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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지목률 3배로 급등…원수에서 친구가 된 독불장군들

세계 유수의 유력 언론은 매년 주요 인사의 영향력을 평가한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사
(The 100 Most Influential People)’를, 경제잡지 ‘포춘’과 ‘포브스’는 ‘세계 위대한 리더 50인(The World’s 50 Greatest Leaders)’과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인물(The World’s Most Powerful People)’을 조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가 대표적이다. 이 조사는 시사저널이 창간된 1989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다. 이 조사를 보면 지난 29년간 한국 사회가 어떤 질곡을 거쳤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올해 역시도 시사저널은 전문가 1000명에게 지금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지 물었다. 조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내 최고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에 맡겼다.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는 여전히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탄핵정국과 장미 대선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최근 국내외 여러 곳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2인3각 경기처럼 호흡을 맞춰야 할 정책 부처는 혼선을 거듭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가 ‘기대’였다면 올해 ‘실망’으로 돌아선 의견도 있다.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2018년 지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인물이 맞을까. 한 페이지를 넘겨보면 그 답이 나온다.


 

이변은 없었다. 한반도에서 미국 대통령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시사저널이 해마다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올해 가장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외국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위로 꼽혔다. 미국 대통령은 2003년부터 해마다 1위에 올라 그 영향력을 과시했다. 


국제 인물 조사의 전반적인 흐름도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로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국가의 정상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43.1%)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34.6%)이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이으며 순위에 큰 변동은 없었다. 눈길이 가는 인물은 1위를 기록한 트럼프 대통령과 3위를 기록한 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의 지목률은 지난해 11.3%에서 올해 34.6%로 3배가 훌쩍 뛰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 시사저널 미술팀

 

한반도 운명 손에 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은 전년과 비슷했지만 그 시선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응답률은 92.0%로, 전년(92.6%)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이미지는 180도 달라졌다. 대북 선제공격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전쟁의 기로에서 고민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1년 만에 평화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그사이 ‘로켓맨’이라 칭했던 김정은 위원장과 역사적인 첫 만남도 가졌다.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에 훈풍을 몰고 왔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을 것”(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좋고 환상적 관계(올해 8월30일)”라고 말할 정도다.


물론 평화로 가는 길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답보 상태다. 두 정상이 만난 이후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장거리미사일 발사대를 해체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비핵화 시간표와 종전선언을 둘러싼 기싸움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정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돌연 취소하더니 이번엔 북한이 가장 예민해하는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전히 선택지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 놓여 있다. 대화 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18일 평양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이어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성과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수는 올해 11월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압박 전략을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끌어올려 미국 내 회의적인 보수 여론의 불만을 환기시킬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끌려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고 외교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 속에 지난해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시진핑 주석의 지목률은 2년 연속 하향세를 보였다. 2016년 55.4%에서 2017년 52.2%, 2018년 43.1%로 크게 줄었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차이나 패싱’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 직면했다가, 연이은 북·중 정상회담으로 그나마 체면을 세웠다. 시 주석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 신(新)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마저 주춤하면서 대내외적인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XINHUA 연합· 한국공동사진기자단· EPA 연합

 

전 세계 무대 데뷔한 김정은

 

트럼프 대통령만큼 이미지가 달라진 이가 또 있다. 바로 김정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분노를 한 몸에 샀다. 그러나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전 세계 언론 앞에 선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거듭 밝히며 정상국가의 지도자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일정 가운데 호텔을 빠져나와 싱가포르 시내를 돌며 시민과 관광객을 보고 손을 흔드는 모습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시키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해체하면서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일련의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협상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미국 편에 설 수도 있다’는 사인을 보내면서 중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인 것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으로 하여금 대북제재를 완화하도록 유도해 북한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이게 만들었다. 중국의 제재 완화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데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이 북한에 자금과 물자를 지원해 북·미 관계를 손상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중국을 비난하는 이유다.

 

하지만 해묵은 과제도 김 위원장 앞에 놓여 있다. 북한의 최대 난제는 경제다. 30대의 김 위원장은 북한 경제를 성장시키고 주민 생활을 개선시키지 않으면 장기 집권이 위태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8조원 정도다. 미국의 1000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북한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광업과 제조업 생산이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마이너스 3.5%를 기록했다. 최근 종래에 없던 잦은 경제 시찰에는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데 대한 조바심이 엿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와 같이 4위에 올랐지만 지목률이 8.8%에서 6.5%로 하락했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일본의 역할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로 5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4%로 6위를 차지했다. 올해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해 대화를 이끌어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위에 새롭게 등장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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