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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사퇴에 安으로 ‘비윤’ 세력 모일까…尹, ‘통제’ 안 되는 대규모 당원에 긴장
교통 정리 나설수록 반작용도 함께 강해져…尹, 여당 지도부 오찬서 변수 논의
①유승민 출마 ②결선투표제 ③80만 당원 ④합종연횡…여전히 변수 산적한 3·8 전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오른쪽)과 안철수 의원이 1월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오른쪽)과 안철수 의원이 1월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심(尹心)’은 막강했다. 장기판의 룰을 바꾸고 말(플레이어)을 세우거나 주저앉히며 모든 ‘설마’를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설령 그것이 진정한 윤심, 즉 윤석열 대통령의 진짜 의중이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움직이는 ‘윤심’이라는 이름의 힘은 모든 뜻하는 바를 이뤄내고 있다. 윤심은 ‘지금까진’ 분명 막강했다. 하지만 생물 같은 선거에서 장기판의 룰과 말을 전부 끝까지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경원’ 변수는 사라졌지만 그 여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취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되레 안철수·유승민 전 의원에게로 당심이 집결할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용산’은 나 전 의원이 끝내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보고 전략을 짜던 터라 현재 상당히 당황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지지층 결집 등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용산은 나 전 의원 사퇴로 비윤(非윤석열)계 당심이 결집해 판세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나 전 의원의 지지자 가운데 ‘비윤’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은 데다, 80만 명 넘는 거대한 당심을 통제할 방도가 없는 것도 윤 대통령을 긴장케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나 전 의원이 이탈한 후 죽 쒀서 안철수·유승민에게 주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1월26일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가진 데에도 이러한 변수들을 논의하자는 의중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통제할 수 없는 당원들 대신 지도부를 불러모은 것이다. 윤심이 강하게 움직일수록 그에 따른 반작용 또한 날로 강하게 작동하는 모양새다. 교통정리에 나설수록 꼬여버리는, 이른바 윤심의 역설이다. 향후 선거를 끝까지 예측불가로 만들 변수 네 가지를 꼽고, 각각이 가진 ‘변수로서의 힘’을 살펴본다.  

① 차라리 유승민 출마해 非尹표 갈리길 바라는 용산

가장 먼저 드러날 변수는 2월 첫 주 당대표 후보 등록을 앞두고 판가름 날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다.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과 동시에 대중의 시선은 한동안 수면 아래 머물렀던 유 전 의원에게로 쏠렸다. 대표적인 ‘비윤’ 주자 자리를 나 전 의원에게 빼앗기면서 초반에 비해 존재감은 떨어졌지만 아직까진 유의미한 득표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의 출마 권유에도 유 전 의원의 시간은 내내 멈춰있다. 당이 나경원 사태를 거치는 내내 침묵으로 일관한 데다, 캠프 구성 등 선거를 준비하는 모습 또한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사이 당내 유승민계 의원들이 나 전 의원을 규탄하는 초선 의원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며 친윤 대열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유 전 의원의 스타일을 잘 아는 측근들은 그가 출마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위해 막판까지 신중히 고심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자신을 겨냥한 경선 룰 변경에 이어 나 전 의원의 좌절까지 지켜보며 그가 더욱 불출마를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유 전 의원 가족들도 그의 출마를 여전히 극심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고 끝에 유 전 의원이 출마한다 해도 이젠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유 전 의원은 판을 흔들 변수로서의 파워가 남아있지 않아 보인다. 이미 여러 차례 실기(失期)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선거는 결국 세력 싸움인데, 현재 여권 내 유 전 의원과 함께 반윤 대열에 합류할 인사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유 전 의원이 선거에서 지구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거란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차라리 유 전 의원이 출마해 안철수 의원과 비윤 표를 나눠먹길 기대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안 의원이 한껏 유리해진 지금, 유 전 의원이 뛰어들어 안 의원의 힘을 빼주길 바라는 것이다.  

