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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갈등’ 장기화…尹은 자기 식대로 갈 것이고 韓은 ‘문제 해결 능력’ 못 보여줘
오세훈, 실용 보수ㆍ오랜 정치ㆍ중도 확장성 업고 이재명에 맞설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는 결국 불발됐다. 9월24일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앞두고 한 대표가 요청했던 독대를 대통령실은 거부했다. 당초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던 것은 용산에 가서 그냥 밥만 먹고 올 시국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의·정 갈등,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여러 현안에 관한 민심을 전하고 해법을 건의하려는 의중이 실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굳이 독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던 데는 한 대표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이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의료 개혁에 대해서는 여권이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한 대표가 자꾸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 전열을 흐트리고 있는 데 대한 친윤계의 불만이 팽배하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민심의 소재를 놓고 밀도 있는 논의를 할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이른바 ‘윤-한 갈등’도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물론 독대 한 번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지만, 집권세력의 투톱이 이렇게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갈등을 드러내는 상황은 동반 추락을 예고한다. 이미 근래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한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 지지율의 동반 하락 현상이 나타난다. 누구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권 내부의 분열 상황에 대해 중도층은 물론이고 보수층까지도 등을 돌리는 현상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 불능 상태에 처한 것은 이제는 더 이상 뉴스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여러 현안에 대해 윤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민심을 따르려고 하는 한동훈 대표까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 대표가 입바른 소리들을 하고는 있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능력은 보여주지 못한 한계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는 당대표가 되었어도 더 이상 자기 세력을 만들고 지지 기반을 넓히지 못하고 있는 한동훈 리더십의 한계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여당을 도와주지 않음을 탓할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5월16일 서울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참석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5월16일 서울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참석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오판은 여전히 부담 

아직 속단하긴 어렵지만, 윤·한의 불협화음이 이렇게 장기화하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이다. 윤 대통령에게는 고집과 독선의 이미지가, 한 대표에게는 정치적 해결 능력 부재의 이미지가 고착될 수 있다. 어차피 윤 대통령이야 차기 대선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사람이니 자기 방식대로 할 것이고, 문제는 여권의 차기 최유력 주자로 부상했던 한 대표다. 이런 모습 그대로 집권세력이 표류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한 대표가 속수무책인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두 사람의 공멸을 의미한다. 

다만 여권에는 새로운 변수가 남아있다. 현직 자치단체장이라 정치에는 개입할 수 없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사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대안적 인물로 살아있다. 오 시장은 차기 대선주자로서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드러냈던 ‘이념 보수’와는 거리를 두고 ‘실용 보수’의 시정을 펴왔다. 윤 대통령과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는 위치라 정권책임론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정치를 해왔기에 안정적인 행보를 보여온 것도 강점이다. 물론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서울시장을 민주당에 넘겨줬다는 보수진영 내부의 비판에 갇혀온 점은 아직도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대선 승리를 낳았던 보수-중도 연합을 어이없게도 스스로 해체시킨 상황에서 중도 확장이 가능한 오 시장은 한동훈 대표와 충분히 경쟁할 만한 인물일 수 있다.

야권의 상황은 어떠한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인가. 그것을 좌우하는 변수는 이 대표 앞에 놓인 ‘사법 리스크’다. 검찰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11월15일로 지정했다. 만약 1심 재판부가 이 대표 혐의를 일부라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하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된다. 더 치명적인 것은 피선거권을 5년간 잃게 돼 2027년 대통령선거 출마 자격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 대표가 예정대로 11월15일 1심 선고를 받게 되면 2022년 9월8일 기소 이후 799일 만이다. 공직선거법 270조에 따라 선거법 사건 1심은 6개월, 2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쳐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 사건의 경우 1심 재판에만 2년 넘게 걸려 법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2027년 대선 이전에 2심과 상고심을 거쳐 이 대표의 유·무죄가 최종 확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과연 법원이 거대 야당의 최유력 대선주자의 출마를 봉쇄할 판결을 내릴지도 이제까지의 경험을 놓고 보면 가능성이 낮다. 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사건들에 대한 확정 판결이 대선 이전에 내려질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는 사법 리스크에 봉착했을 때 ‘김경수 대안론’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그리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쟁 없는 일극체제’가 약점

문제는 본선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예선에서 독주해 이겼다고 본선 승리, 즉 대선 승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본선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경쟁이 없는 후보 선출은 단견의 선택이다. 역동적인 경쟁을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은 거기서 선출되는 후보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법이다. 그렇게 보면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유일대안론’을 거둬들이고 한동훈과 오세훈의 경쟁을 통해 차기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지금 민주당은 겉으로만 보면 내부 결속도 높고 잘나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재명 일극체제’ 속에서 경쟁 없는 후보 선출로 가는 광경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특별히 잘한 것이 없었음에도 민주당이 정권을 넘겨준 이유는 적지 않은 ‘이재명 비토층’의 존재였다. 민주당으로서는 역동적인 경쟁을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데, 지금 굳어진 이재명 일극체제는 그런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차기 대선은 새로운 인물이 급부상하지 않는 한, ‘한동훈 대 이재명’ 아니면 ‘오세훈 대 이재명’의 구도로 갈 가능성이 크다. 경쟁의 힘을 믿는 쪽에 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임은 우리 정치사가 말해 준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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