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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세대리더 정치분야 1위 김경수 경남지사 “내 역할은 文정부 성공 돕는 것”

김경수 경남지사가 조용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김 지사는 요새 외부활동이 뜸하다. 경남도와 관련된 행사를 제외하고는 도청이 위치한 경남 창원에서 두문불출한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의식해서인지 언론 인터뷰도 자제하는 모습이다. 대신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1기 도정의 가닥을 잡고 있다.

시작은 괜찮다. 숙원이던 서부경남KTX는 10월12일 경남 통영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가 “국가균형발전이나 낙후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밝혀 청신호가 켜졌다. 지역 언론은 숙원인 서부경남KTX 착공을 기정사실로 보고 연일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서부경남KTX는 역대 경남지사가 착공을 약속했지만 번번이 예비타당성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 지사 역시 지난 지방선거에서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몇몇 언론은 김 지사를 가리켜 ‘운명에 순응하는 정치인’으로 묘사한다. 김 지사는 1994년 가을, 의원 정책보좌관을 하던 선배가 ‘국정감사 때 도와줄 일손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게 인연이 돼 정치에 입문했다. 2002년 6월 지방선거 직후 노무현 캠프 전략기획팀에 합류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맺은 인연은 정치인 김경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이후 김 지사는 당의 요청에 단 한 번도 손사래를 쳐본 적이 없다. 이번 지방선거 출마도 전국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오랜 꿈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다. 차기 대권후보로 많은 이들이 김 지사를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해 차세대 리더 조사(정치 분야)에서 공동 21위였던 김 지사는 1년 만에 1위로 껑충 올라섰다. 

 

ⓒ 시사저널 임준선


대학 졸업 후 지방자치 전문잡지에서 기자 생활

정치권 일각에선 김 지사를 ‘어도(어쩌다 도지사 된 사람)’로 오해한다. 그러나 정작 분권형 지방자치는 김 지사의 오랜 꿈이다. 1993년 말 신생 월간지에서 김 지사는 잠시나마 기자 생활을 했다. 그때 그가 몸담은 매체는 지방자치를 전문으로 다뤘다. 그런 면에서 김 지사는 돌고 돌아 다시 첫 출발점에 선 셈이다. 최근 김 지사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출신 고위공무원들을 대거 영입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김 지사는 10월16일 경남 창원의 경남도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제조업 혁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견인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치인에서 행정가로의 변신이 어떤가.

“지사직은 처음이지만 과거 청와대에서 했던 게 (노무현) 대통령님이 하신 일을 옆에서 보좌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행정은 참여정부 때 충분히 경험했다고 본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추진되는 것을 점검하는 게 결국 행정 아니겠는가. 반면 국회와 도정(道政)은 완전히 다르다. 다행히 국회에 있을 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경남도의 경제현안에서 제조업을 포함한 경제, 민생이 제일 중요한데 2년 동안의 국회 경험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평소 지방분권에 대한 소신은.

“국회에 있을 때 국가균형발전위원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참여정부 때 국가균형발전위원회라고 한 것을 이명박 정부 들어 지역발전위원회로 이름을 바꿨는데, 지역발전과 국가균형발전은 차원이 다르다. 국가균형발전은 지방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생존이 걸린 문제다.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것을 제어하지 못하면 수도권도 망하고 지방도 망한다. 과밀화와 집적화가 장점인 분야도 있지만, 도가 넘으면 교통, 주거 등 여러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수도권도 경쟁력이 약화되는 거다.”

현재 정부는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을 강화하려 한다. 굳이 개헌이 아니더라도 중앙정부에서 이것만 해 줬으면 하는 게 있나.

“개헌이 꼭 됐으면 좋겠다. 그걸 (정부에) 요청하고 싶다(웃음). 하지만 국회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지금 분위기로 개헌은 물 건너간 느낌이고…. 조직, 예산과 관련해 지방정부에 최대한 자율성을 많이 주는 것 없이는 다른 것도 어렵다. 중앙정부는 정책을 중심으로 맡고 실행을 위한 조직이나 예산은 지방정부에 일임해야 한다. 그런 다음 중앙정부는 그걸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면 된다. 중앙정부가 실행까지 다 쥐고 있으면 안 된다. 그러면서 지방정부에 책임만 지운다면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는 꼴이 된다. 행안부가 쥐고 있는 인사권, 기재부가 갖고 있는 예산권을 빨리 풀어줘야 한다.”


“스마트 제조업을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지역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한다.

