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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해자와 가족, 조력자들 “‘네 잘못이야’라는 2차 가해는 더 끔찍했다”
피해자,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시달려
11월16일 시사저널 취재진과 만난 서연씨는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 그때의 생각이 자꾸 난다. 저를 세뇌했던 권씨의 말들이 아직도 일상생활에서 저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들이 가장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서연씨는 권씨에 의해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던 2019년 10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약 8개월 동안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서연씨는 “모든 교인은 목사의 말에 무조건 순종해야 했다. 권씨는 자신을 모세라고 칭하면서 ‘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조건 순종하고 섬겨야 한다’고 세뇌했다”며 “(피해 당시 목사의 말들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했고, 전혀 성폭행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그냥 그게 내 사명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피해를 당하면서도 서연씨는 오히려 자책할 때가 많았다. 목사의 말에 더 잘 순종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탓하고 반성했다. 교회 내 같은 청년인 C씨와 D씨에게 털어놓으며 성폭행을 인지한 뒤에도 서연씨를 엄습한 것은 도리어 공포였다. 서연씨는 “권씨가 저를 해치러 올까 봐 길을 가다 갑자기 주저앉기도 했다. 무서웠다.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까. 화를 낼 것 같아 두려웠다”고 말했다. 서연씨는 공포감에 며칠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피해자였지만, 평생 정신을 지배해 왔던 권씨의 말들이 오히려 서연씨를 움츠러들게 한 것이었다. 권씨의 교회에 약 30년 가까이 다니며 어려서부터 서연씨에게 신앙생활을 강조해 왔던 부모 A씨와 B씨 역시 사건 이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딸에게 벌어진 일들에 자신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다. 11월22일 시사저널과 만난 부친 A씨는 “자책을 많이 했다. 우리의 괴로움보다 (딸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이 일로 딸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 것 아닌가.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모친 B씨도 “부모로서 딸을 지켜주지 못했고 처음에 이 일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동시에 권씨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몰려왔다. A씨는 “권씨에게도 서연이 또래의 아들과 딸이 있다. 그런데도 내 딸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다. 사건 직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겁박했다”며 “가해자는 한 번도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한 적 없다. 오히려 항소하지 않았나. 증거가 다 있는데도 피해자한테 잘못을 떠넘기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A씨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부끄러운 죄를 짓고 부끄러움도 모르고, 반성도 안 하는 가해자가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또 사회적으로 이런 이단, 사이비가 나와서 이렇게 교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사회에 꼭 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사건 자체만큼이나 서연씨와 가족, 그리고 조력자들을 힘들게 했던 건 오랫동안 교회에서 동고동락했던 권씨 주변인들의 2차 가해였다. 서연씨는 자신의 피해 내용을 교회 사람들에게 알린 직후 그들로부터 받았던 상처들을 잊지 못한다. 권씨를 두둔하는 사람들은 도리어 서연씨 탓을 했다. “네가 좋아서 한 거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연씨는 고소 직전인 2020년 6월9일 가해자 권씨와 아내 고아무개씨와 대면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심각한 2차 가해가 벌어졌다. 당시 상황들도 서연씨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기록됐다. 권씨와 고씨는 서연씨를 향해 “네가 다른 곳에 얘기를 하고 다녀서 화근이 된 것”이라며 “원하는 게 뭐냐” “네가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러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다그쳤다. 고씨는 또 “너도 인생 끝났다”면서 “너도 같이 했잖아? 처음부터 아니었으면 네가 하지 말아야지”라고 했다. 권씨는 서연씨에게 “고 목사(아내)는 너랑 나를 간통죄로 집어넣겠단다. 그럼 너랑 나랑 법정에 서는 거야. 똑같은 피해자야”라며 “나는 진짜로 너를 아낀다. 지금도 변함없다. 나는 순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씨와 고씨는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너도 피해를 보니 더 이상 일을 확산시키지 말라” “덮어야 한다”는 식으로 협박했다.조력자도 살해 협박·미행에 큰 피해 당해
서연씨에게 처음으로 성폭행 피해 사실을 인지시켜주고 이후 과정에서도 가장 가까이에서 적극적으로 도왔던 건 조력자 C씨와 D씨다. 특히 C씨는 사건이 드러나기 불과 5개월여 전 교회에 처음 나왔지만, 적극적으로 서연씨를 도왔다. 이들은 서연씨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인지한 뒤 극도로 힘들어할 때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돼줬고, 서연씨가 교인들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할 때도 막아줬다. C씨와 D씨도 2차 가해로 큰 피해를 당했다. 권씨와 고씨, 일부 교인들은 서연씨를 도운 두 사람이 교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서연씨를 유혹해 없는 사실을 조작한 것이라고 모함했다. 교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을 ‘출교’(교인에서 제명)시켰다. 11월23일 시사저널과 만난 C씨와 D씨는 “2차 가해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C씨는 교인들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고, 미행을 당하기도 했다. 교회에 다니지도 않던 가족들마저도 정신적 피해를 당해야 했다. 교인들은 오랫동안 함께 교회를 다녔던 D씨에게도 “유학 가라” “다니는 대학에 전단지를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두 사람은 피해자를 도우려다 많은 것을 잃었다. 서연씨는 “세뇌에서 벗어나도록 C씨가 도와줬고, 아마 그 도움이 없었다면 아직도 그 교회에 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끔찍했던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해 주변에서 오해하고 있고, 저로 인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피해자와 가족, 조력자들은 “지금도 진실을 모르고 있는 교인들이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피해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언론 앞에 용기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서연씨는 “아직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불쌍하다. 보도를 통해 진실을 말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서연씨는 가해자가 다시는 목회 활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연씨는 “저처럼 가해자에게 이전에 당했던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다면 드러나야 하고, 앞으로도 다시는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들이 사건이 잊히면 다시 복귀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활동하는 것은 개신교의 큰 문젯거리로 지목된다. 가해자 권씨가 최근까지 속해 있던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호헌 측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권씨는 다른 교단에 있다가 우리 교단으로 온 사람인데, 교회에서 일어난 사정들을 듣고 교단에 유익하지 않겠다 싶어서 제명 처리했다”며 “해당 목사(권씨)가 적어도 우리 교단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에서 2020년에 걸쳐 “영적 체험”이라고 속이며 서연씨를 수차례 성폭행한 목사 권씨는 2022년 10월12일 1심에서 피보호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은 적은 형량에 반발하며 항소했고, 권씨 측도 법원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한 상태다. 권씨는 새 변호인으로 모 대형 로펌의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을 선임했다.시사저널은 모든 취재 과정 및 기사 작성에 있어 피해자의 동의를 구한 후 진행했고, 피해자가 직접 보관해둔 녹취록 및 법원의 판결문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구체적인 피해 내용은 피해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고려해 최대한 기사에서 제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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