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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비서실장 ‘대통령에 영향 미치는 인물’ 1위…야당 인사 10위권 내 全無

세계 유수의 유력 언론은 매년 주요 인사의 영향력을 평가한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사
(The 100 Most Influential People)’를, 경제잡지 ‘포춘’과 ‘포브스’는 ‘세계 위대한 리더 50인(The World’s 50 Greatest Leaders)’과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인물(The World’s Most Powerful People)’을 조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가 대표적이다. 이 조사는 시사저널이 창간된 1989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다. 이 조사를 보면 지난 29년간 한국 사회가 어떤 질곡을 거쳤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올해 역시도 시사저널은 전문가 1000명에게 지금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지 물었다. 조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내 최고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에 맡겼다.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는 여전히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탄핵정국과 장미 대선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최근 국내외 여러 곳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2인3각 경기처럼 호흡을 맞춰야 할 정책 부처는 혼선을 거듭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가 ‘기대’였다면 올해 ‘실망’으로 돌아선 의견도 있다.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2018년 지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인물이 맞을까. 한 페이지를 넘겨보면 그 답이 나온다.

대통령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 최측근 참모인 비서실장이 꼽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시사저널의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 1위로 꼽힌 데는 그 함의(含意)가 크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이 당선 확정도 되기 전에 내정한 1호 인사였다. 정권 출범부터 줄곧 청와대 내 실세 중 실세로 꼽혀왔다. 조기대선으로 인수위 없이 정부를 출범해야 했던 상황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초반 큰 틀을 완성시킨 인물도 그였다는 얘기가 많다. 이후 임 실장은 청와대 인사와 남북, 북·미 정상회담 국면을 거치면서 더욱 자신의 존재감을 불려 나갔다. 그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김정숙 여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임 실장은 올해 김 여사와 자리를 맞바꿨다. 각각 33.7%, 33.3%로 지목률이 비등했던 지난해와 달리, 그는 이번 조사에서 41.2%를 얻어 11.4%에 그친 2위 김 여사와 큰 차이를 뒀다. 문재인 정부 중반기로 접어든 지금 청와대 내 그의 장악력이 날로 막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 연합뉴스


 

그의 조직 내 영향력을 드러내준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6월 이뤄진 청와대 비서관 인사였다. 당시 청와대는 신임 의전비서관으로 비서실장실 소속 김종천 선임행정관을 임명했다. 김 비서관은 임 실장과 한양대학교 선후배 관계. 임 실장의 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기도 하다. 청와대 안팎에선 “김종천은 곧 임종석”이란 얘기가 있을 만큼, 그는 대표적인 ‘임종석 사람’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그가 행정관에서 의전비서관이라는 주요 보직에 오른 건 청와대 인사 전반에 임 실장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임 실장의 잠재적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민주당 내엔 임 실장과 인연이 길고 깊은 386운동권 인사들이 적잖이 포진돼 있다. 임 실장은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으로 운동권에서 가장 입지전적인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당내 이들의 세가 다소 약화됐다곤 하지만, 향후 임 실장이 당으로 복귀할 경우 그를 중심으로 다시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조 친문보다 더 가까운 대표적 新문

임 실장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여권 내 그를 향한 견제 또한 동전의 양면처럼 커지는 분위기다. 각종 현안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당이 청와대에 묻혀 다소 끌려가던 상황에서, 그간 당내에 청와대 실세인 임 실장을 경계할 대상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추락하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도 각각 검찰수사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임 실장을 향한 대망론과 견제론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청와대 입성 후에도 임 실장에겐 한동안 ‘박원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그는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총괄팀장으로 활동하며 그의 재선을 도왔다. 이후 2년 가까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바 있다. 박 시장과 함께 오히려 친문보다 비문계로 분류돼 온 인물이었다. 여권 내 원조 친문 인사들 사이에서 한때 임 실장의 대망론이 더욱 견제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선부터 약 2년간 문 대통령을 도우며 임 실장은 이제 원조 친문보다 더욱 대통령과 가까운 신(新)문재인계 대표주자로 거듭났다. 잊을 만하면  안팎에서 임 실장을 두고 사퇴설·갈등설이 돌지만 그를 향한 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히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임 실장 역시 최근 청와대 직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문 대통령을 향한 자신의 진심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그는 대통령에 대해 리더십이나 통찰력 면에서 생각보다 더 배울 점이 많고 대단한 분이라고 말하면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줬다고 전해진다. 

임 실장이 대통령에게 미쳐 온 막강한 영향력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 청와대의 주요 과제가 임기 전반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에서 경제정책으로 점차 이동하면서 참모로서 임 실장의 역할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은 있다. 임 실장은 의원 시절 외통위에서만 6년여 동안 활동하며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쌓아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임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그간 한반도 문제에서 핵심 참모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그러나 최근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문제가 정부의 가장 중차대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가 이전보단 목소리를 덜 낼 거란 분석이 나온다. 

영향력 10위권 내 文 견제 세력 전무

임 실장에 이어 2위에 오른 김정숙 여사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지난해에 비해 최근엔 비교적 조용한 내조를 이어가고 있다. 김 여사는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호남 특보를 자처하고 이후 탈권위적인 행보를 이어가면서 임기 초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지금은 눈에 띄는 독자적 활동 대신 문 대통령의 일정에 동행하는 위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국 민정수석, 장하성 정책실장은 약간의 순위 변화만 있었을 뿐, 올해도 여전히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대표적 인물들로 꼽혔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외교 이슈가 계속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올해 새롭게 순위에 등장했다. 문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력도 여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 주위 수많은 현재 권력들을 누르고 지난해와 같은 7위에 올랐다.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대통령에 강하게 맞서며 영향력을 끼쳐야 할 야권 인사가 10위권 내 전무하다는 점이다. 지난해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야권에서 유일하게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가 중반에 이른 지금, 오히려 더 많아져야 할 야권 인사들이 모조리 영향력 순위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야권에서 대통령을 향해 연일 날을 세우며 비판하지만 대통령 의사 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칠 만큼의 존재감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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