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12대 격전지 분석-충청·PK] “빼앗기면 밀린다”
김두관·전재수 추격 나선 김태호·서병수 ‘악전고투’
‘친윤’ 정진석, 박수현 상대 우세…‘용산 참모’ 주진우는 홍순헌과 ‘박빙’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중원(中原) 충청과 ‘낙동강벨트’를 품은 PK(부산·울산·경남)는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수도권만큼이나 중요한 전선(戰線)으로 여기는 곳들이다. 역대 많은 선거에서 충청과 낙동강벨트를 거머쥐는 쪽이 승리를 가져갔다. 민주당이 의석의 절반을 훌쩍 웃돌며 압승을 거둔 지난 2020년 총선의 경우 충청(대전·세종 포함) 지역 의석 28석 중 20석을 민주당이 거머쥐었고, 현 국민의힘인 미래통합당은 8석에 그쳤다.
미래통합당은 텃밭인 PK에선 전체 40석(부산 18·경남 16·울산 6) 중 32석을 차지했는데, 특히 민주당에 낙동강벨트 지역 6곳을 내준 게 뼈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2022년 대선에선 윤 대통령이 이곳 대다수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당선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빼앗기면 밀리는, 그야말로 여야 모두에 최전방인 셈이다.
‘만날 때마다 초박빙’ 박수현 vs 정진석, 또 접전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 내 최대 격전지로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이자 이번에 6선에 도전하는 정진석 국민의힘 후보와 19대 때 공주에서 국회의원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박수현 민주당 후보가 세 번째 격돌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공주가 고향이다.
지난 두 차례 맞대결에선 정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다만 두 사람의 격차는 2016년 첫 대결에선 3.2%포인트, 2020년 두 번째 대결에선 단 2.2%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번 대결에서도 정 후보가 한 번 더 지켜낼지, 박 후보가 삼세판 만에 탈환에 성공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일찌감치 두 사람을 단수공천해 세 번째 운명의 대결을 성사시켰다.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서 세부적으로 일관된 부분은 공주에선 박 후보가, 부여·청양에선 정 후보가 앞섰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기존의 우세 지역을 지키면서도 나머지 지역까지 가져와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전략이다. 정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부친이 공주 출신이니만큼 지역 유권자들이 ‘정권안정론’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2월20일 시사저널과 만나 “공주·부여·청양은 윤석열 정부를 세우는 데 가장 앞장섰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 공주·부여·청양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 후보는 2월21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지역)민심의 큰 흐름에 변화가 있는 것이 느껴진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빨리 무너져가고 있다”며 ‘정권 심판’ 여론이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론조사상으로는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정 후보가 조금 더 높은 고지를 점한 분위기다. 3월17~18일 대전MBC가 의뢰해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전화면접 방식)에선 박 후보 45%, 정 후보 43%로 초박빙에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내 박 후보가 근소하게 앞섰으나, 곧이어 실시된 다른 조사(3월19~20일, 넥스트리서치 조사, MBN·매일경제신문 의뢰, 무선 전화면접 방식)에선 정 후보가 49%로 박 후보(37%)를 12%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4.4%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당 바꾼 ‘비명’ 이상민, 6선 이룰까…저지 나선 ‘친명’ 황정아
지난 총선에서 대전 7석을 모두 민주당에 내줬던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은 유성을이다. 민주당에서 비명(非이재명) 행보를 보이다 탈당해 지난 1월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 지역 현역 이상민 후보가 빨간 점퍼를 입고 지역구 사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에 6선에 도전하는 이 후보는 5선을 내리 유성구(20대 때부터 분구)에서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이 지역을 민주당 텃밭이 아닌 ‘이상민 텃밭’이라 보기도 한다. 이 지역에서 이 후보가 5선 중 4선은 민주당 계열 정당 소속으로 당선됐지만, 18대(2008년) 때는 보수 계열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적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자신들 입장에선 ‘귀순용사’인 이 후보를 곧장 단수공천하며 방어선을 구축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에 맞서 총선 인재영입 6호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겸임교수이자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인 황정아 후보를 이 지역에 전략공천했다. 유성을이 ‘과학1번지’이니만큼 과학계 인사를 앞세워 이 의원을 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이점은 황 후보의 후원회장을 이재명 대표가 직접 맡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은 선거를 의식해 잠잠해진 모습이지만, 장외에서 친명(親이재명) 대 비명의 혈투가 이뤄지는 셈이다.
여론조사에선 황 후보가 앞서가고 있다. 3월16~17일 대전MBC가 의뢰해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황 후보 50%, 이 후보 34%로 도전자인 황 후보가 16%포인트의 큰 격차로 우위를 점했다.
중앙 이슈 따라 양산 출렁…용산발 악재 후 김두관 우세
여야가 이번 총선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낙동강벨트 중 한 곳인 경남 양산을에선 ‘전직 경남지사’ 간 빅매치가 성사돼 주목받고 있다. 이 지역 현역 의원으로 3선 도전에 나선 김두관 후보와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현역이지만 험지 탈환을 목표로 지역구를 옮긴 김태호 후보가 맞붙는다. 두 사람 다 경남지사를 지낸 것은 물론 현역 의원이란 점도 관전 포인트다. 김태호 후보는 이번에 4선에 도전한다. 두 사람은 정치 경력에서 상당히 ‘닮은꼴’이다. 두 사람 다 각각 자신의 고향에서 군수를 지낸 후 경남지사까지 오른 풀뿌리 민주주의 출신이다. 김태호 후보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두 번(32~33대) 도정을 맡았고, 그 바로 뒤인 34대 경남지사를 김두관 후보가 역임했다.
