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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발사장 폐기는 그저 고정식 발사대 없앤다는 뜻…핵물질 신고 조치가 필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쏠 수 있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영구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9월 평양 공동선언’에 비핵화의 이행방안 중 하나로 명시된 내용이다. 이는 그러나 실속 없는 조치란 비판이 이어졌다.  9월19일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공개된 평양 공동선언의 5조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 추진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항으로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는 문구가 적혔다.  
평양공동선언문이 발표된 1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훈련 중이던 K-55 자주포들이 포구 잠금쇠로 포신을 고정시킨 채 대기하고 있다. 남북은 이날 '판문점선언(4·27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교환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훈련을 중단하며,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의 포병 사격 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전문가 참관 하에 동창리 발사장 영구 폐기하겠다”

 동창리 발사장은 북한 미사일 전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으로 통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7월23일 위성사진을 분석해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 폐기를 시작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후 8월7일엔 “추가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이번에 남북 정상은 아예 폐기 작업에 유관국 전문가를 부르기로 합의했다.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할 때 북한이 전문가를 배제해 비판이 제기된 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그럼에도 동창리 발사장 폐기 선언을 두고 여전히 쓴소리가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9월19일 시사저널에 “모라토리엄(유예)에 불과한 선언”이라며 “북한이 대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의미 있는 조치일지 모르나, 비핵화라는 본질적 측면에서 보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차 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미 ICBM 개발 능력을 갖췄고,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미사일을 쏠 수 있다”며 “동창리 발사장 폐기는 그저 고정식 발사대를 없앤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진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면 핵시설을 모두 공개하고 핵물질을 신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논평을 통해 “북한이 확실하게 약속한 것은 동창리 발사장의 영구 폐기뿐”이라며 “이 같은 합의가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을 얼마나 만족시킬 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정작 ‘영변 핵시설’은 조건부 폐기 

 동창리 발사장 폐기는 1·2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12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모든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창리 발사장의 폐쇄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동창리 발사장은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ICBM용 ‘백두산 엔진’을 개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미사일 관련 연구시설들이 모여 있기도 하다. 북한은 2012년부터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모두 동창리 발사장에서 쏘아 올렸다. 한편 북한의 핵개발 능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영변 핵시설은 당장 폐쇄를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평양 공동선언 5조 2항은 ‘6·12 북·미 공동성명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핵시설 폐기 추진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미국의 후속대응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북한의 노림수로 풀이된다. 영변 핵시설엔 북한 최대의 원자력 연구소가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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