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0세 목사 권아무개씨, “영적 체험” 속여 교회에서 20대 여신도 성폭행
“죄질이 심히 불량” 1심에서 징역 3년 선고…권씨, 대형 로펌 선임해 항소심 준비
피해자 부모, 30년 전부터 권 목사 교회 다녀
피해자 김서연씨의 부친 A씨와 모친 B씨는 약 30년 전부터 권씨가 목회하는 교회에 다녔으며, 권씨의 주례로 결혼했다. A씨와 B씨는 일반 교인 이상이었다. 교회 내 여러 직책을 맡기도 하며 30년 가까이 목사의 일을 가까이에서 도왔다. 서연씨도 당연하게 부모의 영향으로 태어날 때부터 이 교회의 교인이었고, 어려서부터 늘 교회에서 생활하며 자랐다. 시사저널이 만난 서연씨와 가족, 이 교회에 다녔던 다수의 전 신도들에 따르면 권씨는 ‘목사에 대한 순종’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했다. 교회 안에서 목사의 말은 곧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겨졌다. 권씨 스스로 교인들에게 그렇게 강조했다. 그는 자신을 성경 속 인물인 모세로 칭하기도 했다. 교인들은 교회에 마음뿐만 아니라 금전과 시간 등 물리적인 헌신도 할 것을 강요받았다. 해당 교회 교인이었던 한 신도는 “보통 교회에서 십일조(수익의 10분의 1을 헌금하는 것)를 내지만, 권 목사는 늘 그 이상을 요구했고, 많은 교인들이 자기 재산의 상당 부분을 교회에 헌금했다”고 말했다. 특히 권씨는 신도들에게 평소 자신의 말들을 기록하고 기억하라고 했다. 이로 인해 교인 대부분이 항상 목사의 말을 녹음하고 메모했다. 교회 내에선 ‘핑퐁’이라는 시간이 자주 있었다고 한다. 교인들은 목사가 했던 말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어떻게 그 말을 따랐는지 발표해야 했다.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면 다른 신도들 앞에서 권씨로부터 공개적으로 꾸지람을 받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권씨의 범죄행위는 자신의 엽기적인 강요들로 인해 더 명백히 드러나게 됐다. 서연씨가 권씨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할 때 녹취와 기록들을 남겼던 것이다. 판결문과 성폭행 당시 서연씨가 녹취한 기록 등 시사저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권씨가 본격적으로 서연씨에게 접근하기 시작한 건 2018년경이다. 서연씨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다. 권씨는 서연씨에게 “내 옆에서 오른팔처럼 섬겨야 진정한 ‘다바크’가 되는 것”이라며 자신의 비서 역할을 맡게 했다. 성경 속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에서 등장하는 히브리어 ‘다바크’는 권씨가 신도들에게 항상 강조했던 말 중 하나다. 한창 공부에 매진할 나이였던 서연씨는 언제든 권씨가 부르면 즉시 달려가야 했다. 서연씨는 교회 청소뿐 아니라 권씨의 빨래 등을 정리하는 일도 맡았다. 이때부터 권씨의 범죄는 꽤나 계획적으로 실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연씨가 스무 살이 되던 2019년 권씨는 유독 ‘순결’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권씨는 개인적으로 서연씨를 불러 “음란의 영(靈)을 조심하라”며 순결을 강조하고 공포감을 조성했다. 그해 8월24일 권씨는 성도들을 모아놓고 ‘순결 교육’을 하기도 했다. 이때 권씨의 발언은 서연씨의 녹취에 남아있다. 권씨는 성도들에게 “나와 다바크가 안 됐다”고 질타하며 “너희 교회의 선배들도 순결을 목사님께 바칠 수준이었다”고 말했다.“날 위해 생명까지 바칠 수 있냐” 물은 뒤 추행
