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과 사업가, 백종원의 영역 확장 어디까지일까
지난 10월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백종원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다수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해 온 그에게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에 대한 대책을 듣기 위해서가 그 이유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외식업을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사람들이 자영업을 너무 겁 없이 준비해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그가 출연하고 있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무수히 봤던 경험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찾아가는 골목식당들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음식에 대한 확실한 노하우를 갖추지 못한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장사 경험 없이 집에서 요리 좀 한다는 소리를 듣고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가 지금은 폐업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식당도 있었다. 백종원은 국정감사에서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이 식당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준비 없으면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외식업 창업을 쉽게 할 수 없는 문턱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에 대한 대책’을 듣기 위해 프랜차이즈 대표를 불러 조언을 듣는다는 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어찌 보면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거대 공룡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종원이 이 자리에 불려나가 ‘골목상권 살리기’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 건 여러모로 그가 하고 있는 방송 덕분으로 보인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골목상권들을 찾아가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죽어가는 식당들을 기사회생시키는 ‘기적’ 같은 일들을 만들어왔다. 그러니 직접 그 골목식당들을 접해 본 백종원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현실적인 조언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수백 개 점포의 프랜차이즈를 여럿 가진 사업가면서, 동시에 골목상권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는 방송인이라는 어찌 보면 이율배반적으로 다가오는 두 지점이 백종원이라는 한 사람에게 공존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3년 동안 백종원이 확장해 온 방송영역들
2014년 EBS 《세계견문록 아틀라스》에서 음식기행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인 백종원은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은 특유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즉석에서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요리도 흥미로웠지만 더 흥미로웠던 건 그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진행이었다. 여기서 가능성을 보인 백종원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한다.
워낙 먹방과 쿡방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기 시작하던 때라, 백종원의 방송인으로서의 주가는 2015년 한 해에 급상승했다. SBS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 백종원은 미식가로서 전국 맛집을 찾아가 음식을 먹는 먹방을 선보였고, tvN 《집밥 백선생》에선 따라 하기만 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그만의 간편한 집밥 레시피로 요리 무식자들조차 요리를 하게 만든 쿡방을 보여줬다. 또 2014년부터 해 온 《한식대첩》에서는 요리 배틀을 진행하는 진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즉 요리연구가로 등장했지만 먹방, 쿡방, 진행 등을 아우르며 방송인으로서의 자기 영역을 계속 확장해 왔다는 것이다.
그의 진화와 영역 확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EBS에서 잠깐 했던 《세계견문록 아틀라스》는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로 진화해 해외의 길거리 음식들을 통해 보는 그 지역의 문화사로 시선을 끌었다. 또 《백종원의 3대천왕》은 이후 《백종원의 푸드트럭》을 거쳐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진화했다. 특히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폐업 직전의 식당들조차 그의 손길이 닿으면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에게 ‘장사의 신’ 같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단 3년 동안 벌어진 일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그가 얼마나 준비된 방송인이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 근간은 사업가로서 그간 쌓아온 많은 경험들과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바탕이 된 것이다.
황교익-백종원 대결구도에서 대중들의 질타는 황교익에게로
최근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등장했던 백종원과 막걸리집 사장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물론 황교익은 백종원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밝힌 바 있지만, 대중들은 사실상 두 사람의 대결구도로 이 공방을 들여다봤다. 여기에 EBS에서 방영된 《질문있는 특강쇼-빅뱅》에 출연한 황교익이 “텔레비전에서 조금 뚱뚱한 아저씨가 나와서 음식을 하는데 컵으로 설탕을 막 넣는 장면을 보여준다”며 “괜찮아유”를 따라 한 대목이 또다시 백종원을 저격하는 것이었다며 논란을 만들었다. ‘단맛에 중독된 대한민국’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대표 격으로 백종원이 과거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했던 모습을 재연한 것이다.
이처럼 백종원은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건강보다는 맛에 치중한다거나, 또 방송이 과하게 그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등 여러 논란에 휘말리곤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 결과를 보면 논란의 대상이긴 하지만 결국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 쪽은 백종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황교익과의 대결구도에서도 대중들의 질타를 받은 건 오히려 황교익 자신이었다. 이렇게 된 건 백종원이 대중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가를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과거 황교익이 백종원을 겨냥해 어떤 지적을 했을 때도 백종원은 ‘허허’ 웃으며 그 지적을 받아준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대중들이 그를 지지하고 나서게 만들었다.
이는 여러모로 그가 가진 방송인으로서의 가장 큰 장점이 ‘소통’에 있다는 걸 확인하게 해 준다. 똑같은 맛집을 소개해도 맛깔나게 알려주고, 똑같은 레시피를 알려줘도 누구나 따라 하기 싶게 설명해 준다. 그가 대단한 소통 능력의 방송인이자 사업가라는 걸 확인하게 해 주는 대목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어찌 보면 프랜차이즈 사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프로젝트 속에서 골목상권을 살려내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사업가로서 또 방송인으로서 그 영역을 확장해 온 원동력이 바로 그 소통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