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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선 학생의 문제 행동, 학교와 학부모가 협업해 개선하는 방식 안착
교사-학부모-학생 간 갈등, 학교 문제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 인식 강해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지금 대한민국은 교권에 대한 사회적 재고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교육 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독일의 경우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어떠하며 교권은 어디까지일까. 학생 인권이나 교권을 논할 때 가장 중심에 놓이는 체벌의 경우, 동독은 이미 1949년부터, 그리고 서독은 1973년부터 금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로 인해 과거 성행했던 체벌이 한꺼번에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독일 최대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의 아카이브에서는 1979년 바이에른주에서 교사가 학생이 버릇없이 행동했다는 이유로 따귀를 두 대 때렸음에도 법정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주 대법원은 이를 ‘관습법상의 징벌 권리’로 분류하며 위에 언급된 1973년의 ‘일반 학교 규정’은 그야말로 ‘규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체벌권을 완전히 박탈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이어 이 사건은 독일 전체에 알려지면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그로부터 1년 후 체벌은 바이에른주에서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사건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독일에서 교육에 대한 권한은 연방정부가 아닌, 각 주정부에 있다. 이 때문에 방학이나 아비투어(독일 고등학교 졸업시험)와 같은 학교 행정 및 교육 수준에 대한 모든 사안은 학교가 어느 주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다소 달라진다. 그럼에도 독일 학교들은 대체적으로 ‘교육과 수업에 관한 바이에른주의 법률’을 따른다. 이에 따르면 체벌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으며 학급 전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 역시 금지되어 있다.
독일 슈베린의 한 초등학교 수업 모습 ⓒAP 연합
독일 슈베린의 한 초등학교 수업 모습 ⓒAP 연합

부모에게 연락해 학생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학생이 규칙을 위반할 경우, 교사는 두 단계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1단계에서는 문제 행동을 지적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경고성 발언을 두어 차례 한다. 그래도 문제 행동이 교정되지 않으면 교사는 학생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이는 ‘생각의 책상’에 앉아있거나 ‘조용한 구석’과 같은 별도 장소에서 반성하는 시간 등을 의미한다. 이때도 교사는 학생을 감독할 의무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면 안 된다.  이러한 조치를 취했는데도 학생의 문제 행동이 지속될 경우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2단계는 ‘징계 조치’로서 보다 공식적인 성격을 띤다. 이는 서면으로 기록해 경고를 주는 방식이나 부모에게 연락을 취해 학생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형식을 취한다. 이렇게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단계에 이르면 교사는 단독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고 교장·교감 같은 학교 운영진의 허가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독일 초등교육을 살펴보자. 독일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로 구성되며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4년간 담임선생님이 바뀌지 않는다. 5학년부터는 1차 중등교육이 시작되며 이때 일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총 3가지다. ‘하우프트슐레’(직업계 중학교), ‘레알슐레’(실과학교), ‘김나지움’(인문계 중·고등학교), 그리고 이를 모두 통합한 형식인 ‘종합학교’도 있다. 문제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떤 학교를 가야 할지에 대해 추천하는 관례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교사의 추천으로만 학생의 미래가 정해졌다. 즉 선생님이 보기에 어떤 학생이 공부에 소질이 없어 보이면 김나지움 진학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면 학생은 실업계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주에서 이러한 규정을 폐지했지만 여전히 바이에른주, 브란덴부르크주, 작센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튀링겐주 등에서는 교사의 권한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교사의 추천을 받지 못한 학생이 이러한 결정을 거스르고 인문계로 진학하려면 시범수업을 받거나, 별도 시험을 보는 등 실력을 따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교사와 학부모 간 의견 대립이 발생할 가능성은 독일에 매우 민감하게 내재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독일의 학교 교육은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즉 교사와 학부모가 협업하는 방식이 안착되었다. 학교에서는 학기마다 정기적으로 ‘학부모의 밤’이라는 모임을 개최해 학부모들과 교사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개별 학부모와의 면담 역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독일도 교사 부족난에 허덕

물론 이러한 노력들에도 최근 들어 언론에서는 교사 측의 불만들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최근 ‘BR24’의 기사는 교직에 몸담고 있는 현직 교사들의 증언을 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점점 더 듣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가정교육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아이들도 허다하고, 대부분의 경우 부모들 역시 양손을 들고 포기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떤 익명의 교사는 학부모나 그들의 변호사로부터 성적에 대한 항의를 받는 것이 지겨워 학생들에게 좋은 성적만 주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현재 독일은 교사 부족난에 허덕이고 있다. 베를린의 경우 50%의 교사들은 교직을 이수하지 않았음에도 교단에 선다. 각 주에서는 교사들의 수업시수를 줄이고 연봉을 올리는 방안으로 교사 부족난을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교사-학부모 간 갈등이 항상 잠재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나 학생들을 통솔하기 점점 어려워진다는 교사들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교사-학부모-학생 간 갈등은 큰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지 않는다. 이를 단순히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갈등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의 반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이 점점 더 심해지는 점에 대해 독일 교육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는 단순히 ‘선생님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며, 무엇보다도 전적으로 교사가 교정을 책임져야 하는 부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문제에 보다 근본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의 가정 환경을 주의해서 본다거나 사회적 인프라의 문제로까지 확장시켜 분석한다.  이렇게 형성된 담론에서 교사는 한 학생의 발달 과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학부모와 대립하는 존재라거나 교육을 온전히 책임지는 에이전시는 아니게 된다. 교사는 사회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학부모나 학생 또한 마찬가지라는 시각이 독일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의 학교 교육은 단순히 개인 학생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지 않으며 학생의 발달을 고스란히 위탁받은 기관으로 간주되지도 않는다. 특히 어린 나이의 초등학생의 경우 교사는 학부모와 함께 장기간 학생을 관찰하고 이끄는 과업을 맡고 있다는 것이 독일 사회의 암묵적 합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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