교육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연씨에 대한 권씨의 직접적인 범죄행위가 시작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9년 10월말경 권씨는 서연씨를 목양실(목사의 개인 사무실)로 불러 ‘네가 찬양하는 모습에서 여인의 모습을 보았고 가슴이 보였다’며 ‘나이 들고 지친 나를 위해 젊고 혈기 왕성한 네 생기를 주어 나를 기쁘게 하라’는 식으로 말했다. 서연씨는 정확히 이 말이 의도하는 바를 알진 못했다. 구두에 의한 추행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성폭력은 그해 11월18일 벌어졌다. 늦은 밤 권씨는 서연씨를 목양실로 불렀다. 권씨는 서연씨에게 입맞춤을 요구한 뒤 “네가 지금 정말 목사님을 위해서 생명까지 바칠 수 있냐” “이제 너한테 단독적으로 얘기한다. 너 지금 목사님한테 가슴을 보일 수 있겠냐” “목사님을 통해서 네가 정말 ‘내 주의 종 앞에 나의 생명을 바칩니다’ 그런 결단이 들어가는 거야” “가만히 생각해 봐. ‘모든 것은 목사님의 것입니다’” 등의 말로 종용한 뒤 추행했다. 이날의 상황은 서연씨의 녹취 속에 그대로 담겼다. 이후 권씨는 추행 강도를 높여가며 여러 차례 서연씨를 추행했다.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한 추행도 이뤄졌다. 추행 때마다 권씨는 “다른 남녀 관계처럼 음란하다 생각하면 안 된다”며 자신의 범죄행위가 영적 체험이자 신앙생활의 일환인 것처럼 속였다. 아울러 권씨는 ‘너는 특별한 존재다. 다른 사람이 질투할 수 있다’며 서연씨에게 비밀을 지키도록 종용했다. 추행은 결국 성폭행으로 이어졌다. 피해자의 증언과 판결문 등에 따르면 권씨는 2020년 2월7일 피해자에게 ‘네가 이제 준비가 된 것 같다’며 성관계를 할 시기가 됐다는 취지로 말했고 ‘남자, 여자가 몸을 나누는 영상을 찾아봐라’고 지시했다. 실제 성폭행은 2월 중순 처음 이뤄졌다. 권씨는 ‘나의 DNA를 받고 여호수아 세대 대표로서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한다’며 서연씨를 성폭행했다. 이후 권씨의 범죄는 점점 더 자주, 노골적으로 행해졌다. 피해자가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밝혀도 권씨의 성폭행은 이뤄졌다. 권씨는 관계 도중 서연씨에게 기도를 해준다면서 ‘내 DNA를 전부 받아 앞으로 우주시대, 통일시대 주인공으로 쓰임 받게 해달라’고 말하는 등 지속적으로 자신의 범죄행위가 영적 훈련이나 체험인 것처럼 서연씨를 세뇌하고 안심시켰다. 어려서부터 목사에 대한 순종과 충성을 강요받아온 서연씨는 목사의 말대로 그저 영적 체험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20년 5월말 서연씨는 교회 내 같은 청년 신도였던 C씨와 D씨에게 목사 권씨로 인해 겪은 일들에 대해 ‘영적 체험’이라고 얘기하게 됐다. 이때 C씨와 D씨가 서연씨에게 사실을 일깨워주면서 서연씨는 자신이 성폭행 피해를 당해 왔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서연씨의 기억과 녹취 등 기록에 의하면 이미 수차례의 성폭행이 이뤄진 뒤였다.새 교회 연 가해자 아내와 신도들 “우리가 피해자” 주장
오히려 검찰 역시 적은 형량에 반발하며 항소했다. 서연씨와 그 가족도 시사저널에 “예상보다 적은 형량이 나왔다”며 1심 결과에 대해 큰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2심에서 형량이 높아질 여지는 여전히 있다. 형사 전문 엔케이법률사무소의 고영상 변호사는 “동일한 범죄에서 일반적으로 4~6년이 선고됐지만 이 사건은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이 참작된 것 같다”며 “검찰이 항소했고, 녹취 등 명백한 증거들이 존재한다면 2심에서 형량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권씨는 2심에서 모 대형 로펌의 판사 출신 전관 변호인들을 새롭게 선임한 상황이다. 시사저널은 권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해당 로펌 측에 문의했지만, 답은 없었다. 현재 사건이 발생한 구기동의 교회는 문을 닫았고, 권씨는 일부 교인들과 함께 고양시 삼송동으로 옮겨가 ‘새로운OO교회’라는 이름의 교회를 열었다. 권씨가 구속된 이후 해당 교회는 아내 고씨가 담임목사로 있다.시사저널은 모든 취재 과정 및 기사 작성에 있어 피해자의 동의를 구한 후 진행했고, 피해자가 직접 보관해둔 녹취록 및 법원의 판결문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구체적인 피해 내용은 피해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고려해 최대한 기사에서 제외했습니다.
☞ 연관기사
구기동 목사 성폭행 피해자 “가해자, 다신 목회 활동 해선 안 돼”
성폭행 가해자 권아무개 목사, 통일교 출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