② 거대 변수 된 결선투표제, 친윤계 자충수 될까

유승민 전 의원을 주저앉히고 친윤 후보의 당선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도입한 결선투표제(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득표자를 상대로 재투표하는 제도)가 오히려 친윤계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란 관측도 높아지고 있다. 당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던 당시엔 비윤계 유승민 전 의원의 독주 속에 권성동·김기현 등 친윤 후보들이 서로 표 분산을 우려하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친윤 대 비윤 후보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표를 몰아주자는 전략이었다. 당심 100% 룰로도 모자라 이중으로 안전장치를 해둔 셈이었다. 하지만 선거 구도는 친윤계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친윤계가 예상했던 비윤 후보와의 선명한 일대일 구도가 아니라, 유력한 대권주자인 동시에 국민적 비호감도가 높은 윤핵관과 차별화를 내세운 ‘범친윤’ 안철수 의원의 일대일 구도가 짜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친윤 김기현 의원이 다자대결에선 선두를 달리지만, 가상 양자대결에서 안 의원에게 번번이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선거 구도가 ‘과연 안철수가 윤심을 등에 업은 김기현을 넘어설 수 있을까’에서 ‘윤심까지 등에 업은 김기현이 안철수와의 승부를 뒤집어낼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 친윤계가 훨씬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중성이 좌우하는 여론조사가 아닌 실제 선거에 들어가면 김 의원이 더 많은 당심을 얻을 것이란 관측은 여전히 적지 않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온건 당원들의 움직임도 끝까지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진 교수는 “중도 성향을 가진 당원들은 윤심도 중요하지만 차기 총선 승리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최종 투표에 임할 것”이라며 “따라서 윤핵관들이 당을 좌우하려 할수록 더욱 거부감을 갖고 강력한 반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윤석열 정부와 당의 성공을 바라는 당심이 윤심을 업은 후보를 향한 투표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오전 대구 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오전 대구 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③ 안갯속 80만 당원, 조직 투표 안 먹힌다

당심이 더 이상 친윤계의 ‘믿는 구석’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투표권을 가진 국민의힘 책임당원 규모가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당원 수는 2021년 6월 전당대회 이후 2년도 안 돼 28만 명에서 8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게다가 이들의 세대와 지역, 성별이 어떤 비율로 이뤄져 있는지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전통적인 보수 성향을 가진 중장년층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준석 전 대표가 끌어온 개혁 성향의 20~40대 당원 비중도 전체 3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년 새 물밀 듯 입당한 당원 중엔 친윤과 친이(친이준석) 성향이 고루 섞여 있을 것으로 예상돼 전체 당심의 향방은 더욱 안갯속이다. 최근 이 전 대표는 “새로 유입된 당원들의 성향을 알게 되면 윤핵관들은 까무러칠 것”이라며 당원의 체질이 과거와 크게 바뀌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의 주장이 얼마나 맞는지 당장 알 순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더는 과거와 같이 막대한 조직력을 발휘해 표심을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점이다. 당원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표 영향은 자연히 적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당대회는 각 지역 당협위원장들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전체 당원 파이가 커진 만큼 이제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원들의 비율이 확 낮아졌다”며 “따라서 친윤이 대부분인 당협위원장들이 발휘할 조직력이 결코 예전만 못할 것이며 이는 전당대회에서 상당한 변수로 작동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역시 “당원 수가 확 늘어 역대급 규모가 된 만큼, 단순히 국민의힘 당원들의 여론이 아닌 보수 지지층 전체의 총의가 반영된 결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확장성을 갖춘 대중적인 인물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당원들의 투표 참여도에 따라 조직력의 위력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단적으로 수도권·젊은 당원 비중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하더라도 TK(대구·경북)·중장년 전통 당원들의 열성과 응집력을 따라가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성향의 당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거대한 당원 규모 아래서도 어느 정도 조직력이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④ 후보 간 연대? 安 “1차 투표 전엔 절대 없어”

여느 선거에서나 변수로 반드시 꼽히는 게 바로 후보 간 연대다. 이번 전당대회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수도권 대표론’을 고리로 안철수·윤상현 의원 간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 지지율이 아쉬운 선두권 후보들이 황교안 전 대표, 조경태 의원 등 군소 후보들을 향해 단일화 손길을 건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출마를 선언한 나 전 의원과 연대를 맺기 위한 김기현-안철수 두 의원 간 경쟁이 펼쳐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그 어떤 가시적인 연대 및 단일화 움직임도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서 당장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인위적인 단일화에 대한 압박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 역시 1월25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결선투표가 도입된 만큼 모두가 자기 실력대로 끝까지 싸울 것이다. 후보 두 명이 남았을 때 비로소 탈락한 주자들과의 연대가 시작되지, 그 전엔 결코 연대나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따라서 후보 간 합종연횡에 따른 선거 국면의 변동은 1차 투표가 끝난 이후에나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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