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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파워’ 뽐내지만 ‘소프트 파워’는 취약
‘힘에 의한 통치’만으로 공천권과 총선 승리 다 잡을지는 ‘미지수’
與 전당대회가 보여주는 윤 대통령의 ‘강점·약점’과 ‘본심’
이처럼 ‘윤심’이란 두 글자는 강력했다. 윤심은 무엇보다 강했다. 그 강력함은 집권 2년 차가 가진 막강한 권력 즉 ‘힘’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에 통치 방식으로 ‘힘’을 택했다. 물론 반발도 있었다. 당장 ‘당무 개입’ 논란과 ‘수직적 당·대(대통령실)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재촉했다고 평가받는 친박(親박근혜)들의 충성 경쟁의 재현이라는 비판에도 직면해야 했다.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사방의 수많은 비판에도 윤 대통령의 선택은 ‘빠르게 직진’이었다. 윤 대통령은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다음 총선은 어차피 내가 치르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주변에 했다. 차기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만큼 본인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른 변수들은 다 부차적이란 판단이다. 윤 대통령의 ‘본심’이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윤 대통령은 분명한 결정을 했다. ‘힘에 의한 통치’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확실한 의사결정이다. 윤 대통령과 용산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할 수 있다.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게 없다. 권력의 힘 중에서도 ‘하드 파워’ 덕분이다. 물론 아직은 목표를 다 이루지 못했다. 수면 아래 잠복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소프트 파워’ 면에서 보면 윤 대통령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만약 이렇게까지 승부수(혹은 무리수)를 던졌는데,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면 정치적 타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윤심은 윤 대통령의 강점과 약점은 물론 그의 기질과 본심까지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다. 양날의 검과도 같은 윤심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윤석열의 승부수: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윤 대통령의 진짜 의중은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을 내야 윤심의 밝은 면을 찾아볼 수 있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많은 여권 관계자는 내재적 관점으로 접근해서 봐야 윤 대통령의 의도를 꿰뚫어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는 그의 정치적 시작을 두루 살펴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며, 그의 기질과 스타일을 이해해야 그의 선택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윤 대통령은 승부사다. 국회의원 경험 없이 대통령이 된 최초의 인물이다. 두 전직 대통령을 수사해 감옥에 보냈고, 살아있는 현재 권력과 충돌했다. 전격적으로 검찰총장직을 던졌고,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대선 기간에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도 이끌어냈다. 짧은 정치 이력이지만 굵직한 성공의 기록을 남겨왔다. 정치 역정에서 한 번도 쓴맛을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윤 대통령은 스스로의 정치적 역량을 자신한다고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최근 숱한 논란을 뒤로하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는 자신의 정치적 선택과 결단, 즉 ‘윤석열의 성공방정식’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자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내부를 두루 취재해 보면 윤 대통령은 정치권에 대한 몇 가지 뚜렷한 철학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크게 두 갈래다. 먼저 ①여의도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다.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검찰에 몸담고 있는 동안 정치인들을 대부분 ‘피의자’로만 대해 왔다. 기본적으로 인식이 좋지 않다. 여야 모두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다. 인적 쇄신은 윤 대통령에게 정치 개혁의 첫출발이다. 다음은 ②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소신이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 5년의 폐단이 너무 커 이를 바로잡으려면 엄청난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여긴다. 그렇기에 일사불란한 당·정·대는 필수적이다. 자신과 코드를 같이하는 여당 지도부는 정치 개혁의 대전제인 셈이다. ‘윤석열식 소명의식’이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과 소명의식을 합쳐 살펴보면, 윤 대통령 입장에선 최근 그의 행보가 자연스럽다. 비윤(非윤석열)계나 야당의 눈으로 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둘러싼 윤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는 사당화(私黨化)라는 의도를 가진 당 장악 시나리오나 제 사람 심기 공천에 가깝다. 정치공학적으로 봐도 윤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위험천만하다. 만약 윤심을 등에 업은 후보가 패배할 경우 윤 대통령이 입을 정치적 내상은 상당할 수 있다. 조기 레임덕에 빠질 우려도 있을 만한 정치적 도박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선 정치 개혁을 위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승부수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선, 자신이 공약한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완수하려면 차기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보수를 재건해야 한다. 