두 사람은 33대 도지사 선거(2006년)에서 한 차례 맞붙었다. 당시 김태호 후보가 37.7%포인트 차로 압승을 거뒀다. 이번 총선이 18년 만의 재대결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지형적으로는 김두관 후보가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양산은 과거 보수 텃밭으로 분류돼 왔던 곳이지만, 갑·을로 분구된 이후 양산을에선 두 번의 총선(20대, 21대)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위치해 있는 만큼 양산이 갖는 상징성이 작지 않다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라이벌 구도답게 재미있는 승부가 연출되고 있다. 민주당 공천 파동이 한창 이슈이던 3월초 김태호 후보가 오차범위(±4.4%포인트) 내에서 앞섰으나(3월9~10일, 케이스탯리서치 조사, 조선일보·TV조선 의뢰, 김태호 41%, 김두관 39%), ‘이종섭·황상무’ 등 용산발 악재가 터져나온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3월21~22일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무선 전화면접 방식 여론조사 결과에선 김두관 후보가 47.2%로 나타나며 김태호 후보(40.9%)를 오차범위(±4.4%) 내에서 앞섰다. 3월21~24일 실시된 다른 조사(한국리서치 조사, 국제신문·부산KBS 의뢰, 무선 전화면접 방식)에선 김두관 후보가 49%, 김태호 후보가 37%로 두 사람 간 격차가 12%포인트로 벌어졌다.
‘수비’ 전재수 vs ‘공격’ 서병수, ‘낙동강 전선’ 현역 혈투
역시 낙동강벨트로 분류되는 부산 북갑에서도 현역 의원 간 혈투가 예고됐다. 이 지역은 최근 선거구 획정 변동으로 부산 북·강서갑에서 분구가 이뤄졌다. 민주당에선 북·강서갑 현역 의원인 전재수 후보가 나섰고, 국민의힘에선 부산진갑에서 당의 요청을 받아 지역구를 옮긴 서병수 후보가 출격했다. 전 후보는 3선에, 서 후보는 6선에 도전한다.
전 후보는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이던 북·강서갑에서 내리 재선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여왔고, 서 후보는 부산시장을 역임했고 부산에서만 5선(해운대·기장 4선, 부산진갑 1선)을 지내 용호상박 대결로 평가된다. 전 후보는 지난 재선 기간 동안 이룬 지역 성과와 평판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서 후보는 부산 시정 경험과 중진으로서의 경륜을 앞세우고 있다. 이 지역을 더 오래 지킨 전 후보가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선거구 변동으로 전 후보의 고향인 만덕 1동과 강서구 등 표밭이 떨어져 나간 만큼 쉽사리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전 의원이 우세한 흐름을 가져가고 있다. KBS부산과 국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월21~24일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3%를 얻은 전 후보가 서 후보(36%)를 17%포인트의 큰 격차로 앞섰고, 가장 최근 조사인 한국갤럽 조사(뉴스1 의뢰, 3월24~25일, 무선 전화면접 방식)에서도 전 후보 48%, 서 후보 39%로 오차범위 밖에서 전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두 후보는 3월26일 각각 시사저널과 만나 이번 선거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전 후보는 “북갑을 토대로 낙동강벨트는 물론 PK의 다른 지역에도 좋은 영향이 번지고 있다. 민주당의 부산 전체 판세도 해볼 만하다”고 자신했다. 서 후보는 “그동안 전 후보가 지킨 북구는 부산의 변방이었다”며 “저는 일할 줄 아는 사람이다. 시정 경험을 통해 북구를 서부경남권의 중심도시, 미래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찐윤’ 주진우, ‘텃밭’ 지키나…‘전직 구청장’ 홍순헌, 대이변 자신
낙동강벨트 몇몇 지역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우세가 읽혀 눈길을 끄는 가운데 최근 ‘부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보수 텃밭 해운대갑에서도 의외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선 이 지역에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 사단’으로 꼽힌 ‘찐윤(진짜 윤석열계)’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단수공천한 가운데 민주당에선 도시 전문가로 해운대구청장을 역임하고 부산대 정교수를 지낸 홍순헌 후보를 내보내 맞대결이 성사됐다.
국제신문·부산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3월21~24일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홍 후보가 43%, 주 후보가 39%로 나타났다. 오차범위(±4.4%p) 내 접전 상황이지만 지난 40년간 보수진영 후보를 일관되게 선택해온 지역구의 특성상 부산 정가는 술렁이고 있다. 주 후보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되는 만큼 역시 용산발 이슈들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보수 텃밭에서조차 여당이 밀리는 이러한 여론조사 추세는 최근 여권 내에선 ‘탄핵 저지선(100석)’ 수성조차 힘든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로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진 한쪽의 우세를 점치긴 이르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기존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의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지지도가 아닌 ‘당선 가능성’을 물었을 때 결과는 주 후보가 52%로 홍 후보(33%)를 크게 앞질렀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가 해운대갑에서만 포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권엔 경고등이 분명히 켜졌다. 역시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부산 연제구에선 민주당과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노정현 진보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선전하고 있어 이목이 쏠렸다. 부산일보와 부산MBC가 의뢰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3월18~19일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47.6%로 국민의힘 김희정 후보(38.3%)를 오차범위(±4.4%)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부산의 보수 유권자들도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3월26일 부산 연제구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70대 노인회 봉사자 이아무개씨는 “결국 총선 전에는 보수층이 본래대로 집결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여론조사 결과들에) 뒷목 잡고 쓰러질 만큼 놀랐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