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10개·아산병원 9개 병동 폐쇄
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도 병동 통합·재배치
신규 간호사 ‘무기한 발령 연기’…‘미래 휴가’ 권유도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이 병동 폐쇄와 인력 재배치 대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명예퇴직 논의와 임금 미지급 소문까지 돌면서 남아있는 의료진이 정신적·체력적 한계에 다다르는 분위기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들이 하루 10억원이 넘는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면서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기존 2배로 늘려 1000억원 규모로 만든 상태다. 부산의 거점 국립대병원인 부산대병원도 최근 6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이들 병원은 인력운용 효율화와 환자 안전을 위해 병동 통폐합과 응급실 축소 등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전체 병동 60여 개 중 응급실 단기병동과 암병원 별관 일부 등 10개 병동을 폐쇄했다. 폐쇄된 병동은 외과와 내과, 정형외과, 신장내과, 내분비내과 등에서 사용하던 곳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일부 병동이 폐쇄된 것은 맞으나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존 환자들은 다른 병동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도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일반병동 56개 중 9개 폐쇄, 서울성모병원은 일반병동 19개 중 2개 병동을 비웠다. 세브란스병원도 75개 병동 중 6개 병동을 3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병동 통폐합과 무급 휴가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폐쇄된 병동 대부분은 외과 계열이다. 전공의들의 이탈로 수술이 급감하면서 직격타를 맞은 것이다. 수술이 줄면서 입원 환자도 감소하면서 병상 가동률이 떨어져 결국 통폐합 수순을 밟고 있다.
이는 중환자실과 응급실 운영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강북삼성병원은 중환자실을 담당할 의사가 부족해지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은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다른 과로 파견하는 조치 없이 응급실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응급실에서도 이미 경증환자 진료를 제한하고 중증환자 위주로 운영된 지 오래다.
주요 병원들은 인력 재배치도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 등은 기존에 근무하던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으로 옮겨졌다. 또 근무 스케줄에 무급휴가 일정을 특정하면서 ‘사실상 강요’ 받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의사가 아닌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일부 병동에서 ‘마이너스 오프’까지 신청 받고 있다고 전했다. 간호사들은 교대 근무를 돌면서 번갈아가며 오프(휴일)를 갖는데 아직 생기지도 않은 미래의 휴일을 미리 앞당겨 쓰라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오프를 당겨쓰면 나중에는 쉬지도 못한 채 한 달씩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며 “‘당겨쓰기’의 한계는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공채 합격한 신규 간호사의 발령이 무기한 미뤄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명예퇴직 논의와 임금 지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마저 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에게 복귀를 촉구했다. 의료노련은 “병상 가동률 저하로 손해를 보게 된 병원 중에서는 명예퇴직을 논의하는 곳도 있다”며 “올해 병원 노조의 임금 협상은 사실상 포기 상태며 이러다간 급여 지급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