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전 의원, 세 가지 이유로 출마 뜻 접었다
①완성 못 한 캠프 ②가족·원로의 만류 ③지지율 하락
1월25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은 출마 연설문도 완성해 놓고 막판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나 전 의원이 끝내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①끝내 완성하지 못한 선거캠프 ②가족과 정치 원로 등 주변의 만류 ③지지율 하락이라는 현실적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의 취재를 종합하면, 나 전 의원은 실제 마지막까지도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와 집념을 주변에 보였다. 나 전 의원 스스로도 이번에 불출마를 하면 정치생명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출마와 사퇴 연설문 모두를 써놓을 정도로 막판까지도 고민했지만, 정치적 자원과 지지가 모이지 않는 현실에 끝내 출마를 접었다는 것이다.
'배신자 프레임'을 깨기위한 고육지책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접게 한 가장 현실적 이유는 선거캠프의 미완성이다. 나 전 의원 출마 준비를 돕던 핵심 인물은 정양석·박종희 두 전직 의원이었는데, 막판 박 전 의원에게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고 한다. 나 전 의원과도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두 사람을 상대로 여권 인사들은 직간접적인 불출마 설득 작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지지하는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핵심 측근들마저 흔들리자 실제 선거를 치를 사람이 턱없이 부족했다. 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인 나 전 의원이지만 버틸 도리가 없었다.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동안 가족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나 전 의원의 부친과 남편(김재호 서울고법 부장판사)이 출마를 말렸다고 한다. 특히 부친의 반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전 총재 등 나 전 의원이 조언을 구한 보수 원로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고 한다. 나 전 의원은 출마 문제에 관한 최종 결심을 하기 전에 지방의 사찰 등을 방문하면서 종교계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했는데 반대 쪽 의견이 많았던 것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나 전 의원의 출마 의욕을 결정적으로 꺾은 데는 최근 여론조사의 지지율 하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유일한 무기였던 지지율이 하락하자 나 전 의원의 출마 의지가 흔들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나경원 전 의원을 잘 아는 다른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고민했던 가장 큰 문제는 여권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배신자 프레임이었다. 나경원의 길은 유승민이나 이준석의 길과 다르다. 배신자 프레임을 깨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를 폭넓게 모색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출마를 접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왜 한사코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못마땅해했을까. 둘은 서울대 법대 3년 선후배 사이로 1980년대 후반 함께 사법시험을 공부한 인연도 있다. 나 전 의원의 남편인 김 판사도 윤 대통령과 과거 술자리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둘의 가까웠던 관계는 2019년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틈이 벌어졌다고 주변은 전한다. 당시 야당 원내대표였던 나 전 의원이 윤석열 총장 후보에게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는데, 이때 서운함이 쌓였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윤 대통령은 당시 미국에 머무르던 나 전 의원에게 도와달라며 손을 내밀었는데,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나서야 만났다.
여권 관계자는 “결정적으로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 임명됐음에도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자 둘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면서 “나 전 의원의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을 대통령실이 정면 반박하고, 나 전 의원의 사직을 해임 처리하면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골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나 전 의원은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 “포용과 존중을 절대 포기하지 마라” “솔로몬 재판에서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등의 발언을 하며 친윤 진영의 공세와 이어진 여당 초선 의원 50명의 불출마 연판장 등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오늘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고도 했다. 뭔가 뒤끝이 느껴지는 출마 포기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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