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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유승민, 시간차 탈당 가능성 커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형(形)의 정치인이다. 우선 ‘무성대장(약칭 무대)’이라는 별명이 그렇다. 보스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별칭이다. 훤칠한 키에 큰 덩치, 휘적휘적 걷는 걸음걸이는 일단 상대를 압도한다. 마주 앉으면 앞에 작은 산이 하나 있는 느낌이다. 가볍지 않다는, 선이 굵은 것 같다는 신뢰감을 준다. 하지만 덩치에 비해 말은 부드럽고 음색은 편안하다. “어떻노?”하고 던지는 말은 때로 정겹기조차 하다. 싱긋 웃는 미소는 부담스러운 느낌을 일거에 지운다. 그는 사업을 하다가 1980년대 민주화추진협의회에 참여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연을 맺고 정치에 입문했다. 일찍부터 정치판에 발을 담그고 산전수전 겪으며 사무총장-원내대표-대표 등을 지냈다. 메시지와 비전 제시가 명확하지 않고 버티기에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세력화에 강하다. ‘비주류의 좌장’이라는 별칭에서 보듯 그를 따르는 세력이 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색(色)의 정치인이다. 그는 ‘개혁 보수’를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색깔이 있다. 철학이 있다. 기존 새누리당의 고루하고 부패한, ‘친박근혜계’로 상징되는 기득권 보수, 철학 없는 보수를 깨부술 새 인물로 상징화됐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그의 이력은 유학(위스콘신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이어진다. 논리력과 정책 능력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조용하지만 자신의 논지가 뚜렷하다. 그렇다 보니 형님·동생 식(式)으로 세력을 만드는 데는 능숙하지 못하다. 그러나 그의 보수 철학에 공감하는 세력이 있다. 대구·경북 출신으로 지역구가 대구라는 점은 강점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2월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에 참석해 유승민 의원 등 참석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形의 정치인’ 김무성, ‘色의 정치인’ 유승민

 

김무성-유승민은 새누리당 비주류의 두 축이다. 김 전 대표는 11월23일 대통령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정두언 전 의원은 “국민들은 떡 줄 생각도 없는데 나 떡 안 먹겠다고 그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면도 있는데 당 대표 시절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보면 한심했다. 얼마든지 본인이 자기 역할을 하면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수도 있었는데 번번이 ‘30시간 법칙(청와대·친박계 등과 갈등이 생기면 30시간 안에 물러섬)’을 지키면서 꼬리를 내린 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정 전 의원의 분석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불출마 선언을 하기까지 김 전 대표는 나름 꽤 깊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을 것 같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던 2014년 그는 1시간여 동안 필자를 만난 자리에서 “정치를 오래할 생각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 적이 있다. 국회의원은 더 이상 출마할 생각이 없고 대선 도전을 끝으로 정치를 접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런 의지를 갖고 있던 그가 그 뜻을 접은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지금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탈당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새누리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신뢰를 잃었다. 존속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처럼 이름을 바꾸고 대표를 바꾸는 식의 ‘분칠’은 국민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로 정치자금을 실어 날랐던 ‘차떼기 사건’ 때도 지금처럼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진 않았다. 이번 사태는 결이 다르다. 둘째, 친박계의 존재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것에서 보듯 여전히 강한 세력으로 남아 있다.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국회의원 임기가 아직 한참 남아 있기에 이들은 무어라고 하든 똘똘 뭉쳐 있다 보면 새로운 상황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보수의 변화?’ ‘새누리당의 해체?’, 이들에게는 남의 나라 일인 듯하다.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셋째,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의 재구성이 아니라 보수의 재구성’을 꿈꾼다면 길은 정해져 있다. 김 전 대표의 정치적 비전은 새누리당 안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개헌이나 연정 형태로 새판을 만들어가는 것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무성 신당’ 교섭단체 구성할까

 

김 전 대표가 탈당하게 되면 그를 따라 탈당할 의원들은 몇 명이나 될까. 관건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까’이다. 즉 현역 의원 20명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까 여부다. 현 단계에서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김 전 대표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1단계 숫자가 적더라도 결국 최종적으로 20~30명은 탈당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유승민 의원은 대권 도전을 꿈꾼다.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과정과 지난 총선 당시 출마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그는 새로운 아이콘이 됐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유 의원만큼 확장성을 갖고 있는 정치인은 없다. 야권 표까지 끌어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한편으로 그는 새누리당의 텃밭이었던 대구·경북 정치 세력의 적자(嫡子)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박근혜’가 사라진 폐허 위에 남아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생각도 했음 직하다. 그래서인지 웬만해서는 탈당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할 수만 있다면 새누리당을 개혁하는 것이 연착륙하는 길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유 의원 또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가 주류인 친박 측의 승리로 끝났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62표를 얻어 55표를 얻은 비박계 나경원 의원을 제쳤다. 친박계의 조직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친박계가 원내대표 선거에 후보를 낸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던 유 의원은 과연 새누리당에 그대로 남을 것인가. 그는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직후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다. 고민을 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보수의 변화를 새누리당 안에서 실현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이것이 새누리당의 민낯이다”라는 말은 머뭇거리는 유 의원에게 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게다가 이번 사태 와중에 친박계는 유 의원을 견제하는 카드도 들이밀었다. 12월13일 출범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중심의 ‘혁신과통합보수연합’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은 김관용 경북지사다. 김 지사 측근들은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3선을 역임한 풍부한 경험에다 지방분권에 대한 확고한 철학 등 대권 주자로서의 품성과 자질에 손색이 없다”며 김 지사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친박계의 ‘유승민 고사(枯死) 작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철학이 있는 보수, 헌법 정신을 강조하는 그가 친박 세력과 한 지붕 아래 살 수 있을 것인가.

 

김무성-유승민, 두 의원의 선택은 새누리당의 운명, 나아가 정계재편의 흐름을 좌우할 중요 변수이다. 서로 다른 듯 보였던 두 사람의 길은 이제 하나로 합해지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유 의원이 마음을 비운 김 전 대표와 시간차를 두고 의기투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것이 현실화한다면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의 재편이 본격화된 흐름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당 밖에 둥지를 튼 남경필 경기지사, 김용태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손학규 전 고문, 나아가 국민의당과 손잡는 데까지 이어진다면 대선의 판을 흔들 가능성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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