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명품쇼핑’ 논란에 국내 ‘폭우 피해’까지 겹쳐
尹대통령, 출국 때마다 해프닝…다시 ‘징크스’ 되나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을 둘러싼 잡음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전쟁 상황인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하는 등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국내 ‘폭우 피해’ 속출에 김건희 여사의 ‘명품 쇼핑’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또 ‘순방 잔혹사’를 이어갔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국정운영상 호재로 여겨지는데도 “윤 대통령만큼은 예외”라는 평가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의 6박8일간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에서 도마에 오른 논란은 김 여사의 ‘명품 쇼핑’ 행보였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리투아니아의 한 매체는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막은 채 명품 편집숍에서 쇼핑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호객행위로 의도치 않게 들어갔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그걸 해명이라고 하냐”며 질타가 쏟아졌다.
여기에 국내 집중호우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순방일정을 굳이 연장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집중호우 피해가 늘어나고 이번 주말이 최대 고비라는 전망이 있었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이 귀국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도 시큰둥한 분위기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0∼14일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응답률 3.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0%포인트 떨어진 38.1%로 집계됐다. 김 여사의 쇼핑 논란 보도가 조사에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주 연속 하락한 것이다.
각종 실언·의전 논란 이어 또 논란…“본질적 외교 방향부터 바꿔야”
윤 대통령은 앞선 해외 순방에서도 각종 실언과 의전 논란 등 해프닝을 겪었다. 첫 시작은 지난해 6월 3박5일간 소화했던 첫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참석 일정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눈 감은 사진이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것을 거르지 못해 외교 결례를 당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전용기에 사적 지인을 대동해 비선 논란도 불거졌다.
절정은 지난해 9월 5박7일간의 북미 순방길이었다. 당시 영국에선 엘리자베스 여왕의 조문을 취소하고 조문록만 작성해 ‘외교 실책’ 논란을 빚었다. 또 예고된 한·일정상회담은 약식회담으로 축소됐고, 한·미정상회담도 48초 스탠드 회담으로 대체됐다. 여기에 이른바 윤 대통령의 ‘바이든 대 날리면’ 욕설 논란까지 터지며 여야는 극한 대치 국면도 유발했다. 해당 논란은 11월 동남아 순방 당시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에선 ‘UAE 적은 이란’ 실언 논란도 있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다. UAE 적은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격분한 이란 외교부는 “전적으로 무지하다”,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강력 항의하며 한국 정부에 공식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순방 논란 때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 나토 순방 때인 지난해 6월5주차엔 6%포인트, 북미 순방 때인 9월5주차엔 4%포인트, 동남아 순방 때인 11월3주차엔 1%포인트 떨어졌다. UAE‧스위스 순방 직후인 1월3주차에만 1%포인트 올랐다.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친 직후엔 ‘순방 잔혹사’를 끊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큰 리스크 없이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등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당시 반등한 수치도 한국갤럽 기준 5월1주차 3%포인트에 그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포인트는 지지율 오차범위 안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순방 잔혹사 패턴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준한 교수는 “대통령에게 외교는 지지율을 향상시키고 국민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그런데 유독 윤 대통령은 외교 순방 직후 구설수가 많이 터져서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순방에서도 윤 대통령은 잔혹사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본질적인 외교 방향을 바꿔 국민부터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외교는 대통령이 한 순간에 돌발적 개인기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외교를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할지 역할과 목적을 명확하게 준비해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한 교수도 “대통령이 국민 공감대 없이 성과만 보는 외교를 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각종 논란까지 겹쳐 지지율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