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에 대한 윤석열 정부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깜깜이식’으로 운영돼온 노조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노동개혁에 앞서 보수층을 집결시키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고 지적이 나온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조사 방해 혐의로 검찰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 공정위는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화물연대 본부와 부산지역본부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시도했으나 화물연대의 불응으로 건물 진입에 실패했다.
이후 공정위 심사관은 고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심사 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달 말에도 건설노조 부산지부에 파업으로 공사 현장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과징금 1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노동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런 행보를 정부 차원의 노조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노조 압박이 시작된 건 지난달 초 화물연대 파업 이후부터다. 노동계에서는 당시 정부가 파업을 사실상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노동 적대 정책을 정국 운영의 핵심으로 삼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2023년을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추진과 공직·노조·기업 3대 부패 척결을 선포했다. 개혁과 부패 척결의 공통 키워드는 노동이었다. 윤 대통령은 최우선 개혁 분야로 노동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후 시작된 정부 차원의 노조 압박이 시작됐다. 그 초점은 노조의 ‘자금’에 맞춰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노동 시장 개혁 추진 계획을 밝히며 노조 회계 투명성 진단을 예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3분기까지 노조의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고, 국토부는 올해 6월까지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취지의 시행령 개정을 하겠다고 했다.
여당도 이런 기조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16명은 최근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이 감사 자료를 매년 정부에 보고하고, 회계 감사는 공인회계사처럼 법적 자격이 있는 사람만 맡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그동안 노조가 조합비를 ‘깜깜이 운영’으로 일관했다는 점을 명분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이미 현행 노조법에 명시된 다양한 의무 조항에 따라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해왔다는 입장이다. 노조법은 6개월마다 1회 이상 노조의 모든 재원 및 용도, 주요 기부자의 성명, 현재 경리 상황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상당수 노조가 회계감사를 내부 간부에게 맡겨 전문성·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노동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기에 앞서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보수층 결집을 노리는 정치적 전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