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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화장 때문에 기도법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 주장
“일·음식·자유 달라” 시위에 물대포·테이저건·총으로 대응

19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 샤르-에-나우 지구의 한 미용실에서 여성들이 부르카를 착용한 채 시위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19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 샤르-에-나우 지구의 한 미용실에서 여성들이 부르카를 착용한 채 시위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의 미용실 폐쇄 명령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자 경찰들이 총을 쏘며 집회를 해산시켰다. 19일(현지 시각)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여성 미용사 등 약 50명은 수도 카불의 미용실 밀집 지역인 부처 거리에서 미용실 폐쇄 명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는 정의를 위해 여기 모였다”며 “우리는 일과 음식, 자유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내 빵과 물을 뺏지 말라’고 적힌 팻말 등을 들었다. 탈레반 보안군은 물대포와 테이저건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공중을 향해 총을 쏘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유엔 아프간지원단(UNAMA)은 “미용실 폐쇄 명령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평화로운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것에 매우 우려스럽다”며 “아프간 사람들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견해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 당국은 이를 지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탈레반 내무부는 전국 모든 지역의 미용실을 한 달 안에 폐쇄하고 폐업 신고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미용실에서 화장하는 것이 사치스러우며 가난한 가정에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탈레반은 또 속눈썹 연장과 같은 시술이 이슬람 율법에 맞지 않고 여성들이 화장 때문에 기도 전에 얼굴을 씻고 절을 할 때 이마를 땅에 대는 등의 기도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 미용실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 단체들은 아프간에서 미용실은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공장소이자 일부 여성들의 생계 수단이라며 미용실 폐쇄 명령은 여성의 권리를 또다시 제한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아프간에 재집권한 뒤 여성과 소수자들의 권리 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점차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하면서 여성 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아프간 여성들은 부르카(눈 부위만 뚫린 채 온몸을 가린 이슬람 복장) 착용이 의무이며 남자 친척을 동반하지 않은 ‘나홀로 여행’이나 경제활동, 공공장소 출입 등을 금지당한 상태다. 탈레반이 여자 중·고교를 폐쇄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공립 및 사립 대학교에서 여성들의 수업 참여를 금지하면서 여성들은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마저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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