“경남이 어려운 것은 지표로 다 드러난다. GRDP(지역내총생산) 기준으로 2015년 0.4%, 2016년 0.2%까지 떨어졌다. 당시 전국 평균은 2%였다. 이유는 조선·자동차·기계 불황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들 분야가 활황일 때 경쟁력 강화 내지는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경남도는 채무 제로를 강조했다. 2015년, 2016년 지역 경제가 급격하게 침체될 때 재정투입을 통해 지역 경기나 경제를 풀어줘야 했는데 반대로 같이 묶다 보니 가속화됐다. 해법도 진단과 같다. 제조업이 어려워져 지역 경제 전체가 어려워진 것 아닌가. 제조업이라는 뿌리는 썩어가는데 기존 경남 도정(道政)은 국가 산단(産團) 만들고 신산업분야 육성, 50년 경남 미래를 말해 왔다. 그건 그것대로 필요하지만 일단 뿌리를 살려야 가능해지지 않겠는가. 독일·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제조업 혁신전략을 스마트 공장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 스마트 산단에 국가 제조업 핵심 전략을 붙여서 가고 있다. 우리 경남도 스마트 공장, 스마트 산단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핵심 전략을 만들었다. 그런데 경남도의 예산과 힘만으로는 속도를 내기 힘들다. 그래서 정부에 국가 차원의 제조업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음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말해 주는 게 어려운 건 아니다. 다음 행보는 다 나와 있다. 경남은 실제로 대단히 어려운 지역이다. 경남을 다시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으로 만들려면 3~4년 해선 쉽지 않다. 경남을 포함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양대 축으로 살리는 건 대한민국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다. 그게 나에게 맡겨진 책무다. 대권은 내가 부담해야 할 몫이 아니다. 경남 말고 다른 생각이 없다.”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자기 주도보단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는 모습이었다. 차기 대선 때도 시대가 요구한다면 응하겠는가.

“총선 출마의 경우 경남 김해가 (노무현) 대통령님 고향이다. 정치적으로 지역구도 극복이 되게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요청을 받아들인 거다. 경남지사는 국회의원을 중도 사퇴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데는 경남지사보다 국회에 있으면서 역할을 하는 게 낫다. 경남이 당시 지방선거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했고, 경남지사 선거가 전체 선거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갖게 되지 않았나.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대한민국을 성공으로 만드는 길이라는 생각에 함께 정권을 만든 사람 입장에서 거기까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선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 당내에 훌륭한 후보들이 많다. 이낙연 총리나 임종석 비서실장을 포함해 새롭게 떠오르는 분들이 많다. 당내에서 충분히 제대로 된 경선 과정을 거쳐 좋은 후보를 내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오히려 내 역할은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 특히 경제와 민생을 살려내지 못하면 안 된다. 이에 있어 경남지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생각이다.”

지사직 임기를 완주할 생각인가.

“완주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재선까지 하고 싶다. 처음 계획했던 것이 효과를 내려면 8년 정도는 필요하다더라. 성과를 내는 데 4년은 짧다. 8년 정도 하면 목표했던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본다.”

앞으로의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은 뭐라고 보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통해 사회에 쌓여 있는 잘못된 구조와 문화, 제도를 바꿔나가고 있지 않나. 또 하나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께선 이 두 가지 문제를 잘 풀어나가고 있다. 문 대통령 다음에 대한민국을 맡으실 분은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경제, 민생, 평화와 번영을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진전하기 어렵다. 사회적 논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지 않으면 국가를 혁신하기가 쉽지 않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9월12일 경남도청 도청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상남도 2018 예산정책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혁신 위한 사회적 대타협 필요”

적폐청산에 대한 피로감도 있다.

“작년에 문 대통령이 국회에 오셔서 시정연설을 하셨다. 적폐청산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맨 마지막에 말했는데 그 내용이 이렇다. ‘적폐청산의 ‘적’자는 쌓다(積)는 의미이지, 적군(敵軍) 할 때의 적(敵)자가 아니다. 적폐청산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쌓아뒀던 폐단을 청산하는 문제다’라고 말이다. 다만 이제는 밝혀진 사안들을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서 국가혁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거다. 이제는 적폐청산에 이어 국가개조, 국가혁신 논의가 함께 필요한 시점이다.”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만들겠다고 도민에게 약속했다. 완전히 새로운 경남이라는 개념이 뭔가.


“기존에 나온 새로운 경남 청사진으로는 지금 경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완전히 새로운 경남이라는 것은 경남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거다. 기존 도정이 경남도가 끌고 가는 행정이었다면, 이제는 도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도민이 실제 행정의 주인이 돼야 한다. 도정과 관련해 경제혁신, 사회혁신, 도정혁신을 3대 혁신과제로 정했다. 경제혁신을 위해 내부에 경제혁신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에 복지부, 기재부 차관을 역임한 방문규 차관을 모셨다. 실무적인 일을 추진하기 위해 정무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대체했다. 산업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을 역임한 문승욱 실장에게 경제부지사를 부탁했다. 도정혁신을 위해 행정부지사에 행정안전부에서 정부혁신기획관, 지방행정국장으로 계셨던 박성호 국장을 임명했다. 사회혁신은 아무래도 민관이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아 민간 출신 전문가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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