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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약판매상’ 징역 4년 수감생활 후 실화소설 《1그램의 무게》 펴낸  임제훈 작가
“스스로 마약 끊고 싶어도 못 끊자 아예 목숨 끊으려 시도하기도”

임제훈 작가는 1년 가까이 마약판매상으로 살았다. 빚을 갚을 수 있다기에 시작한 일이었고, 일단 시작한 후엔 어떻게든 많이 팔아 높은 수익을 거두는 데만 골몰했다. 경찰에 붙잡혀 구속된 이후에도 곧 나갈 테니 어떻게 하면 잡히지 않고 마약을 팔 수 있을지, 더 치밀한 계획만 머릿속을 채웠다.  그러나 3.5평 구치소에서 마약중독자들과 보낸 1년이 그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꿨다.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팔았던 그 가루들이 누군가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똑똑히 목도했다. 임 작가는 자신이 무엇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단 한 명이라도 마약에 손을 뻗지 않게 도울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소설로 엮어냈다. 구치소에서 그를 스쳐간 수십 명의 중독자에게서 그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지난해 초 출소해서 현재 경남 합천에 머무르고 있는 임 작가를 시사저널이 7월18일 인터뷰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구치소에서 마약중독자들과 같이 생활하며 자각”

마약 판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 중퇴 후 신용카드회사에서 영업도 하고 보험회사 콜센터에서도 일했다. 회사 동료가 태국 현지 가이드 일을 하면 월급의 두 배는 벌 수 있다기에 태국으로 가게 됐다. 불법 환전 등으로 2년간 월 500만~600만원 정도 벌어 모은 돈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러나 도박에 빠져 전 재산을 탕진해 버렸고 카드론 등 6000만원이나 되는 빚을 지게 됐다. 그러던 차에 마약 판매로 수억원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믿고 캄보디아행을 택했다.” 

마약을 누구에게 어떻게 팔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에게 팔았다. 캄보디아에서 ‘상선’(판매상 두목)에게 마약을 산 다음 관광객으로 위장한 ‘지게꾼’(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하는 운반책)을 통해 한국으로 보낸다. 텔레그램에 마약 광고를 띄우고 사려는 이가 나타나면 대포통장이나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받는다. 그사이 ‘드로퍼(dropper·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운반하는 사람)’는 전달받은 필로폰을 소분해 비닐 포장한 후 전국 각지 특정 건물이나 화장실의 구석진 곳에 붙여둔다. 대금을 지불한 투약자에게 마약이 있는 곳을 알려주면 그들이 직접 마약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마약을 산 사람이 몇 살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직업이 무엇인지는 알 수도 없었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중도에 마약 판매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커다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마약 판매를 하기로 마음먹고 캄보디아로 갔지만 생각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많이 팔아 더 많은 돈을 벌지만 고민했다. 예상했던 만큼의 돈이 내 손에 쥐어지지 않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많았졌다. 그러다가 꼬리가 밟혀 인터폴 수배가 돼버린 상황에서는 제 스스로 돌아올 용기가 없었다.”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처음에는 내가 왜? 어째서? 하는 심정이었다. 죄의식도 없었다. 그저 나라가 정한 규칙을 좀 어기고 장사를 했을 뿐이라는 생각이었고, 마약 판매가 얼마나 큰 죄인지도 몰랐다. 만약 그때 잡히지 않고 지금까지 도망 다니고 있었다면 저는 최하 15년 이상의 실형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큰 죄를 자각하게 된 터닝포인트가 있었나. 

“생각이 서서히 변해갔다. 형이 확정되면 마약 사범들을 분리시켜 수감하지만 미결수들은 마약 사범들끼리 한 방을 쓴다. 재판을 받는 1년여 동안 구치소 3.5평 정도의 방에서 마약 사범 6명이 함께 생활했다. 대부분이 중독자였다. 마약을 팔기만 했지 중독자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긴 처음이었다. 같은 방에는 심지어 저에게서 마약을 샀던이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을 지켜보는 게 힘들어졌고, 내가 대체 무엇을 판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일단 발을 들이면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마약 판매자든 투약자든 절대 마약을 끊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이든 뭐든 누구도 마약에 손대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질 무렵부터 소설 형식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자살할까 두려워 교도소 들어왔다는 사람도”

구치소 내 마약중독자들은 어떤 모습이었나.

“마음, 건강, 가족 모든 것이 무너진 상태였다. 아래턱이 돌아가고 잇몸이 주저앉아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 아직 환각 증세가 남아있어 철창을 붙잡고 온종일 서있는 사람, 종일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돌아다니는 등 틱 증상을 보이는 사람, 똑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하는 사람 등이었다. 하나같이 마약을 접하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말하면서도 밖에 나가면 다시 마약을 팔거나 투약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제가 복역하는 동안 출소했다가 다시 수감된 사람도 많았다. 제가 또 충격을 받은 부분은 그들이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마약을 팔 때는 연예인이나 재벌 등 돈 많은 사람들이 유흥거리로 사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구치소에서 본 투약자 중에 부자로 보이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책에서 스스로를 ‘자살 인도자’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나.

