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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문 연 의료기관↑ 경증환자는↓…추석, 큰 혼란 없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연말로 갈수록 더 위기”

추석 연휴인 1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인 1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응급의료 상황에 대한 정부와 의료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우려와 달리 큰 혼란은 없었다”고 판단했지만, 이번 명절 응급실을 지킨 의료진은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을 호소했다. 7개월이 넘어가는 격무로 정신적·육체적 한계에 다다른 의료진은 “추석 이후가 더 걱정”이라며 우려했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문을 연 의료기관 수는 지난해 대비 600개 늘고 응급실 방문 환자 수는 20% 줄었다. 다른 명절 연휴와 비교해 문 연 의료기관은 증가한 반면, 응급실 내원 환자는 경증 환자를 중심으로 감소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추석 연휴 기간에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환자 곁을 지킨 의사, 간호사, 약사, 의료기사 등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한 총리는 “이번 연휴 동안 응급실에 방문하는 환자, 특히 경증 환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나보다 더 아픈 이웃에게 응급실을 양보해준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문을 연 의료기관 수는 일평균 9781개소다. 이는 지난해 추석 기간 문 연 의료기관 수(5020개소)보다 약 95% 많다. 올해 설 연휴 기간(3666개소)과 비교하면 167% 많은 숫자다.

또 연휴 기간 전국 411곳의 응급실 중 3곳을 제외한 408곳이 연휴 기간 매일 24시간 운영됐다. 세종충남대병원은 14~15일에는 주간만 운영, 16일부터는 24시간 운영 중이다. 건국대 충주병원과 용인 명주병원은 추석 연휴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았지만 지역 내 의료원과 병·의원의 협조로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가 크게 줄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올 추석 연휴엔 하루 평균 1만6157명의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이는 작년 추석(2만6003명), 올해 설(2만3647명)보다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총 응급실 내원 환자 수로 보면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명), 올해 설(3만6996명)에 비해 약 20% 감소한 수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스크 터지고, 골절 생기고…응급의학 교수들도 한계”

그러나 의료계에선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시사저널에 ‘2024년 추석 명절 연휴 응급의료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며 향후 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추석 연휴 5일 중 3일은 당직 진료를 보며 응급실을 지켰다. ‘혼란이 없었다’는 정부의 평가에 대한 비판과 잇따른 ‘응급실 뺑뺑이’ 보도에 대한 유감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추석 명절 5일 연휴가 끝나가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일각에서 제기된 추석 응급의료 대란은 없었다’고 말했다”면서 “정부의 대책이 효과가 없었다고 하긴 어렵지만, 정부 대책만으로 추석 연휴의 응급의료 대란이 없었다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저를 비롯해 많은 응급의학 전문의들도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된 ‘추석 응급의료 붕괴설’, ‘추석에 1만 명의 환자가 진료를 못 받을 것이다’ 등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웠다”며 “오히려 과도한 추석 응급의료 위기설로 인해, 이후 마치 ‘응급의료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국민과 정부, 언론에서 생길까 매우 걱정된다”고 전했다.

의료공백 사태로 7개월째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의료진의 물리적 한계도 재차 강조됐다. 이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사람이다. 오랜 격무로 인해 허리 디스크가 터져 수술을 받는 선생님도, 골절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병가를 내는 선생님도 있다”면서 “점점 힘들어지는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연말로 갈수록 더욱 심해지지 않을까”라고 토로했다. 이어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응급의료에 대한 실질적 보상 인상, 민·형사상 법적 처벌 등과 같은 제도적 개선에 속도가 붙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응급실 뺑뺑이’ 사고 관련 보도로 인해 의료진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정상적인 응급의료체계가 작동하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아무 위해가 없는 사례, 심지어 적정한 이송 사례까지 의학적 사실 확인 없이 ‘응급실 뺑뺑이’라며 몰아가고 있다”면서 “심지어 119신고가 필요 없는 경증·비응급 환자까지 119구급대의 도움을 받아야만 응급실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구급활동에 필요없는 부담마저 더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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