그 시작은 인적 쇄신이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한데, 그 초석을 다지는 첫 번째 관문이 바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당대표를 만드는 일이다. 양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 대선후보와 공천권을 나눠 갖는 일도 부담스럽다. 지금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국민의 선택을 위해 좌고우면 대신 ‘빠르게 직진’ 할 때다. 실제 윤 대통령이 분명한 ‘정치적 득점’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제1 원칙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용산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윤심의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 지지율 선두주자로 밀어올리는 데 성공했고, 윤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인물들은 몰아냈다. 여당과 용산의 거리감도 좁혔다. 현실적으로 중요한 과제들을 해결해 냈다. 결과적으로 용산의 전략은 그 자체로 성공한 셈”이라고 했다.2년 차 증후군: 승자의 저주에 빠진 尹
제왕적 대통령제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에 자신의 권력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다. 실제 권력은 막강하고, 의욕도 충만하다. 그 대상은 입법부를 향하기 일쑤다. 무엇보다 집권여당을 자신의 친정체제로 구축해야만 국정에서 성과를 내고 정권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2년 차 증후군’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다. 집권 2년 차였던 2014년 박 전 대통령은 연달아 ‘박심(朴心)’을 드러내며 여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당시 서울시장 경선에서 정몽준 후보는 친박의 지원을 받던 김황식 후보를 눌렀다. 당대표 경선에서도 김무성 후보는 박심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서청원 후보를 따돌렸다. 국회의장도 친박 후보 황우여 대신 정의화 후보가 됐다. 이런 역사적 경험 때문일까. 여의도에서는 ‘2년 차 증후군’을 ‘승자의 저주’로 기억한다. 대통령의 권력은 막강하지만 완벽하지 않고, 특히 여의도에서는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새해 들어 집권 2년 차를 맞이한 윤 대통령도 지금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역시나 집권여당 내 정치에 ‘윤심’이라는 이름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과연 윤 대통령은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당 안팎에서 입을 모아 하는 공통된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지금 윤 대통령이 뽐내고 있는 하드 파워 즉 ‘힘에 의한 통치’가 지금 당장은 먹혀도, 지지와 세력을 모으는 ‘플러스 정치’가 아닌 ‘마이너스 정치’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뒤집어보면, 리더의 매력에 빠져 자연스럽게 뒤따라가게끔 하는 ‘소프트 파워’가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소프트 파워가 부족하기 때문에 하드 파워에 의존한다는 분석도 가능하다.연이은 ‘뺄셈 정치’에 이탈하는 중도층
구체적 비판의 지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①중도 이탈이다. 다음 총선의 승부처는 서울·수도권이다. 현재 서울 49석 중 국민의힘은 8석뿐이다. 단 1석이라도 더 얻으려면 중도층과 2030세대로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데, 지금 힘과 윤심을 앞세운 정치는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②비토(veto)층이 커지고 있다. 지금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주는 콘크리트 지지층 30%가 생겼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박성민 정치컨설턴트가 날카롭게 포착했듯 ‘절대 비토층’ 60%도 굳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중도층에서 ‘절대 비토’ 65%가 굳어지고 있다. 위험한 신호다. 더욱 중요한 지점은 ③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 여부다. 박성민 컨설턴트는 이렇게 말한다. “윤 대통령이 원하는 바가 최선의 선택이 되려면 세 가지에 대한 답이 긍정적이어야 한다. 첫째, 김기현 당대표를 만들 수 있다. 둘째, 김기현 체제가 총선 때까지 붕괴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총선을 승리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은 세 가지 모두 100%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객관적인 눈으로 냉정하게 보면 모두 50% 정도로 보인다.” 박 컨설턴트는 지금 안철수 의원이 김기현 의원과의 양자대결에서 우세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윤 대통령의 ‘뺄셈 정치’에 원인이 있으며, 윤심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모는 위험한 정치를 한다는 우려도 내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친윤 마케팅이 과열되고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오히려 윤 대통령과 김기현 의원이 포위되는 형국”이라면서 “대통령이 과도한 자신감으로 과속을 하고 있다. 보수 지지층과 국민의힘 당원은 다르다”고 평가했다. 박 컨설턴트는 “윤 대통령은 ‘윤석열당’을 만들어야만 총선을 이긴다고 생각하겠지만, 정확히 반대다. 총선을 이겨야 윤석열당이 된다”고 했다. 특히 “총선이 다가올수록 윤심보다는 총선 승리에 누가 더 유리할 것인가로 투표의 기준이 바뀔 것”이라면서 “윤심은 절대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윤석열당 강행 드라이브’ 특집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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