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
“악성 민원, 교사 아닌 교내 상담기구서 담당하고 기록 남겨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언제 설립됐나.
“2016년 만들어졌다. 선생님들이 학습자료를 공유하는 ‘인디스쿨’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노조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2021년부터는 각 지역별로도 노조가 결성됐다. 전교조는 너무 큰 담론들만 다루다 보니 실제 선생님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었다.”
‘학부모 민원’이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원인이라는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없는데.
“유서는 없다고 알고 있고, 관련한 제보가 있다. 해당 선생님이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반의 학부모가 제보를 해왔는데, 그 선생님은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돌아가실 분이 아니라고 했다. 개인적인 이유였다면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봐 학교에서 그랬을 리가 없다고 확언하신 게 와닿았다.”
숨진 선생님과 유사한 고통을 겪는 사례가 많나.
“너무 많다. 저도 정신과에 갔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적인 공분을 사는 것이다. 서이초에도 숨진 선생님과 같은 학년에 학부모 민원으로 병가를 쓴 선생님이 있었다고 한다. 그 학년 선생님들이 병가 쓴 선생님을 위로하는 데 집중했다는데, 알고 보니 다른 반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거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얼마나 자주 있나.
“매년 악성 민원을 넣는 학부모가 한 명은 꼭 있다고 보면 된다. 한 해 동안 그런 학부모가 없으면 ‘천운’이라고 교사들 사이에서 말할 정도다. 특히 어린 교사일수록 민원이 많다. 다른 공공기관은 민원인이 와서 응대가 끝나면 가지만 학급 담임은 1년 내내 견뎌야 한다. 정신적으로 소모되는 에너지와 고통이 크다. 아이들 앞에서 괜찮은 척해야 하는 데 대한 자괴감이 크다.”
사례를 들자면.
“현재 진행 중인 사례인데, 4학년 학생이 매일 교사 앞에서 30분 이상 고성을 지르고 발악을 한다. 학부모는 ‘선생님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 작년까지 이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선생님은 올해가 끝날 때까지 매일 이 일을 겪어야 한다.
어떻게 치유하나.
“정신과 약을 먹는 교사가 많다. 1년에 30일 쓸 수 있는 병가를 쓰거나 1년 무급휴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들이 도움을 청할 기구는 없나.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가 있다. 학교장이 교권 침해 관련 내용을 인지하면 개최하도록 돼있다. 그럼에도 교사가 열어 달라고 요청해야 하고, 일부 관리자의 경우 ‘뭐 이런 걸 가지고 그래’ ‘내가 상담으로 해볼게’라며 넘어간다. 결국 교사들은 자신이 스스로를 구제해야 한다고 느낀다. 1년에 한 번도 교보위가 열리지 않는 학교가 많다.”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학부모 민원이 학급 담임에게 1차적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교 내 상담기구에서 1차 상담을 거친 다음, 담임의 개입이 필요한 사례일 경우 상담교사나 관리자가 배석한 가운데 기록으로 남기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해결책 중 학생인권조례가 언급되는 것은 어떻게 보나.
“학생인권조례를 짚은 것은 문제의 원인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민원이 늘어나는 게 학생인권조례와 무슨 상관이 있나. 그 자체가 고인이 되신 분의 의도를 왜곡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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