱에 작별

 

※ ‘[기획] 플라스틱 지구’ 지난 기사 

[플라스틱 지구①] 인구 20만 '쓰레기 섬' GPGP

//yongshu668.com/journal/article/176598

[플라스틱 지구②] 인류 위협하는 ‘마이크로비즈’

//yongshu668.com/journal/article/176817

[플라스틱 지구③] 두 여자의 '플라스틱 쓰레기 제로' 도전기

//yongshu668.com/journal/article/177183

 

 

[편집자 주]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 수심 1만898m에서 발견한 것은 뜬금없게도 비닐봉지입니다. 또 인간의 손을 타지 않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무인도는 30년 후 세계 최대 쓰레기장이 됐습니다. 수만 년 전의 무공해 공기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남극의 눈에서 검출한 것은 유해 화학물질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플라스틱입니다. 세계적으로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갑니다. 세계 바다에 떠도는 플라스틱 조각은 약 5조 개에 이릅니다. 해류가 순환하는 곳에는 아예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생깁니다. 태평양에는 플라스틱 1조8000억 개로 형성된 쓰레기 섬이 있습니다. 크기가 남한 면적의 15배입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오염됐고, 웬만한 나라보다 큰 플라스틱 섬까지 생겼으니 가히 '플라스틱 지구'라고 부를 만합니다. 시사저널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 '플라스틱 지구'를 고발하는 탐사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그 4번째 편으로, 세계 각국과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으로 흘러들면서 플라스틱 조각을 먹은 각종 해양 생물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디자인=고정희)

 

7월부터 게재한 '플라스틱 지구' 연재 기사가 3편까지 이어지자 여러 격려와 함께 제보가 들어왔다. 그 가운데 의외였던 내용은 치과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기구에 대한 것이었다. 위생상 의료용 기구는 일회용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의료용 기구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제보였기 때문이다. 치과기공소를 운영하는 조아무개씨는 치과용으로 사용하는 의료기기 중에 일회용 플라스틱이 많다고 했다. 조씨는 "보철물을 제작하기 위해 치아를 본뜰 때 사용하는 바이트 트레이(bite tray)가 있는데, 과거에는 금속 재질이었으나 요즘 상당 제품이 일회용 플라스틱"이라며 "그나마 중국, 파키스탄 등지에서 수입하는 저가 제품인 데다 재활용 플라스틱이라서 인체에 유해할 것 같다"고 밝혔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바이트 트레이(치아 본 뜨는 기구)가 하루 수십만 개씩 버려진다. (치과기공사 제공)

 

바이트 트레이는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끼워 물고 치아 모양을 본뜨는 기구다.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비스페놀A)은 불임, 면역력 저하, 혈관 질환의 유발과 무관하지 않다. 조씨에 따르면, 치과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바이트 트레이는 하루 20~100개에 이른다. 본뜨는 작업의 실패율도 30~50%여서 추가로 사용하는 바이트 트레이도 상당수에 이른다. 조씨는 "하루에 치과 한곳에서 바이트 트레이를 10개씩만 버려도 전국에 2만 개 치과가 있으므로 20만 개가 버려지는 셈"이라며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체품이 있는데도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플라스틱에 대한 사람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편리를 위해 플라스틱을 만들었던 인류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파묻힐 지경이기 때문이다. 작게는 마을 단위부터 크게는 국가 규모의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붐이 시작됐다. 

 

 

업사이클로 '쓰레기 제로' 실천하는 마을 

 

일본 도쿠시마현에 가미카쓰(Kamikatsu)라는 마을이 있다. 숲이 우거진 산골짜기에 있는 그곳은 주민이 1600명밖에 살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그 마을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환경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 주민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공기, 물, 흙을 물려주기 위해 고민하다 2003년 쓰레기를 줄이기로 하고, 가정마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였다. 그래도 사람이 살다 보면 쓰레기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생활 쓰레기를 금속 캔, 페트병, 종이팩 등 무려 34개의 항목으로 분리해서 처리한다. 페트병도 뚜껑, 병, 라벨 등으로 세밀하게 나누는 것이다. 

 

빈 병 분리수거 등으로 쓰레기 없는 마을을 만들어 가는 일본 가미카쓰 마을. (Youtube 화면 캡처)

 

그 마을에서 나온 쓰레기의 80%는 재활용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100% 퇴비로 만들어 활용한다. 중고품은 돌려쓰고, 폐품으로는 옷이나 모자 등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 쓴다. 단순히 재사용하는 것을 리사이클(recycle)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재활용품에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업사이클(upcycle)이라고 한다. 

