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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들, 수개월째 수입 없어 생활고 시달려”
“휴학한 의대생, 일찌감치 개원가 분위기 살피기도”

2월 말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개원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선배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동참하기 위해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도 수련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대신 개원가를 기웃거리는 모양새다. 의정 갈등이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전문의 자격 취득을 포기하고 일찍이 개원가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직 전공의 33% 의료 기관 신규 취업”

9월2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사직한 전공의 8900여 명 중 33%인 2900여 명은 다른 의료기관에 신규 취업했다. 8월5일 625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70% 정도 늘어난 수치다. 지난 6월 정부가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되면서 전공의들이 속속 재취업을 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7개월째 수입이 없자 개원가 취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A씨는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나이임에도 수개월째 수입원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렸을 것”이라면서 “의정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일찌감치 일반의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이 수련병원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전공의들이 재취업한 것을 두고 “전공의가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한 게 아니라 수련 환경과 의료 체계가 제대로 변화한다면 (병원으로) 복귀해 수련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일반의로 돌아선 사직 전공의가 다시 수련병원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다. A씨는 “누가 주 80시간을 버티면서 다시 전공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입장문을 통해 장 수석의 발언을 ‘궤변’이라며 힐난했다. 의협은 장 수석을 향해 “멀쩡히 수련 받던 전공의 1만2329명이 수련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일할 수밖에 없게 만든 책임이 있는 자”라며 “그가 속임수에 불과한 주장을 복귀의 지름길이라고 늘어놓는 것에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비난했다.

정부가 오는 9일부터 전공의 모집을 재개한다고 밝힌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도 일찍이 개원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단체 휴학을 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왔다. 2학기에는 전체 40개 의대 재적 인원(재학생+휴학생 등) 1만9374명 가운데 3.4%(653명)만이 등록금을 납부했다.

수도권에서 산부인과 의원을 운영하는 B원장은 “최근 본과 4학년생이 ‘무급으로라도 실습을 할 수 있겠느냐’고 찾아왔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 같다.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하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대신 일반의로 복무할 생각인 듯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파국 넘어 의료 시스템 붕괴될 것”

신규 전공의가 배출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다. ‘의대 졸업→의사 면허 취득→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전문의 자격 취득’이라는 의사 양성 체계에 공백이 발생하면 의료 시스템 전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 중인 가운데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 중인 가운데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의사이자 의과대학 교수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 파국’을 넘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9월1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도 의대생과 전공의 선생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의료 파국을 넘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말 것인데, 2025년 정원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으면 돌아올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며 “의대 본과 4학년의 수업 거부로 내년 초 의사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매년 공급되어야 할 의사 3000명이 사라지며 전공의 선생님들이 수련을 포기했기에 전문의 2800명의 공급도 중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선생님 없이 반년 이상 사명감으로 버티던 전문의들과 의대 교수님들이 지쳐서 떠나게 되면, 응급실부터 차례로 문을 닫게 된다”며 “벌써 이 일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전공의 의존도가 큰 지방종합병원은 경영난으로 도산이 불가피하다. 필수의료·지방의료부터 무너지는 의료 붕괴가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하니 대학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반토막 나지 않았느냐. 병상 가동률이 떨어진다는 건 총 진료랑이 감소했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마저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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