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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대형 국제 전시회를 일컫는다.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200년이 넘는 연륜을 가지고 있고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비엔날레다. 나로서는 1995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시작한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해 특별상까지 수상했으니 비엔날레 원조 격이다.
비엔날레는 우수한 현대미술가를 초청함으로써 오늘날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광주비엔날레’는 김영삼정부 시절 ‘광주민주화운동’을 문화예술로 치유한다는 명분으로 국비와 지방비를 엄청 지원해 대규모로 광주에서 열렸다.
개막일에 맞추느라 군까지 동원해 겨우 개막할 수 있었는데 초청된 국내 작가들은 물론 외국 작가들, 지자체 공무원들, 행사 진행요원들, 취재하려는 기자들, 방송계에서까지 나서 전시장은 온통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는 전시 준비에만 해당된 것이 아니고 개막 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니 그야말로 국가적인 이벤트였다. 100만 명이 넘었다던가?
이런 일화도 있었다. 빈 맥주병을 수천 개 늘어놓고 그 위에 인근 호수에서 빌려 온 작은 보트를 올려놓은 쿠바의 쿠쇼라는 작가의 작품 주위에는 늘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가 이 전시회에서 대상을 받은 까닭이다. 이 작품은 그 당시 쿠바로부터 탈출하는 쿠바 ‘보트피플’을 은유한 것이다. 뒤에 서 있던 한 할아버지가 같이 온 할머니를 잡아끌자 이 할머니 왈 “아 좀 찬찬히 봅시다. 저것이 무슨 인생을 싣고 떠다니는 배라는데….”
처음이라 어수선한 대형 국제전이었는데 선전효과의 극대화로 전 국민들에게 ‘아! 미술이란 게 이런 것도 있구나’를 알린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이 광주비엔날레를 계기로 각 지역은 저마다 미술행사에 비엔날레를 붙이기 시작했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니 격년제 행산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같은 해(짝수 해) 같은 시기에 오픈한다. 해외에서 오는 유명한 미술계 인사들에게 한 번에 우리나라 미술계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참 의도치곤 그렇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비엔날레가 유행한 것은 ‘세계화’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90년대 세계화의 바람이 한창일 때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또 한 가지는 지방자치제의 시작과도 때를 같이한다. 지자체장들은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 되는데 이런 비엔날레 행사가 그럴듯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비엔날레 시즌엔 부산비엔날레(주제-비록 떨어져 있어도)에 초청받아 다녀왔는데 작가들이 ‘분단’이라는 주제를 잘 풀어낸 것 같았다.
청명한 가을에 가까이 있는 비엔날레를 관람하는 것도 소름끼쳤던 지난여름의 무더위를 씻어내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