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은 2008년부터 전문가 조사를 통해 한국의 내일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라는 연중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29년째 이어온 최장기 연중기획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미래 버전, 즉 ‘누가 한국을 움직일 것인가’라는 전망인 셈이다. 올해 조사는 칸타퍼블릭(옛 미디어리서치)과 함께했다. 칸타퍼블릭은 국내 최대 여론조사 전문기관으로서 2000년 이후 전문가 집단을 꾸준히 데이터베이스화하며 본지 조사의 공신력을 높이고 있다. 이번 조사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내의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활동가·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 전문가 각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차세대 리더 조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예술·스포츠 등 총 4개 부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인물을 묻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차세대 리더’의 조건은 50대 이하(1960년 이후 출생) 인사들로 한정했다.
12위. 조국(54) 청와대 민정수석
조국 민정수석은 시사저널 차세대 리더 법조 부문 1위를 3년 연속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며 정치 부문 리더로 자리를 옮겼다. 활발한 SNS 활동으로 대중적 인기를 받던 조 수석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학계에 복귀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현 정부의 사법 개혁 역할을 다시 맡게 됐다.
현 정부의 제1과제인 적폐청산과 사법 개혁을 무리 없이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은 때론 개헌안 발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에 드라이브를 걸다가 야당의 비판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최근엔 청와대 생활을 시작한 이후 중단했던 SNS 활동을 재개해 눈길을 끈다. 그는 최근 사법 개혁에 대한 입법 조치를 국회에 요청했다. 지난 9월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의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동안 언론 노출이나 외부 접촉을 극도로 자제해 온 조 수석이 어떤 배경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공동 13위. 남경필(54) 前 경기지사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정치에 입문한 후 승승장구하던 남경필 전 경기지사에게 정치적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해 자유한국당 당적으로 경기지사에 출마했지만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패했다.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 줄곧 상위권을 차지했던 옛 모습과 달리 13위에 만족해야 했다.
남 지사는 1998년 부친인 남평우 의원의 별세로 치러진 보궐선거에 출마해 33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이 됐다. 보수정당 소속으론 드물게 혁신적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돼 결국 경기지사까지 올랐다. 이후 2016년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 광역단체장 가운데 가장 먼저 탈당해 바른정당에 참여했다. 경기지사 재임 기간 중 아들의 군복무 중 성추행 사건, 마약 복용 사건 등이 불거지면서 시련을 맞게 됐다. 결국 경기지사 재임 기간 동안 각을 세웠던 이재명 경기지사(당시 성남시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남 지사는 “당분간 정치를 멀리할 생각”이라고 밝힌 뒤 지난 8월 재혼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여전히 2020년 총선에서 수원 또는 서울을 지역구로 정치 복귀를 꾀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공동 13위. 하태경(51)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보수진영의 새로운 차세대 리더로 부각되고 있다. 대학 시절 범청학련 결성을 주동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렀던 그는 북한 인권운동에 나선 ‘변절자’로 불리기도 했다. 2012년 새누리당 소속으로 19대 총선에서 입성한 뒤 재선에 성공했다. 하 최고위원은 자칭 ‘보수의 혁명 전사’다. 운동권 출신에서 운동권의 내부고발자가 됐던 것처럼 보수 혁신을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 최고위원은 탄핵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을 떠나 바른정당을 창당했을 때부터 줄곧 한국당을 통합 대상이 아닌 소멸 대상으로 여겨왔다. 올해 지방선거 참패로 유승민·안철수 등 당내 중심축이 물러나고, 자유한국당과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강론(自論)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9월2일 치러진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1위를 차지한 손학규 대표와 고작 4.2% 차이였다. 최근엔 보수진영 내에서 판문점 선언 지지를 주장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보수계의 영원한 비주류였던 그가 한국당을 꺾고 보수 재편을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위. 전희경(44) 자유한국당 의원
‘뉴라이트 여전사’로 불리는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수진영의 지지를 바탕으로 차세대 리더 15위에 올랐다. 전 의원은 박근혜 정권 시절 교과서 국정화 논쟁 때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신분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명강의’를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을 역임하며 뉴라이트의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뒤 돋보이는 언변으로 대변인을 맡아 시장경제 가치 전파에 몰두했다. 19대 대통령선거에서 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의 ‘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주사파가 청와대를 장악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16위. 홍정욱(49) 前 한나라당 의원
홍정욱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이력은 화려하다. 홍 전 의원은 미 하버드대를 수석 졸업한 엘리트로, 그의 저서 《홍정욱의 7막7장》은 교육열에 불타는 ‘강남맘’들의 필독서였다.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이력, 재개발론을 무기 삼아 2008년 한나라당 후보의 난공불락으로 불리던 서울 노원구에서 노회찬 바람을 누르고 당선됐다. 18대 국회에서 원칙론을 앞세워 대중적 지지를 얻었으나 임기 중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한계를 느끼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정치와 거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보수진영의 위기 때마다 그의 등판론이 불거지기 일쑤였다. 물론 홍 전 의원은 스스로 등판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보수진영에서 1970년생인 그의 몸값은 커져만 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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