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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으로 보는 ‘성범죄자 신상 공개’ 10대 핵심 쟁점

최근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제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뜨거운 관심은 ‘불안’이라는 감정과 겹쳐 있다. 김근식·조두순·박병화 같은 강력 성범죄자들이 출소한다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국민은 두렵다. 정부의 여러 정책에도 대한민국은 지금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을 일으킨 조주빈, 최근 경기도 파주시에서 전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기영 등까지 극악한 성범죄는 형태와 장소를 달리하며 반복되고 있다. 다수의 시민은 두렵다. 재범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진다. 조두순보다 심각한 성폭력을 저지른 성범죄자가 오늘도 내일도 ‘나는 모르게’ 계속 출소할 것이라는 사실은 시민들을 더 불안하고 두렵게 만든다. 지금의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그래서 서글픈 우리의 자화상과 같다.  반론도 있다. 법으로 정한 형기를 다 마친 출소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이중 처벌’을 하는 격으로 우리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신상 공개가 범죄 예방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그다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신상 공개가 현대판 ‘주홍글씨’처럼 사회적 낙인 효과를 만들어내 성범죄 전과자들의 재사회화를 가로막고 재범 우려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시사저널은 성범죄자 신상 공개를 둘러싸고 어떤 의견과 주장이 부딪치고 있는지, 그 속에서는 어떤 쟁점과 가치가 맞서고 있는지를 일문일답식으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연합뉴스
2022년 10월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김근식 신상정보 공개를 앞두고 열린 성범죄자 알림e 운영상황 점검회의에서 관계자가 알림e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언제, 왜 생겼나: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아동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던 미국의 메건법(Megan’s Law)이 시초다. 한국에는 2000년 청소년 성매수자(이른바 원조교제)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도입됐다가 그 공개 대상 및 범위가 점차 확대됐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근거 법령이다. 법원이 신상 공개 명령을 내리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집행한다.

2. 어디서, 무엇을 공개하나: 성범죄자의 공개된 신상 내용은 정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 모두에서 확인 가능하다. 실명 인증을 거치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성범죄자의 성명, 나이, 주소 및 실제 거주지(도로명 및 건물번호까지만 공개), 신체 정보(키와 몸무게), 사진, 성범죄 요지(판결일자, 죄명, 선고형량), 성폭력 범죄 전과 사실, 전자장치 부착 여부 등 8가지가 공개된다. 

3. 고지 제도는 무엇인가: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읍·면·동)의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보호세대와 학교 등 아동·청소년 보호기관에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모바일과 우편을 통해 제공하는 제도다. 해당 대상은 카카오톡과 네이버앱을 통해 확인 가능한데, 미확인 시 우편이 발송된다. 고지되는 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되는 8가지와 동일하다. 다만 주소 및 실제 거주지는 상세주소(동·호수)를 포함한다. 해당 지역에 성범죄자가 신규 발생하거나 전입·전출한 경우에 고지된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법무부 보 호관찰소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직원이 전자발찌 부착 시범 을 보이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성

4. 신상 공개를 하는 이유①: 두 가지 핵심 이유가 있다. 우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및 피해자 보호가 주된 이유다. 성범죄자가 사는 지역의 시민들에게 그 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이 자신과 자녀를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고, ‘수백 개의 주의 깊은 눈’ 즉 감시자 역할을 하는 지역 주민이 성범죄자가 위험한 행동을 할 경우 경찰에 신고해 지역사회의 안전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핵심 논리가 자리한다. 

5. 신상 공개를 하는 이유②: 신상 공개라는 제도가 범죄자들의 범죄를 ‘억제’한다는 논리다. 개인은 어떤 행동의 결과를 예측해 행동하는데, 신상 공개라는 제도가 있으면 범죄가 억제되는 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 이미 성범죄를 저질러 자신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범죄자의 경우 자신이 재범을 저지르면 등록·공개된 정보로 인해 체포될 확률이 높고, 다수의 사람이 자신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범죄를 포기한다는 논리도 있다. 

6. 신상 공개를 반대하는 논리①: 법적 절차에 따라 정해진 벌을 다 받은 이들에게 현대판 ‘주홍글씨’라는 이중 처벌의 낙인을 찍어 오히려 재사회화를 막는다는 논리다. 신상 공개가 성범죄자들의 갱생 의지를 꺾어 다시 공동체의 일원으로 돌아오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자포자기의 길로 내몰아 성범죄 억제 효과를 없게 하거나 재범률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다. 

7. 신상 공개를 반대하는 논리②: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가 범죄에 책임이 없는 그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입혀 헌법이 금지한 연좌제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 2013년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신상이 공개된 자의 고등학생 자녀가 ‘아버지가 성범죄자’라는 낙인에 괴로워하다가 고민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8. 신상 공개의 실효성: 학계에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신상정보의 ‘등록’제도는 재범의 억제 효과를 낸다는 논문과 실증적 통계는 상당히 많은 반면, 신상정보 ‘공개’의 범죄 억제 효과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결론을 낸 논문이 많다. 상당수 전문가는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의 재범 위험성 정도를 분류한 후 등급에 따라 다른 공개 방식과 매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9. 해외는 어떻게 다를까: 호주 서호주(Western Australia)주(州)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서호주의 경우 등록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거나 도주해 소재 불명이 된 성범죄자는 인터넷에 신상정보를 공개한다. 고위험군 성범죄자는 지역 주민에게만 웹사이트를 통해 신상정보를 공개한다. 위험도가 높지 않은 등록 성범죄자는 일반인이 자신의 자녀와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특정 인물이 성범죄자인지 아닌지를 경찰에 문의하면 경찰이 이를 개별적으로 공개한다. 

10. 전문가들의 제언: 전문가들은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낮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오히려 제재 일변도의 제도에만 의존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범죄자들의 출소 이후 사회 복귀를 전문가들의 적극적 개입으로 지원하는 모델인 캐나다의 ‘COSA(Circles of Support and Accountability)’ 프로그램은 참고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상담 등을 통해 이들의 사회 복귀 의지를 키운다. 이들이 무슨 어려움을 겪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를 전문가를 통해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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