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신뢰도 不動의 1위…열독률, 네이버 이어 2위
세계 유수의 유력 언론은 매년 주요 인사의 영향력을 평가한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사
(The 100 Most Influential People)’를, 경제잡지 ‘포춘’과 ‘포브스’는 ‘세계 위대한 리더 50인(The World’s 50 Greatest Leaders)’과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인물(The World’s Most Powerful People)’을 조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가 대표적이다. 이 조사는 시사저널이 창간된 1989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다. 이 조사를 보면 지난 29년간 한국 사회가 어떤 질곡을 거쳤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올해 역시도 시사저널은 전문가 1000명에게 지금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지 물었다. 조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내 최고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에 맡겼다.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는 여전히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탄핵정국과 장미 대선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최근 국내외 여러 곳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2인3각 경기처럼 호흡을 맞춰야 할 정책 부처는 혼선을 거듭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가 ‘기대’였다면 올해 ‘실망’으로 돌아선 의견도 있다.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2018년 지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인물이 맞을까. 한 페이지를 넘겨보면 그 답이 나온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독주가 거침없다. 이제 7년 차에 접어든 JTBC가 전통을 자랑하는 유력 언론매체들을 따돌리며 쾌속질주를 펼치고 있다. 올해로 29회째인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매체 조사에서 JTBC는 영향력·신뢰도 부문에서 2위와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열독률 부문에서도 1위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2위에 올랐다.
다소 조정 국면에 접어든 분위기다. JTBC는 지난해 조사에서 영향력·신뢰도·열독률 ‘3관왕’을 차지했다. 그때와 비교한다면 3부문 모두 지목률이 떨어졌다. 반면 다른 분석도 가능하다. JTBC의 질주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보여준 활약상으로 인해 ‘한 해 반짝’ 했던 게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JTBC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영향력) 부문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차지했다. 지목률은 50.4%로 지난해(57.7%)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2위 KBS(27.7%)와 3위 네이버(25.7%)를 두 배 가까운 격차로 따돌렸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언론매체’(신뢰도) 부문에서는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목률은 43.9%로 지난해(55.8%)에 비해 다소 조정이 있었지만, 역시 2위 KBS(14%)와 3위 한겨레신문(13.1%)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반등 기회 못 잡은 지상파 3사
‘가장 열독하는 언론매체’(열독률) 부문의 경우 언론시장에서 ‘공룡’으로 자리 잡은 1위 네이버(29%)에 3.4%포인트 뒤진 25.6%의 지목률로 2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JTBC가 37.3%의 지목률로 네이버(33.4%)를 따돌리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었다.
하락 추세에 있던 지상파 3사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KBS와 MBC에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섰지만 아직까지는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BS 역시 이렇다 할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KBS는 영향력 부문에서 올해도 2위를 지켰지만 지목률은 떨어졌다. 신뢰도 부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와 같은 2위에 올랐지만 지목률은 역시 낮아졌다. 열독률은 순위가 3계단이나 내려갔다. 지난해 3위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6위에 머물렀다. 3년간 지목률 변화를 살펴보면 영향력(45.9→31.1→27.7%), 신뢰도(26.6→18→14%), 열독률(15.8→12.2→8.4%) 세 부문 모두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MBC는 영향력 부문에서 한 계단 올라선 5위를 차지했다. 신뢰도 부문에서도 8위에서 7위로 한 단계 올랐다. 반면 열독률은 지난해 10위에서 두 계단 내려가 12위로 떨어졌다. 열독률을 제외하면 소폭 상승세를 보였지만 3년간 지목률 변화를 살펴보면 영향력(14.9→7.9→10.8%), 신뢰도(10.3→5.8→7.1%), 열독률(7→3.8→3.4%) 세 부문 모두 2년 전과 큰 차이를 보인다. SBS는 영향력이 9위(4.6%)에서 7위(6.9%)로 두 계단 올랐고, 신뢰도는 9위(3.8→4.3%)에서 순위가 바뀌지 않았다. 열독률은 올해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탄핵 정국 이후 JTBC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고정된 채널은 쉽게 돌아가지 않는 속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KBS와 MBC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오랜 기간 무너져내린 신뢰를 되찾기에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며 “진정성이 전달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다음카카오 상승세
신문사 중에는 보수 성향의 조선일보와 진보 성향의 한겨레신문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순위와 지목률이 하락했다. 조선일보는 영향력 부문에서 4위 자리를 지켰지만 지목률은 22.2%에서 19.1%로 떨어졌다. 신뢰도는 5위(9%)에서 6위(7.2%), 열독률은 4위(11.2%)에서 5위(11.5%)로 내려갔다.
한겨레신문은 영향력이 5위(8.4%)에서 6위(7.9%)로 한 계단 떨어졌다. 신뢰도는 3위(13.1%)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지목률(13.2%)을 넘지 못했다. 열독률은 6위(9.8%)에서 4위(12.2%)로 두 계단 올라섰다. 경향신문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우선 영향력 부문에서 10위권에 진입했다. 지목률 3%로 10위에 올랐다. 신뢰도는 6위(7.9%)에서 4위(10.1%)로 두 계단 올라섰다. 열독률은 7위를 유지했는데, 지목률은 지난해(6.1%)보다 2.1%포인트 오른 8.2%를 기록했다.
포털사이트의 경우 네이버가 다소 주춤한 반면 다음카카오가 선전(善戰)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열독률 부문에서 1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지목률은 33.4%에서 29%로 오히려 떨어졌다. 신뢰도는 4위(10.5%)에서 5위(7.4%)로 내려갔다. 영향력은 3위를 유지했는데, 지목률이 22.5%에서 25.7%로 올랐다. 다음카카오는 열독률이 5위(9.9%)에서 3위(14.2%)로 뛰어올랐다. 영향력도 10위(4.5%)에서 8위(6.3%)로 두 계단 올라섰다. 신뢰도는 10위를 유지했는데, 지목률이 2.5%에서 3%로 다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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