“다른 방에 있던 수감자가 교소도 안에서 자살한 일이 있었다. 얼굴도 아는, 저보다 한 살 어린 젊은 사람이었는데, 소식을 듣고 놀랐다. 마약 초범방을 벗어나서 마약 전과가 화려한 사람들도 많이 봤다. 마약 전과자 중에도 스스로 마약을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니까 아예 목숨을 끊고 싶어 하는 이가 많았다. 마약을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니까 자살할까 두려워 교도소에 들어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혹시나 제가 마약을 팔아 다른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마약 거래나 마약 흡입·복용·투약을 하게 되는 이유는 주로 무엇인가.

“대부분 처음 시작은 호기심 때문이다. ‘나는 중독되지 않을 것이다. 한 번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호기심을 누르지 못했다고들 한다. 그렇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계속 이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지인이나 모르는 사람을 통해 강제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람도 많았다.”

가장 안타까웠던 사례를 소개하자면.

“스물두 살 어린 친구가 있었는데, 투약한 지 4년 됐다고 했다.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이혼했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고 했다. 누나와 형은 어머니를 따라가 연락되지 않고, 아버지도 접견을 오지 않는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마약에 손대 모든 것을 잃은 모습이었다.”

임제훈 작가 장편소설 《1그램의 무게》와 옥중에서 작성한 원고 ⓒ시사저널 최준필
임제훈 작가 장편소설 《1그램의 무게》와 옥중에서 작성한 원고 ⓒ시사저널 최준필

“마약 판매로는 절대 큰돈을 만질 수 없는 구조”

마약 판매로 실제 돈은 얼마나 벌었나.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을 번다고 해서 갔지만, 제 경험에 따르면 거래선 아래쪽인 판매자, 지게꾼, 드로퍼는 절대로 그런 돈을 만질 수 없는 구조다. 마약공장을 가지고 있거나 공장과 직접 거래하는 상선들만 돈을 버는 구조이지, 밑에 있는 사람들은 이용당하기 좋은 도구일 뿐이고, 꼬리가 밟히면 제일 먼저 잘려 나가는 꼬리가 될 뿐이다. 판매를 해도 번 돈의 50% 이상을 상선이 가져간다. 붙잡혔을 때 영화에서처럼 약 때문에라도 동료가 구해 주러 올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유혹에 질 것 같은 분이 있다면 저를 보시고 마음 접으시라고 당부하고 싶다.”

마약청정국이었던 한국이 최근 중·고등학생부터 주부까지 마약에 빠지는 등 심각한 상황이 됐다. 

“현 상황으로는 마약 판매와 투약이 줄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법이 뛰어나도 밀수꾼이나 판매자들을 곧장 체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법안이나 기관이 만들어져 마약 예방, 재활 치료와 관련한 인프라가 확충되어야만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그 전까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약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아무리 건강하고 강한 사람이라도 중독될 수 있다. 호기심 한 번에 많은 것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해외에서 마약 거래로 돈을 버는 한국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뉴스를 보면 최근 1년 사이 적발된 마약 밀수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 양이 시중에 풀렸다고 가정하면, 수십만·수백만 명의 중독자가 더 생겼을지도 모른다. 더 심각한 건 마약 밀수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 밀수와 판매 방식들은 앞으로 점점 더 진화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마약범죄가 근절될 수 있을까.

“한국의 수사력이 높기 때문에 마약범들이 언젠가는 잡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면 수사기관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줘야 할 것 같다. 캄보디아에서 체포됐을 때 저와 친구의 협조로 우리 상선(판매상 두목)도 붙잡혔다. 한국 경찰이 우리를 송환하러 오기까지 18일 정도 걸렸는데, 그사이 상선이 유치장 철창을 끊고 달아나버렸다. 이후 2년 동안 도주하다가 2020년 태국에서 다시 체포돼 징역 18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처음 붙잡혔을 때 한국 경찰이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그 사람이 2년이나 더 마약을 판매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경찰이 힘이든 지원이든 부족했기 때문에 늦게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SNS로 판매하는 사람들은 정말 잡기 힘든 구조다. 마약범죄 관련 정보가 들어와도 움직일 여건이 안 돼 타이밍을 놓치는 상황도 많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어머니와 강아지 봄이·가을이와 지금처럼 탈 없이 살고 싶다. 죄의식이 없던 ‘쓰레기’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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