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공동선언문, 美 강경파 회의론 완전 잠재우긴 부족해 보여
남북 정상 간 비핵화 논의의 결과가 9월19일 채택된 '9월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공개되면서 다시 워싱턴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직 공이 완전히 미국에 넘어간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9월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회담 결과를 설명해야 비로소 '다음 단계'를 기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북한 백화원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명한 9월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긍정 평가했지만…‘핵신고 언급 없는 것’ 등 우려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으로 시작했지만, 세부안에선 진전된 북핵 폐기안을 제시했다. 선언은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의 '셀프 폐기' 논란에서 벗어나 미국의 검증 및 사찰 요구에 어느 정도 화답했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즉각 화답했다. "최종 협상에 부쳐질 것"이라는 전제조건을 달면서도 '북한이 핵사찰을 허용하고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데에 합의했다'며 반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행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이긴 하지만, 트위터 반응 만으로 북·미 교착 해소를 전망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의 회의론과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변함없는 신뢰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강경파들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와야 비로소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북핵 폐기안 발표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 핵 리스트 신고는 언급되지 않았다. 북측이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등 추가 조치를 위한 전제로 꼽은 '미국의 상응 조치'는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행, 보상을 쪼개 단계별로 배치하는 동시 행동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평양 공동선언 내용만 따지면, 미국 내에 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의지에 대한 회의감을 확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文대통령이 美에 전할 '+α' 메시지가 협상 분수령 될 듯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적극 조응해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공개적으로 발표된 내용 외에 비핵화 이행 조치 등에 대한 플러스 알파(+α)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9월 평양 공동선언에 다 못 담은) 메시지 내용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만약 올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간에 더욱 진전된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남북 정상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성장 본부장은 "문 대통령은 9월25일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 올해 서울 남북 정상회담 및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폐기, 주요 핵시설 폐쇄 및 해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북·미 관계 정상화, 대북 제재 해제 등 일정표를 조기에 구체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및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남북·미 고위급 회담의 추진을 통해 3국 간에 접점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게 되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함께 미 워싱턴을 방문해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