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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원외‧0선’ 한계 딛고 당권 쥔 지 두 달…보수 유력 대권주자 발돋움
최근에도 尹과 ‘신경전’ 계속…‘운명공동체’로서 지지율은 동반 하락 중
韓, ‘반전 계기’ 만들려면?…“‘尹 후계자’→‘대적자’ 돼야 국면 전환”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앞둔 가운데, 각 진영에서도 차기 대권 경쟁의 막이 오르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시절 핵심 측근이자 ‘후계자’로 불렸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별의 순간’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채해병‧김건희 특검 리스크’에 이어 ‘의료 위기’ ‘국정지지율 폭락’ 등 ‘용산발(發)’ 악재가 겹치며 한 대표와 여당도 함께 삐걱거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후계자’에서 ‘대적자’가 돼야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총선’부터 ‘의정갈등’ 정국까지…1년 가까이 이어진 ‘尹‧韓 신경전’

‘원외‧0선’ 한계를 가지고 뒤늦게 정치에 입문한 한동훈 대표는 점차 ‘여의도 문화’에 스며들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치권에 등극해 지난해 12월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이후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숙 기간을 가진 후, 7·23 전당대회에서 62%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에 선출돼 임기 두 달째를 맞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검사 출신’ 윤 대통령과의 데자뷔 이미지를 바탕으로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 후보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수차례 세우며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시도도 여러 번 했다. 총선 정국에선 비대위원장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사천 논란’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이 불거지자 대통령실과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당정 갈등에 직면했다. 당시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의 ‘사과 의향’ 문자를 무시한 사실도 총선 이후 전당대회 정국에서 뒤늦게 알려지면서 ‘문자 패싱’ 논란까지로 비화된 바 있다.

양측의 갈등은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또 찾아왔다. 당시 위성정당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당내 친윤(親윤석열)계와 친한(親한동훈)계 세력 싸움이 불거진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 측 인사인 ‘이종섭·황상무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자, 한 대표(당시 비대위원장)는 “두 사람의 거취를 확실히 결단해야 한다”며 강공법으로 밀고 나갔다. 이에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관측까지 나온 바 있다.

총선 참패 후에도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했다. 특히 전당대회 정국에선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으로 표상되는 이철규‧권성동 의원 등 친윤계 인사들이 원희룡‧나경원 당시 당대표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한 대표의 기세를 꺾으려 했다. 여기에 한 대표는 정부의 아킬레스 격인 ‘채해병 특검법’을 두고도 ‘제3자 특검 추천안’이란 새로운 카드를 내세우며 여권의 다른 인사들과 차별화된 태도를 보여 당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일련의 위기에도 당권을 거머쥔 한 대표는 이번엔 ‘의정갈등’을 놓고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최근 한 대표는 직접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과정에서 ‘2026학년도 의대증원 유예안’을 꺼내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이견차가 노출된 직후 여당 연찬회에 불참한 것은 물론, 당초 잡혀있던 지도부 만찬도 연기했다. 특히 최근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패싱하고 친윤계 일부 인사들과만 만찬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초래한 의정갈등에 韓도 삐걱…커지는 ‘디커플링 촉구’ 목소리

이처럼 윤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불편한 기류를 이어가는 가운데, 본인의 국정지지율이 폭락하면서 한 대표와 여당에게 피해도 함께 주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조사에선 20%, 리얼미터가 16일 발표한 조사에선 27%로 모두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부정평가자들은 의대 정원 확대(18%)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결국 ‘응급실 뺑뺑이’ 논란에도 “의료 위기는 없다”고 말한 정부의 진단을 국민들은 믿지 않은 셈이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떨어지면서 한 대표와 여당 지지율도 ‘운명 공동체’로서 동반 추락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일주일 만에 3%포인트 하락한 28%로 나타났다. 이 또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저치다. 여기에 한동훈 대표도 최근 실시된 각종 차기 대권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큰 격차로 지는 분위기다. 시사저널이 지난달 말 한국여론평판연구소(KPORA)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한 대표(35%)는 이 대표(54%)에게 양자대결 구도 상 오차범위 밖 열세를 보이기도 했다.

친한(親한동훈)계 핵심인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12일 시사저널TV 《메가폰》에 출연해 “정부의 (의대증원 문제와 관련한) ‘절대 안 돼’ 식의 태도가 당을 고립무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도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지금 그게 잘 안되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대통령 입장에서 수십 년 동안 ‘부하’였던 한 대표에 대해 인간적인 감정(서운함)이 있을 수 있으나 대통령이 그걸 표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여당의 정책 추진 동력을 얻고, 대권 후보로서 ‘별의 순간’을 잡기 위해선 윤 대통령과 ‘디커플링(탈 동조화)’이 필수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앞으로도 의대증원이나 특검 등 현안에서 야당에 주도권을 뺏길 위기가 산적한 만큼, 대통령과의 확실한 선 긋기를 통해 독자적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지금까지 한 대표가 대통령과 정부에 보인 일련의 대립각 태도로도 민심을 얻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도 시사저널과 만나 “사실상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도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면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며 “한 대표가 본격 ‘윤석열 대적자’가 되는 순간이 본인에겐 그나마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여당은 스탠스를 잡지 못하고 대통령, 친윤(親윤석열), 야당, 국민, 당원들 눈치를 모두 보면서 좌고우면하는 상황”이라며 한 대표에게 강력한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는 10~12일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응답률은 10.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리얼미터 조사는 9∼13일 유권자 250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KPORA 조사는 8월29~31일 유권자 201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응답률 2.1%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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