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투자 결정권 가진 대기업 총수 방북…‘세대 교체’ 흐름도
9월18일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제 협력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아직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효한데다 북한 투자 리스크를 우려하는 기류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이번 방북 명단에 재계 총수들과 경제단체 대표들이 상당수 포함되면서 사흘간의 짧은 일정동안 경협의 물꼬를 어떻게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역시 경제계 인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 온 '한반도 신경제구상' 또한 앞당겨 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및 전문경영인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동행키로 하면서 남북경협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들은 TF를 비상체제를 가동하는 등 준비 작업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첫 평양행, 구광모 첫 대외 행보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이 첫 평양행이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는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평양을 방문했다. 삼성 총수가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명단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평양에서 TV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대북사업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개성공단 내 협력사들이 생산한 제품을 납품받았던 삼성물산(옛 제일모직)도 공단이 정상화될 경우 사업 수행이 가능한 계열사로 꼽힌다.
최태원 SK 회장은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방북이다. 북한의 건설과 통신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점에서 SK텔레콤과 SK건설의 사업 참여 가능성도 점쳐진다. ‘젊은 총수’인 구광모 LG 회장은 수행원 중 최연소다. 세대교체 이후 사실상의 대외 행보를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시작하게 돼 주목받고 있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평양을 방문한 전례가 있었다. LG는 통신과 광물, 전자 등에서 남북협력 가능성이 기대된다. LG전자 역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북한에서 위탁가공 형태로 TV를 생산한 전력이 있다.
현대차는 김용환 부회장이 방북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다. 1998년에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소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고, 2007년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북한을 방문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대째 방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 부회장의 해외 일정으로 인해 불발됐다.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 기업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이번 방북단 명단에 포함됐다. 현대그룹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과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지난 2000년 확보한 북한 내 통신·철도·관광과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7개 사업권과 관련 북측 등과의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이 명단에 포함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남북경협 재개 시 북한 인프라 구축과 제철소 재건, 철강과 자원개발 투자 참여 등을 위해 그룹 내 남북경협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정도로 대북사업에 적극적이다.
남북경협 관련 경제계 인사도 대거 동행한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협회장 등 남북협력사업 관련 기업 대표도 함께 한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개성공단 조기 가동과 중소기업 주도 경협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조기가동을 비롯해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경협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경제계 인사 규모, 2차 정상회담과 동일
이번 3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포함된 경제계 인사(17명) 규모는 2000년 1차 정상회담(7명)에 비해선 크게 늘었다. 2007년 2차 정상회담(17명)과 같은 규모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1차 남북 정상회담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길승 SK그룹 회장,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등이, 경제단체에선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 이원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부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열린 2차 정상회담의 경우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대기업 대표 6명과 김기문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회장 등 경제계 인사 17명이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