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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후보로 낙인찍힌 반기문 총장, 최순실 게이트 최대 피해자

‘최순실 게이트’의 최대 피해자는 잠재적 대선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11월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기문 팬클럽 발대식 © 시사저널 이종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은 국가 위기 상황에 빠졌다. 권력의 진공 상태는 불가측성을 한껏 높였다. 앞날은 안갯속이다. 책임총리, 거국내각, 하야, 탄핵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형국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예정대로 치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롤러코스터 정국 상황에서 현재 거론되는 대권 주자들 일부는 법적 제약 등으로 인해 아예 출마를 못할 수도 있다. 특히 박원순, 남경필, 안희정 등 지자체장들이 그렇다. 만약 대통령이 하야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은 지자체장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쨌든 이러한 불투명성은 누구에게는 기회가 되고 누구에게는 위기가 된다. 기회를 잡기 위해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먼저 틈을 보고 짓쳐 들어간 이는 ‘변방사또’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언행을 해 온 그가 제일 먼저 달려 나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 구속을 주장했다. 야권 내 선명성 경쟁에서 깃발을 들고 치고 나갔다.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밥도 먼저 먹는다고 했던가. 10월15일 5%(한국갤럽 조사)를 돌파한 지지도는 11월2일 9.3%(알앤써치)까지 올랐다. 최소한 지지도의 상승으로 판단했을 때 그가 이번 국면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열성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이 시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변화하지 않고 자신이 성공한 길을 계속 고집하다가 실패한 사례는 너무 많다. ‘중도 전략’을 취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지도 1위를 탈환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밀어냈다. 그러나 지지도는 여전히 2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기존 지지층을 약간 확장하는 수준이다. 아직 압도적인 흐름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리더십’ ‘확장성’에 대한 의문을 여전히 떨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도권-호남-부산·경남의 삼각축, 특히 새누리당 세가 강했던 부산·경남·울산에서 1위를 기록했다(11월3일 리얼미터 조사)는 점이 주목된다. 자신의 지지 기반을 좀 더 공고히 해 가고 있는 흐름이 엿보인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가장 큰 반사이익

 새누리당에서 존재감을 보인 이는 유승민 의원이다. 아직 지지도에 뚜렷한 변화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최순실 대통령을 뽑은 적이 없는데 박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 국기 문란을 자초하는 일을 했냐가 핵심이다. 대통령은 모든 진실을 국민 앞에 그대로 밝히고 사죄와 용서를 구한 뒤 검찰수사를 받아야 한다.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나라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냈다. 다만 박 대통령에 비판적인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대안으로 그를 지지하기보다 야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은 ‘새누리당 유승민’이 갖고 있는 한계로 보인다. 그렇다면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위기를 맞은 이는 누구일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그야말로 치명타를 입고 있다. 이 상태대로라면 내년 1월 귀국한 뒤 과연 대선 출사표를 던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지지도가 빠르게 떨어졌다. 연이어 최저치를 경신했다. 리얼미터 조사로 봤을 때 9월 대비 11월3일 조사는 7.9%P나 떨어졌다. 10%대 지지도를 기록하며 문 전 대표에 이어 2위로 떨어졌다. 새누리당의 아성(牙城)이라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문 전 대표에게 뒤졌다. 당분간 반등할 호재가 없으니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 총장의 추락은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의 추락과 궤를 같이한다. 이러저러한 말이 나오지만 국민들은 이미 ‘반기문=새누리당 후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반 총장은 이미 ‘새누리당 친박후보’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반 총장 스스로가 박 대통령과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만나는 등 친밀한 모습을 노출한 것이 이런 인식을 심어줬다. 이것은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의 실체가 사실은 ‘박근혜 대망론’이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반 총장이 국민들로부터 현 정치권의 난맥상을 대체할 ‘제3의 인물’로 떠오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 총장이 만약 여야를 떠나 ‘장외 블루칩’ 이미지를 구축했다면 지금 같은 때 오히려 기대치가 올라가면서 지지도가 상승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반 총장이 이미 ‘물이 들었다’고 보고 있다.  

난국 타개할 독자 세력도 부족

 그렇다고 반 총장에게 이 난국을 헤쳐 갈 독자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충청 출신이기는 하나 충청 지역에서 확고한 지지 기반을 구축하지 못했다. 1995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할 때와는 다르다. 그동안 특별히 관리를 했던 것도 아니어서 1년 안 되는 단기간에 세를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손학규, 정의화, 이재오 그리고 새누리당 비박근혜계와 민주당 비문재인계까지 아울러 연대하는, 이른바 ‘제3세력 연대론’을 거론한다. 그러나 ‘제3세력’ 자체가 개념도 모호하고 거론되는 인물들의 계산이 다 달라 단일 대오를 형성해 힘 있게 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정치권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기대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몰락은 반 총장의 정치적 토대가 이제 거의 허물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에게 꽃가마를 태워줄 세력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박 대통령에 덧씌워진 ‘아바타’ 이미지가 반 총장에게도 오버랩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이든, 제3세력이든 결국 반 총장이 거기에 얹혀가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다. 독자적으로 힘을 행사하지 못하는, 실질적인 힘은 다른 곳에 있는 듯한 이미지, 이 또한 반 총장에게 치명타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박 대통령-최순실’ 관계에 넌더리를 냈던 것이 정치적으로는 ‘반기문-제3의 힘’ 가능성에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즉, ‘바지 후보’ ‘바지 대통령’은 싫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국민들은 앞으로 대선후보와 관련해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이나 그를 따르는 세력 등에도 주목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의사 결정을 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정말 가까운 인물들은 누구인가 등 후보 개인에 대한 검증이 더 치밀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정은 평생을 외교관으로 살아온 반 총장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외교는 기본적으로 의전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가 익숙한 외교는 현실 정치와 기본적으로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10년 동안이나 국내를 떠나 있었다는 점, 한 번도 정치적으로 선출직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점 등도 아킬레스건이다. ‘최순실 게이트’ 와중에 반 총장은 출마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요즘 반 총장은 잠 못 이루는 긴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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