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 속설과 자가 진단 습관에 빠지지 말아야”
장수 위해 좋은 친구·배우자·주치의 필요

몇 년 전, 어느 TV 방송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첫째 건강, 둘째 자녀 교육, 셋째 재산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제일 선호하는 건강은 어찌 보면 다른 나라 국민도 거의 비슷할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건강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와 학문적 의미에 큰 차이가 있다. 학문적인 건강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하고 가난하지도 무식하지도 않은 완벽한 상태(complete state)다. 그렇다 보니 누구나 원하는 건강은 세상에서 누구도 가질 수 없다.  단지 흔히 우리가 말하는 건강은 완벽하지는 않으나 그럭저럭 유지하는 것, 즉 웰빙(wellbeing)이다. 웰빙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충분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여건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학문적인 건강은 누구도 가질 수 없지만, 웰빙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은 어떤 건강 행위를 할까? 말도 안 되는 건강 속설 특히 먹거리 타령이 대부분이다. 어떤 음식이 무슨 병에 좋다, 당뇨에는 잡곡·보리·현미밥을 먹어라, 3백(흰쌀·흰밀가루·흰설탕)을 피하라, 소식 다채하라, 아침은 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 무슨 나물을 먹어라, 고구마를 먹으면 무엇이 좋아진다, 도가니탕이 관절에 좋다, 수험생에게 좋은 음식이 있다, 유산균을 먹어라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아예 각종 TV 프로그램에서는 의사·한의사·연예인·방송인을 모아놓고 대부분 여과되지 않고 증명되지 않은 단순한 각종 음식을 마치 특별한 건강식처럼 소개한다.  또 반신욕을 하라, 복식 호흡을 하라, 물구나무서기를 하라, 뒤로 걸어라, 맨발로 걸어라 등의 주문은 물론, 각종 건강 목욕 비법, 이상한 체조, 심지어는 대머리 예방법이라며 머리를 때리지 않나, 학처럼 장수한다고 학처럼 서있으라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속설이 난무한다. 지난 3년여 동안 우리는 코로나19 유행을 겪었다. 그리고 또 앞으로 특히 전염병 분야에서 어떠한 질병 또는 의학적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전염병과 타 질병의 예방과 관리, 치료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과학적 증거가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 따라서 어떤 질병이 발생할까를 염려하기보다 위와 같은 건강 속설을 맹신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또 의사가 아닌 자신이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하고, 하물며 이웃에게까지 이런 무자격 의료 행위를 전파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코미디 같은 건강 유지법이나 질병 치료법 등이 아무런 여과 없이 사회에서 판치고 있다. 질병은 한두 가지로 발생하고 치료되지 않는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질병은 한두 가지로 발생·치료 안 돼

어렸을 적 만화로 봤던 것들이 과학의 발달로 현실화됐다. 앞으로 인간의 생활이 어떻게 변화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과학의 발달은 눈부시게 전개되고 있다. 의학도 엄청난 변화를 이루었다. 유전 연구, 각종 질병의 원인 규명, 치료 방법, 진단법 등 이제는 ‘인체의 신비’란 말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장기(뇌·심장·콩팥·폐 등과 혈관)를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시대다.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의학도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다. 모든 장기를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시대다. 또 의료 로봇이 일정 부분 도움을 주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각종 만성질환과 고질병 등을 예방하고 인공 장기가 일반화될 것이다. 걱정스럽기도 하고 기대가 되는 장수(수명 연장)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과학과 의학의 엄청난 발전은 현재 우리 인간들에게 발생하는 각종 질병의 양상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최근 3년간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을 괴롭혔다. 그러나 인간과 이 바이러스의 싸움은 거의 끝난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자꾸 코로나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새로운 양상의 코로나로 변형되지만, 인간의 의학은 이 전염병에 대한 원인, 예방법, 백신, 치료법 등을 완벽하지는 않으나 거의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코로나19를 독감 등과 같은 하나의 전염병으로 간주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또 어떠한 질병이 출현해 우리 인간을 괴롭힐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결국 세균(바이러스 등)에 의한 전염병, 환경 변화에 따른 인간의 적응 문제로 인한 질병, 암 등 생활환경과 관계되는 이른바 생활습관병(비만·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문명의 이기인 각종 IT 제품 때문에 발생할 눈·심장·근육·척추·비만 등의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잠재해 왔던 것이 발현된 것이다. 이에 대한 의학적 대처가 새롭게 탄생할 것이다.   

건강 유지를 위한 7가지 원칙 

어떠한 의학적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질병과 재앙을 만들더라도 우리의 건강과 웰빙을 지킬 원칙을 지킴으로써 질적 그리고 양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의사로서의 경험과 연구 등을 종합해 건강을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하고 싶다. 첫째, 음식의 종류가 아니라 무엇이든지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인은 고기를 조금 더 먹어야 한다. 둘째, 여건에 따라 하루 세끼를 꼭 먹을 필요는 없지만 간식은 피해야 한다. 셋째, 술은 2표준잔(맥주 355cc, 막걸리 한 사발, 소주 2.5잔, 포도주 1잔 등)으로 제한한다. 넷째는 금연이고, 다섯째는 운동이며, 여섯째는 잠을 잘 자는 것이고, 일곱째는 의사의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다.  이 일곱 가지는 미국 캘리포니아 앨러미다(Alameda) 카운티에서 7년간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와 필자의 임상 경험을 합한 내용이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약의 오남용을 피하라는 것이다. 결국 건강을 지키는 것은 우리가 뻔히 아는 상식 수준이지, 그 이상의 특별한 것이 없다. 또 장수라는 관점에서 필요한 것을 열거하자면 좋은 친구, 좋은 배우자, 좋은 주치의를 추가하고 싶다. 2023년 새해를 맞아 건강의 비결은 상식적인 것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엉터리 건강 속설, 자가 진단·치료하는 습관을 멈추자.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