 

15년 동안 그 마을에서 버리는 쓰레기는 거의 사라졌다. 이 때문에 쓰레기 차량도 필요없게 됐다. 주민들은 2020년까지 소각할 쓰레기가 없는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이른바 쓰레기 소각 제로(0)를 실천하기 위해 2010년 주민들은 마을의 쓰레기 소각장을 없앴다.  

 

플라스틱 사용이 시골보다 많은 도시에서도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태국 치앙마이는 오래전부터 흥미로운 스마트폰 앱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물 리필(Water Refill)'이라는 이 앱은 자신의 위치에서 가까운 음수대나 수도 등 무료로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알려준다. 물을 마시기 위해 생수를 사면 그만큼 많은 페트병 쓰레기가 생기므로, 이를 줄이려는 목적에서 만든 앱이다. 

 

태국 치앙마이는 자신의 위치에서 가까운 음수대나 수도 등 무료로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앱(Water Refill)을 배포했다. (thailandclimbing)

 

플라스틱이 없으면 제품을 만들어 팔기 어려운 기업도 최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노력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커피 전문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세계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기로 했다. 이른바 '안티 플라스틱 캠페인'에 맥도날드와 네슬레 등 참여 기업이 늘고 있다. 영국 소매업 체인인 아이슬란드는 자사의 모든 제품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영국, 독일, 캐나다, 미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도시에는 쓰레기 없는 슈퍼마켓이 생기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비즈 금지법 통과 등 세계 각국 동참

 

개인·마을·기업이 자율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가운데, 국가는 법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2015년 마이크로비즈(미세 플라스틱)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캐나다, 대만, 영국, 호주 정부가 해당 법안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는 마이크로비즈를 '독성 물질' 목록에 추가하며 규제 법안을 현실화하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하루 5억 개의 플라스틱 빨대를 소비하는 등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에서도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주(州)와 도시가 생기고 있다. 시애틀은 7월 미국 도시 중 최초로 모든 식당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 포크, 접시를 퇴출했다. 캘리포니아는 최근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첫 번째 주가 됐다. 이미 캘리포니아는 2014년 식품과 주류 매장, 약국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2015년에는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 판매를 2020년부터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이 밖에 플로리다, 뉴저지, 뉴욕,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 등 여러 주와 도시도 플라스틱 봉지나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거나 통과시킨 상태다. 

 

EU(유럽연합)는 5월 플라스틱 빨대나 그릇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2021년까지 퇴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4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면봉을 이르면 내년부터 금지하겠다고 밝히며 기업들에도 '플라스틱 제로'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플라스틱 컵과 접시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다. 벨기에는 일회용 면도기에 세금을 부과하고, 덴마크는 플라스틱 음료 용기뿐만 아니라 금속 캔 사용도 금지했다. 독일은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시 환경부담금을 부과했다. 

 

일본은 2000년부터 플라스틱 재활용을 의무화했다. 중국은 2002년부터 스티로폼 용기 사용을 금지했고, 2008년 정부가 구입하는 모든 제품은 친환경 제품으로 제한했다. 이밖에 뉴질랜드는 내년부터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케냐는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데, 비닐봉지를 사용하다 적발 시 최대 3만9000달러의 벌금이나 4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한국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고, 재활용률도 기존 34%에서 7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8월 카페 등 매장에서 플라스틱 컵 사용을 금지했다. 또 환경부는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비닐봉지 사용량을 35% 줄이는 목표도 세웠다. 

 

인천시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사거리에서 이 지역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구의 날(4월22일)'을 맞아 플라스틱 제품 사용 자제를 호소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바닷속 플라스틱을 ‘독성 시한폭탄’으로 명명하며 각국에 마이크로비즈 사용 중지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또 UN은 6월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플라스틱 퇴치'를 선언했고, UNEP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3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호놀룰루 헌장’을 채택했다. 전 세계에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플라스틱 투기를 줄이자는 취지다. 

 

세계 각국의 노력에 교황도 힘을 보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월1일 플라스틱에 작별을 고했다. 교황은 “바다와 바다가 품고 있는 모든 생물은 신이 내려준 놀라운 선물”이라며 “우리의 바다와 대양을 플라스틱 부유물이 한없이 떠다니는 쓰레기장이 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타인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며 “플라스틱 쓰레기로부터 바다와 해양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즉시 행동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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