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란 밝은 달구경 하며 노는 날..."추석 물가 발표로 유교 예법 강요 말아야"
"추석에 제사를 꼭 지낼 필요는 없다. 전통이니까 제사를 꼭 지내야 한다면 개별적으로 하면 된다. 굳이 국가가 '추석 물가'를 발표하면서 유교 예법을 간접적으로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추석은 노는 날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추석을 조상에 예를 갖추는 날로 제한하는 것은 우리 풍습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유교 국가가 아니므로 추석 명절에 유교식으로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된다. 제사는 유교식 예법이다. 다른 종교도 나름대로 조상에 예를 표하는 방식이 있는데, 정부는 '추석 물가'를 발표해 유교식 예법을 간접적으로 강요하는 듯하다. 정부가 크리스마스에 케이크 가격을 발표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전통이니까 추석에 조상께 차례를 지내겠다면 개인적으로 지내면 된다는 게 황씨의 지론이다. 또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도 가정 형편에 맞게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정작 유교 예법에는 어떤 음식을 올리라고 지정한 적이 없다. 유교의 성경 격인 '주자가례'를 봐도 밤, 배, 조기, 시금치, 고사리 식으로 정하지 않았다. 포, 채, 과 이런 식으로 뭉뚱그려 놨을 뿐이다. 그 계절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을 차례상에 올리는 게 유교 예법이다. 사실 사과나 배는 추석에 나오기에는 이른 과일이다. 지금 흔한 과일은 포도나 복숭아인데, 이를 차례상에 올리지 말라는 것은 유교 예법 어느 곳에도 없다. 생선을 반드시 조기로 올리라는 법도 없다. 가정 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언제부터인가 추석은 '노동의 날'이 됐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 종일 전을 부치며 음식을 차렸고, 밤늦도록 설거지를 했다. 그러나 추석은 본래 추수를 앞두고 청량한 가을을 즐기는 '노는 날'이었다.
황씨는 "추석은 노는 날이다. 어릴 때 추석 명철의 추억을 더듬어봐도 짐작할 수 있다. 마을마다 사람들이 모여 달구경 나가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추석은 마을 단위의 작은 축제다. 추석은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달이 뜬다. 그래서 밤에 돌아다닐 수 없고 문밖출입을 못 했던 여성들이 추석에 달구경을 했던 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