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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출소자 ‘치료 목적’으로 수용… ‘인권 침해’ 근거도 없어
미국·호주 등 “‘보호수용’은 이중 처벌 아니다” 판단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집 속 사법 공약에는 ‘가석방조건부 보호수용제’가 숨어있었다. 당시에는 누구의 관심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나, 최근 성범죄자 김근식·박병화의 출소 후 거주지 문제와 조두순의 이사 문제 논란으로 이 공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약을 준비할 당시에는 조두순의 전세 임대가 2022년도에 만기 도래할 것이란 사실은 안중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경기도 안산에서는 조두순의 이사와 관련된 논쟁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그는 해를 넘기고도 아직 이사를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살던 곳에 주저앉아 있다. 이른바 성폭력 흉악범, 영미법 범죄학 용어로 ‘Sexually Violent Predators’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한 형사정책의 방향은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일까.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어디서든 이 문제가 사법제도에 커다란 도전이 된다. 결국 같은 하늘 아래 함께해야 한다는 대전제 때문이다. 가장 화해로운 해결책은 바로 그들의 갱생, 완벽한 교화다. 물론 범죄자에 대한 교화는 법무행정의 근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증주의 연구자들은 인간이란 존재가 모두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것만은 아님을 수많은 방법론을 동원해 입증해 왔다. 최근 벌어진 택시기사 살인 사건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은 시신과 함께 먹고 자고, 심지어 그 옆에서 여성과 잠자리를 하기도 하는 범죄자들이 실존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유달리 정신질환을 갖고 있지도 지능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앞으로도 또다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품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고위험 범죄자들의 출소 후 사회 복귀는 오래전부터 논쟁거리가 돼왔으며 비단 우리만의 고민거리도 아니다. 서구 선진사회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늘 사법정의에 커다란 도전과제를 던져주곤 했다. 이들을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자 하는 유혹은 인권이라고는 모르는 무식한 자들만의 고민거리가 아닌 것이다. 영어로 된 법령 이름에도 드러나듯 ‘Predators(포식자·약탈자)’로부터 어린아이나 힘없는 여성들, 심지어는 남자 아이들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사법제도가 꼭 달성해야 하는 당위이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최준필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12년 형기를 마치고 2020년 12월12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본질적으로 예방적인 것, ‘처벌’의 개념 아냐

현재 국내의 경우, ‘보호수용법’ 즉 출소자에 대한 전문처우시설 수용 입법과 관련해 ‘이중 처벌 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이 언제나 발목을 잡는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 중 ‘보호수용법’은 범죄자 개별 특성에 맞춘 치료 목적의 제도를 운영하고자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형기를 마친 대상자를 시설에 재수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중 처벌’이라는 헌법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중 처벌 금지의 원칙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형벌권이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1항에 규정되어 있는 기본권이다. 이는 어떤 사건에 대해 일단 판결이 나오고 그것이 확정되면 그 사건을 다시 같은 소송으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一案已经不再理) 원칙과도 관련이 있다. 해외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로 출소 이후 치료 목적의 지속적인 수용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는 처분이라는 비판은 언제나 있어 왔다. 하지만 미국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는 보호수용 제도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 캔자스주에서는 5~20년 형기 중 10년을 복역한 헨드릭스에게 처음으로 가석방을 조건으로 보호수용하는 ‘성폭력 흉악범 법안(Sexually Violent Predator 법, 이하 SVP법)’을 적용하려고 했다. 헨드릭스는 이 법이 자신의 헌법적 권리와 이중 처벌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미국 대법원은 그의 주장을 기각하고 캔자스 SVP 법안의 합헌성을 지지했다. 이러한 법률들은 본질적으로 형사법이 아닌 민사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법원은 추가적인 헌법적 보호의 의무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즉 보호수용은 피고인들의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그들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지역사회의 이익을 위해 추가적으로 이뤄지는 ‘민사적 조치’라는 것이다. 호주 퀸즐랜드주에서도 유사한 판결 사례가 보고되었다. 다수의 아동을 성폭행한 수형자 파돈은 출소 후 지속적인 구금 명령이 내려지자 헌법적 근거에 따라 이중 처벌이자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호주 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퀸즐랜드주 법률에 따라 범죄자를 계속 구금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가 전문가들에 의해 ‘용납할 수 없는’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지속적으로 구금을 하는 상황에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꾸준히 항소의 기회를 제공하므로 인권 침해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해당 법은 본질적으로 예방적(preventive)인 것이지 ‘처벌’의 개념에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처럼 출소 성범죄자들에 대한 치료 목적의 보호수용 제도가 이중 처벌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쟁은 계속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들처럼, 보호수용이 응보적 형벌권의 행사가 아니라 사회의 안녕과 재범 고위험군의 효과적인 재사회화를 위한 치료 목적의 처분으로 취급될 여지는 국내에도 충분히 존재한다.  

언젠가 사회로 돌아올 이들, 치료 놓쳐선 안 돼

현재 국회에 발의된 보호수용법의 절차와 내용을 살펴보면, 교정시설과는 전혀 다르게 설계함으로써 인권 친화적이면서도 치료시설로 운영돼 이중 처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다. 현재 출소자들을 위해 마련된 갱생보호시설만 봐도 사실상 교도소 형태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운영 역시 법무부가 아닌 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하고 있다. 만일 윤 대통령의 공약대로 가석방 심사 후 조건부 처분이 집행되는 보안시설로 승격된다면 전자감시나 신상 공개 대상자들을 야간에 수용하는 일 또한 어렵지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 낮에는 외출도 가능하지만 야간의 경우 보호관찰관의 집중적인 보안 수용을 시행한다면 지역사회에도 큰 위험이 되진 않을 것이다. 보호수용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꼭 알아두어야 할 세 가지 명제는 혼자 사는 것보다 동거인이 있는 경우 훨씬 사회적 적응력이 높아진다는 점, 그리고 채찍뿐 아니라 당근도 함께 제공되어야 삶의 동기를 갖게 될 것이란 점, 마지막으로 바로 그들이 언젠가는 꼭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부디 치료 목적의 중간 처우 형태인 보호수용법이 입법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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