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몸담았던 새누리당 탈당한 정두언 前 의원
지난 11월23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정두언 전 의원은 요즘 바쁘다. 그를 만난 12월1일도 인터뷰에 출판사 사장 미팅, 교회 방문, SBS 출연, TV조선 출연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얼마 전까지 TV조선에서 시사프로를 진행했던 그는 “내게는 진행보다 출연이 더 맞는 것 같다. 묻기보다 답하는 게 편하다. 내가 예능감도 좀 있지 않나”라며 웃었다. 오래 몸담았던 당을 나왔음에도 그는 담담해 보였다.
얼마 만에 당을 나온 것인가.
2000년에 들어갔으니 16년 만이다.
탈당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니다. 언제 나가나 그러고 있는데 다행히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용태 의원이 나간다니 이때 아니면 언제 나가나 싶었다. 남아 있는 게 치욕스러웠다. 지도부만 놓고 보면 박근혜 간신배 도당 아니냐. 국민들은 친박 무리들을 역적도당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거기 섞여서 같은 당에 있다는 것이 치욕스럽다. 그게 무슨 보수냐 패거리 집단이지. 굳이 말하면 보수 세력이 다 떠나갔으니 보수정당이 아니라 독재옹호 정당, 극우정당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것이 보수인데 이들은 독재를 신봉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절대 왕정 같은 존재로 떠받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극우정당이라는 말을 안 쓰더라. 언론에서도 어버이연합이 시위를 하면 보수단체가 시위했다고 보도한다. 어버이연합이 보수단체라고? 극우단체 아닌가.
탈당 폭이 예상보다 크지는 않았다.
많은 전·현직 의원들이 탈당하리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새가슴들 아니냐. 분명한 사실은 어떤 개인적인 인위적인 노력에 의해 새누리당이 해체되는 게 아니라 민심이 떠났기에 자연스럽게 해체될 것이라는 점이다. 새누리당을 재창당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다.
무엇이 보수인가.
개혁을 내포하지 않으면 보수가 아니다. 사회 변화에 맞춰 개혁을 해야 따라갈 것 아닌가. 새누리당은 소장개혁파를 비주류처럼 취급하는데 쇄신하고 개혁하는 게 보수다. 뭘 지키겠다는 것이냐. 영국 보수당이 100년 전 가치를 그대로 지켰으면 진작 없어졌다. 사회 변화에 따라 개혁을 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새누리당도 서민대중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 개혁을 주장하면 비주류인 것처럼 취급한다.
“새누리당은 보수정당 아니라 극우정당”
외로웠을 것 같다.
주인 아닌 것들이 자기들이 주인 행세를 하면서 나를 왕따 취급했다. 그동안 외로웠다. 그래도 나는 신념대로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해 왔다.
인물평 좀 들어보자. 먼저 이정현 대표에 대해서는.
평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해서 하고 싶지 않다. 내 입이 더러워질 것 같다.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은 어떤가.
자기 기회를 자기가 차버렸다. 대표 시절에 박근혜에 대항해 성장할 수 있었는데 차버렸다. 보수의 가치를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대권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스스로 안 먹겠다고 하니까 이상했다.
유승민 의원과 관련해서는 이상한 게 있다. 과거에 유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의 입이고 머리였다. 그때는 수구우파 입장이었다. 그런데 2012년 갑자기 개혁보수로 바뀐다. 아무 설명도 없이 말이다. 그 전에는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자)를 주장하고 신자유주의 입장에서 말하다가 느닷없이 복지론자가 돼 개혁의 기수처럼 나섰다. 한마디로 시류에 영합한 것이다. 유 의원은 용기도 있고 진취적인데 대구·경북의 본류 적자(嫡子)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아 울타리를 못 벗어나고 있다. 큰 정치를 하려면 수도권을 품어야 한다. 수도권으로 지역구도 옮기고, 그래도 그는 당선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용기는 없더라. 유 의원에게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대답도 안 하더라.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식이었다. 유 의원은 경북도지사나 대구시장이 목표인 것 같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7년 1월에 귀국한다는데 그는 어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기자들도 다른 부서에서 일하다가 아무 교육도 없이 정치부로 발령받는다. 정치도 해 본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이명박도 기업을 해 봤는데 나라 운영 정도야 하다가 실패한 것 아닌가. 전혀 다른 것이다. 정치는 이해관계를 조정·타협하는 것이다. 또 과정, 절차, 안배가 중요하다.
반기문은 외교관으로서는 모르겠지만 정치적인 면에서는 전문성이 없다. 나는 자기가 뭘 맡았을 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 제일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서 호평을 받아 다음 단계로 가는 게 맞지 다음 단계를 위한 절차로 이용하려는 것은 잘못된 자세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 아닌가. 또 자리를 이용한 것이 여러 차례 드러났다. 제정신이라면, 바보가 아니라면 새누리당에 안 올 것이다.
“박 대통령, 세상 물정 모르고 철없는 사람”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는.
다 노출됐다고 보는데. 문 전 대표는 20%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확장성이 없다. 안철수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여기까지다.
그럼 누구인가.
