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디프랜드의 ‘갑질’…약속한 스톡옵션 성격의 BW는 ‘나 몰라라’

 

미국 실리콘밸리가 세계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것은 스톡옵션제도 때문이다. 그런데 스톡옵션과 같은 보너스 기준을 회사가 마음대로 바꾸면 어떨까. 당연히 직원은 청천벽력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런 논란을 만드는 기업이 있을까. 바로 헬스케어 전문기업 ‘바디프랜드’ 이야기다. 현재 이 회사에서는 스톡옵션 성격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설립 초기 외부에서 인재들을 끌어모은 뒤 BW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2012년 회사는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의 BW 투자 시 받은 워런트(일정 수의 보통주를 일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한) 중 50%(81만9680주)를 회삿돈으로 사서 임직원 57명에게 나눠줬다. 임원급은 3만 주(당시 3000주, 이후 5분의 1 액면분할과 100% 무상증자를 거쳐 10배수인 3만 주가 됨, 이하 동일), 팀장급은 2만~1만5000주를 받았다. 워런트를 부여하는 계약 체결 당시 작성한 계약서는 회사만 갖고 있을 뿐 사본은 직원들에게 주지 않았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5년, 몇몇 직원은 회사에 ‘보유하고 있는 BW를 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회사는 권리 행사를 방해했으며 그 과정에서 ‘너 회사 그만 다니고 싶냐’는 폭언을 했다는 게 전·현직 직원들의 설명이다. 바디프랜드는 현재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고 BW를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해당 직원들은 분명히 계약서를 썼다고 주장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도곡타워 ⓒ 시사저널 고성준

 

바디프랜드 “직원에게 BW 준 적 없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파악한 자료를 보면, 임직원 명의의 BW는 분명히 있다. 2013년 12월 일본계 투자회사 SBI 사모펀드와 맺은 우선주 투자계약서에는 미래에셋좋은기업투자조합3호가 전체 BW의 절반인 8만1968개, 나머지 반은 임직원 52명이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 박아무개 사장이 보유한 BW 수는 3000개(추후 3만 주로 늘어남)다. 가장 적게 갖고 있는 사람은 BW 1000개(1만 주)다. 행사가는 주당 1만5250원이다. 발행일은 2013년 7월26일이며, 2018년 7월25일을 만기시점으로 정했다. 

 

그런데 또 다른 자료와 비교하면 내용이 많이 다르다. 시사저널은 이 회사가 국내 모 금융사에 제출한 자료를 최근 입수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4만9680주, 조아무개 전 대표이사는 15만 주를 갖고 있다. 조씨는 2013년 작성된 명단에는 없는 인물이다. 조씨는 박 대표가 취임하기 전 대표이사로 재직한 인물로, 대주주인 강아무개 본부장의 장모로 알려져 있다. 윤아무개씨를 비롯해 37명의 직원이 보유한 BW 수는 55만 주로 돼 있다. 이외에도 여러 인물들이 2013년과는 다르게 BW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 설명대로라면 두 금융기관에 바디프랜드가 제출한 이 서류는 허위문서다. 정의당 소속 최강연 노무사는 “대법원 판례로 볼 때, 스톡옵션과 같은 보너스를 임금으로 보긴 힘들지만, 회사와 직원이 서로 합의하에 계약을 맺은 만큼 사측의 일방적인 약속불이행은 부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직원이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피해액을 물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맨 왼쪽)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 보유 규모가 기록된 문건


 

소프트웨어 피해액, 직원 3명이 지불하라고?

 

바디프랜드는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문제를 보이고 있다. 올해 발생한 불법 소프트웨어 관련 논란도 사내 소통 방식이 얼마나 비민주적인지를 보여준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달라는 직원의 요구에 “추가 할당(구매)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팀의 다른 계정으로 로그인해 프로그램 설치 후 크랙(Crack)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크랙은 상용 소프트웨어의 비밀을 풀어서 불법으로 복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던 회사는 올해 초 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부터 소프트웨어 불법 사용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받는다. 결국 바디프랜드는 해당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1억500만원을 변상하는 조건으로 문제를 마무리 지었다. 그런 다음 경영진은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직원들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폭언과 욕설을 하는 것도 모자라, 민·형사 소송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담당 팀장과 임원에게 시말서를 받았고 소프트웨어 구입비용 1억500만원을 이들 3명이 3년 안에 물어낸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 그게 올 3월에 벌어진 일이다. 

 

시사저널은 직원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각서를 최근 입수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어떤 소프트웨어가 필요한지 조사한 적이 있을 뿐, 이를 사달라고 요청받은 적은 없었다”며 “각서를 쓰는 데도 어떠한 강압은 없었고, 이는 순전히 자발적 행동이었다”고 해명했다. 

 

 

대표이사 피소, 연내 상장 가능할까  

 

바디프랜드는 올 하반기 IPO(기업공개) 최대어다. 올 초만 해도 관련 업계에서는 바디프랜드 상장시기를 10월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9월 중순 현재, 아무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바디프랜드는 여러 송사에 휘말려 있다. 교원에서 유사제품 ‘웰스 미니S 정수기’를 내자 바디프랜드는 “자가필터 교체형·직수형 정수기 시장을 개척하고 성과를 이뤄냈는데, 교원이 바디프랜드 생산공정 및 생산 노하우를 축적한 생산인력을 그대로 이용해 판매했다”며 소송을 냈다. 

 

올 2월 1심 재판부는 교원의 손을 들어줬다. 교원과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초 임직원들을 동원해 교원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도록 부추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교원)이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바디프랜드)의 먹거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이런 이유로 박아무개 대표이사 등 2명은 교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다. 대표이사 피소는 상장의 악재다. 현행법상 대표이사가 피소됐다는 이유만으로 기업공개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대상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상장 심사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상장 심사할 때 투자자 보호나 공익에 반하는 우려가 있으면 안 된다는 포괄적 조항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전체를 파악할 때 참고는 한다”고 말했다. 바디프랜드는 이에 대해 “현재 소송 중이라 공식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