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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TV조선 등 ‘최순실 특종’에 KBS·SBS 등 자성 목소리

“종합편성채널은 훨훨 날고 있는데 지상파는 보이지도 않는다.”

10월27일 오전에 만난 한 방송사 고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이른바 ‘최순실 정국’을 만들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이다. 특히 TV조선과 JTBC가 각종 메가톤급 특종을 연달아 터뜨리며 이슈를 장악했다. 파괴력은 덜했지만 채널A도 특종을 내놓고 존재감을 보여주며 숨 가쁜 경쟁에 합류했다. MBN 또한 전반적인 분위기 조성에 한몫 단단히 했다. 종편의 이러한 무서운 기세는 이렇다 할 보도를 내놓지 못한 지상파의 지리멸렬함과 비교되면서 방송 판도, 특히 보도의 영향력 지형도를 새로이 써가고 있다. 진작부터 광고 매출 측면에서 ‘지상파 하락, 종편 상승’ 흐름이 있었으나 이번 국면을 거치면서 일반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또한 ‘최순실 정국’에서 보이는 방송계의 변화 양상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종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향후 여야의 종편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된다. ‘최순실 정국’의 시작을 열어젖힌 것은 TV조선이다. 7월26일,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이라는 곳이 생겼는데 이 재단이 설립 두 달 만에 대기업에서 500억원 가까운 돈을 끌어모았다고 보도한 것이다. TV조선은 이 과정에 안종범 대통령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다음 날인 7월27일에는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CF 감독 차은택씨가 미르재단의 실세라고 지목하며 “대통령에게 심야 독대 보고를 한다”는 멘트까지 보도했다. 일주일 뒤인 8월2일에는 K스포츠재단 역시 미르재단과 비슷한 의혹이 있다고 후속 보도를 냈다. 
© jtbc뉴스 캡쳐


JTBC 창사 이래 보도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

 돌이켜보면 최순실씨의 이름은 없었지만 최근 터져 나온 각종 의혹들의 물꼬를 정확하게 튼 보도였다. 그러나 이후 10월25일까지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TV조선의 후속 보도는 없었다. 그 사이 청와대는 조선일보의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해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는 용어로 불편한 감정을 표출했다. 결국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이 물러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한 일간지 정치부장은 “지금 생각해 보면 우병우 수석 관련 보도보다도 TV조선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보도에 청와대가 내심 더 불편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9월20일 한겨레가 TV조선 보도를 바탕으로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순실씨가 다니는 단골 마사지센터 원장이었다’고 보도하면서 이들 재단 막후에 있던 최순실씨가 햇볕에 노출됐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관련 추적 보도를 이어가는 와중인 10월24일 이번에는 JTBC가 메가톤급 특종을 보도했다. 200여 개 파일이 들어 있는 최순실씨가 사용하던 태블릿PC를 입수했다며 ‘대통령의 연설문이 최씨에게 사전에 유출됐다’ ‘관련 파일이 44개다’라고 보도했다. 그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가 무력화되는 보도였다. 25일 박 대통령은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그날 저녁 JTBC가 ‘최씨가 외교 안보 인사 관련 민감한 정보도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빛이 바랬다. 25일 보도는 시청률 8.085%(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해 2011년 12월 JTBC 창사 이래 시사보도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종합편성채널 뉴스 프로그램으로서도 신기록이었다. 지상파의 메인 뉴스와 비슷하거나 더 높았다고 볼 수 있는 기록적인 시청률이었다. 특히 20~30대 시청자들의 비중이 3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도 그날부터 특종을 쏟아냈다. 최씨와의 돌발 인터뷰 영상과 최씨가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까지 받아 대통령이 입을 의상을 고르는 장면, 윤전추 청와대 3급 행정관 등에게 지시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후에도 최씨 팀에서 만든 문화융성안을 문화체육관광부가 그대로 실행했다는 등의 단독 보도를 이어갔다. 종편의 질주가 이어지다 보니 지상파 내부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는 10월25일 성명을 내고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 취재와 보도에 있어 그토록 얕잡아보던 종편을 손가락 빨며 바라보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회사를 비판하며 자성했다. SBS는 25일 특별취재팀을 구성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10월26일 “종편은 우리가 그토록 반대하고 무시했던 곳이지만 수백 명의 KBS 기자들이 ‘오늘은 종편 뉴스에 무엇이 나올까?’ 긴장하며 기다리고, 베끼고, 쫓아 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자존심도 버렸고, 자랑스러웠던 과거의 기억도 잊었다”고 실태를 밝혔다. KBS는 26일 오전 ‘최순실’ 사건 전담 TF를 구성했고 MBC도 같은 날 특별취재팀을 구성했다. 
© tv조선 뉴스 캡쳐


종편의 내년 3월 재승인 심사도 관심

 ‘최순실 정국’ 뒤편에서 종편이 관심을 갖는 사안 가운데 하나는 재승인 심사다. 현재 심사 중인데 결과는 내년 3월 나온다. 최악의 경우 재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보도 채널 심사는 방송 평가(400점),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 문화적 필요성(210점) 등 1000점 만점으로 평가된다. 방송사는 1000점 만점에 650점만 넘기면 된다. 미달되더라도 곧바로 ‘승인 취소’가 되는 게 아니라 방통위가 ‘조건부 승인’과 ‘승인 취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재승인이 취소되는 경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종편들은 이에 대비해 9~10월에 걸쳐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했다. 한때 정치적으로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특정 종편이 위험하다는 말이 방송가에 돌았다. 그러나 ‘최순실 정국’이 도래하면서 정권의 힘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 되면서 이런 소리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변수가 있다면 지상파를 중심으로 “종편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이다. 이런 바탕에는 광고 물량의 축소가 자리 잡고 있다. 한 방송사 고위인사는 “광고가 지난해 대비 30%나 줄었다. 매출이 전 같지 않아 방송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외부 진행자를 줄이는 등 긴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종편 하나를 줄이면 1500억~2000억원의 광고 물량이 생긴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종편이 지상파의 광고 물량을 빼앗아갔다는 말이다. 방통위 회의에서 지상파 출신 한 방통위원이 “종편들이 손익분기점도 넘었고 사회적인 영향력도 지상파 못지않게 커졌으니 이에 걸맞은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이 상징적이다. 종편이 출범하면서 나왔던 “종편이 보수 세력을 편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비판도 ‘최순실 정국’을 보면서 달라지고 있는 흐름이다. “정치적 편향성보다 시청률 지상주의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야권 인사들의 종편 출연에 대한 거부감도 예전 같지 않다. 총선 이후 전·현직 의원을 비롯한 많은 야권 인사들이 종편에 출연했거나 하고 있지만 비판적인 목소리는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종편 활용론’을 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는 지난 대선과는 다른 환경에서 내년 대선이 치러질 것임을 예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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