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北 최신 미사일 우크라로 다량 발사 중…제재에도 계속 무기 개발해온 김정은
우크라이나군이 8월6일 이후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주에 진입해 한 달 넘게 전투를 이어가면서 전쟁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제한해온 서방의 족쇄가 조만간 풀릴 전망이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에 이어 이란에서 다량의 탄도미사일을 공급받아 앞으로 우크라이나 민간 지역에 대한 공격을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한전’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러시아는 병력도 크게 확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9월17일 브리핑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전날 러시아 정규 병력 규모를 18만 명 늘려 150만 명으로 확대할 것을 명령했다”고 했다.
공포의 ‘드래건 드론’ vs 이란·北 미사일
군사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이번 병력 증강으로 러시아는 미국과 인도를 제치고 현역 전투병력 규모 면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전투는 갈수록 격렬해지고 잔혹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전쟁을 러시아 영토로 확대하자 러시아군은 군수품 물류 중심지인 포크로우스크를 비롯한 요새화된 돈바스 전선에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밀고 밀리는 근접 전투 속에서 양측의 피해가 커지면서 잔혹행위도 벌어지고 있다. CNN은 9월6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선의 격전지인 포크로우스크에서 러시아군이 항복 의사를 나타낸 우크라이나 군인 3명을 즉결 처형했다고 보도했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CNN에 “개전 이후 러시아군의 포로 살해 사건이 28건 발생해 적어도 7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포로 사살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에 따르면 9월17일 현재 쿠르스크 전선과 돈바스 전선에서 어느 쪽도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공방전만 지속하고 있다.
9월7일에는 CNN이 우크라이나군 제60기계화여단의 드론이 러시아군이 잠복한 삼림 지역을 저공으로 비행하며 시뻘건 쇳물을 뿌리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이다. 시뻘건 물질은 알루미늄 분말에 산화제를 뿌려 만든 테르밋이라는 화합물이다. 섭씨 2200도의 고온으로 닿는 물질을 태우거나 녹일 수 있다. 테르밋 투하 드론은 입과 코로 불을 뿜는 전설의 용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드래건 드론’으로 불린다. 괴기스러운 모습에다 신체에 끔찍한 피해까지 줄 수 있어 전쟁터에서 공포를 부르기에 충분하다.
전쟁이 혼란해지는 상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뉴스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부 장관이 9월1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동반 방문했다는 사실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두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서방의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무기 사용 제한’을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블링컨 장관과 래미 장관은 이 요청을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즉각 화답했다. 사전에 조율된 대화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최대사거리 320km의 무기(에이태큼스)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해 왔지만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이날 젤렌스키는 두 장관에게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제시하려는 ‘승리 계획’으로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도록 외교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지속적으로 공격해 러시아를 협상장에 나오게 하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젤렌스키의 요청은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이 9월10일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제공 무기 사용제한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제한 해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율까지 마친 뒤 블링컨이 우크라이나로 향한 셈이다.
北, 고급기술 지원 약속받고 미사일 넘겼나
또 주목할 점은 북한·중국·이란의 대러시아 지원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다. 블링컨 장관은 9월10일 “이들의 러시아 전쟁 지원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은 구체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북한과 이란의 직접적인 무기 제공과 중국의 공작기계와 초소형 전자기기 공급 등 방위산업 지원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살상용 드론을 오랫동안 공급해온 이란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발사할 단거리 미사일을 제공했으며 여기에는 파스-360 미사일이 포함됐다고 확인했다. 파스-360은 사거리 30~120km의 전술 근거리 미사일이다. 수백 발에 이르는 이란산 탄도미사일의 러시아 공급으로 우크라이나의 인프라와 민간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블링컨은 “푸틴은 침략전쟁을 위해 점점 더 북한과 이란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실제 러시아는 올해 초부터 북한산 미사일을 우크라이나로 다량 발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유엔 제재를 받는 북한에서 만든 무기를 러시아가 도입해 사용하는 것을 비난했다. 최근엔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러시아에 보내 우크라이나를 무기 시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정황도 발견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8월18일 키이우로 발사한 미사일 파편을 영국의 전문단체가 분석한 결과 ‘올해 제조된’ 북한산 화성11호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드러났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재고가 아닌 새로 생산된 미사일을 러시아에 보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난 셈이다. NYT는 분쟁지구에서 사용된 재래식 무기·탄약 조사·분석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분쟁군비조사(CAR)’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 7~8월에도 우크라이나에 떨어진 여러 발의 화성11호 계열의 미사일 파편이 수거됐지만 제조 시기를 알려주는 부분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안보리 경제제재를 받아온 북한이 올해 제조한 신품을 포함한 전술미사일 다수를 러시아에 넘겼다는 사실은 크게 세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북한이 제재에도 미사일 등 공격용 무기 개발과 생산을 계속해 왔다는 사실이다. 둘째, 북한이 새로 개발·개량·제작한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러시아에 보내 추후 개량을 위한 성능 시험과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을 수 있다. 셋째, 우크라이나 침공 뒤 무기와 탄약이 부족한 러시아가 북한에 부품과 기술을 제공해 미사일 생산을 지원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제재를 받는 북한이 보유 자원을 총동원해 다수의 미사일을 제조해 보낼 정도로 러시아의 지원이나 ‘약속한 대가’가 상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가에는 신무기 개발이나 미사일 성능 개량 등과 관련한 러시아의 고급기술 지원이 포함됐을 공산이 크다. 세 가지 모두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물론 동북아시아에서도 북한 미사일의 위협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