괜찮은 사람이 꼭 지도자가 되지는 않더라. 험하게 말하고 자극적인 언사를 구사하는 사람이 인기를 얻는 추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이재명 성남시장처럼. 그럴 가능성도 꽤 있다. 지금까지 앞서 나갔던 사람들은 아닌 것 같고 뒤쫓던 사람 중에서, 새로운 사람이 지도자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50대인 안희정·남경필도 괜찮다고 본다. 생각도 좋고, 해 온 일들도 있고, 이미지나 포부도 그렇고. 트럼프도 5%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그렇고.
2007년 이명박 캠프에서 검증팀을 맡지 않았나.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라고 보는가.
한마디로 세상 물정 모르고 철없는 사람이다. 최순실 같은 형편없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믿고 맡기고 이용당했다. 그것도 40년간이나! 본인뿐 아니라 나라가 이용당했다. 대통령직은 고사하고 조직 하나 맡기기도 힘든 사람이다.
국회 상임위 활동도 같이했던 것으로 아는데.
당시 행정자치위원회였다. 박 대통령은 보좌진이 써준 것을 읽는 것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질의도 꼬박 하는 등 성실하게 노력했다.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이용섭 장관 시절인데 이 장관도 나름 똑똑한 척하는 사람이라 당시 박근혜 의원의 질의에 대해 그게 아니라고 반박하곤 했다. 그러면 박 의원이 그게 왜 오해냐며 재반박을 해야 하는데 준비가 안 돼 있으니 그냥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런 식이니 옆에서 보기에 안쓰럽고 무안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이상배 의원이 하루는 이 장관에게 ‘우리 대표님이 얘기하면 된다고 대답해 주세요, 한번이라도’라고 하더라.
박 대통령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된다. 나라면 어떨까 하는 것 말이다. 제일 두려운 것은 감옥 가기 싫은 것일 것이다. 감옥에 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나. 어떻게든 미루는 데로 머리를 쓸 것이다. 하지만 사법처리 되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예를 들면 이인원 전 롯데그룹 부회장이 자살했을 때 롯데그룹을 위해 한 몸을 던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럴 것 같나? 나는 그렇게 안 본다. 스스로 불안하니 자살한 것이다. 롯데그룹을 위해, 신동빈 회장을 위해 자살한다? 그럴 것 같나? 포장된 명분일 뿐이다. 감옥에 가기 두려운 것이 본질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안됐다. 불안하고 외로울 것이다.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적당한 시기에 사면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대통령은 3차 담화에서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등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부인했다.
꼼수이기도 하고 법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부인을 해야 조사받을 때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정치판에서는 통한다. 벌써 협상을 하니 마니, 비주류가 흔들리니 마니 하지 않나.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요만큼도 안 통한다. 결국 정치권도 민심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만약 꼼수에 맞춰 탄핵을 안 한다면 촛불이 전부 여의도로 갈 것이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3월22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를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조원동 녹음’ 김기춘·우병우 쪽 언론에 전달”
새누리당 비박계가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퇴진 일정이 분명해지면 탄핵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나온다.
그들도 민심을 모를 리가 없다. 그렇게 해 놓고 다음에 재선이 된다고 생각하나. 국민들이 기억한다. ‘전 국민이 외쳤는데 우리를 외면하고 박근혜를 살려줬다!’ 한 번에 날아간다. 당이 그 자리에서 날아간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안 되면 새누리당이 실질적으로 탄핵될 것이다. 새누리당에 화염병이 날아올 것이다.
조기대선이 가시화하고 있다.
권력이 보수 쪽으로 온다는 것은 기적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당위론적으로 얘기하면 친박과 친노 세력이 배제된 중도좌파, 중도우파, 중도파 세력들이 연대해서 집권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꼭 한자리에 모일 필요는 없다. 각개 약진하다가 나중에 연대할 수도 있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힘이 나와야 하는데 권위가 세워지지 않고 있다. 나는 남경필 지사에게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게임메이커를 하라고 얘기한다. 자신을 버리고 나면 폭이 넓어진다. 안철수 전 대표 정도가 불출마 선언하고 그런 역할을 하면 가능한데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왜 그렇게 휘둘렸을까.
대통령은 자라난 환경이 평범하지 않다. 최태민이 최면술을 걸었다고 본다. 지금까지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다. 최태민 의붓아들인 조순제의 증언에 따르면, 박정희 사후에 뭉칫돈이 최태민에게 들어갔다. 박정희 대통령 사후 전두환이 박근혜 영애에게 줬다는 집무실에 있던 6억원과는 별개 돈이다. 누가 자기 재산을 집무실에 놔두나, 집에 놔두지. 청와대 관저 말이다. 조순제 증언에 따르면 박정희·육영수 재산이 최태민에게로 가버린 것이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절친인 것으로 안다. 조 전 수석이 대통령 지시로 이미경 CJ 부회장을 물러나라고 했는데.
조 전 수석 얘기는 이렇다. ‘박 대통령이 이미경 CJ 부회장을 물러나게 하라고 해서 전달을 했다. 그런 뒤 휴가를 가 있었는데 손경식 CJ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시 얘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때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누가 언론에 풀었냐. 김기춘·우병우 쪽에서 풀었다. 왜? 자신들에게 쏠릴 수 있는 초점을 바꾸려고. CJ 쪽은 당시 청와대 쪽에 녹음테이프를 전달하며 민원을 제기했다. 그것 때문에 당시 청와대 내부 조사를 받았는데 대통령 지시가 맞으니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