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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분양 아파트, 최대 11만 호 증가 전망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재현 우려
주택구입부담지수, 2004년 이후 최고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 대출로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의 대출상환 부담을 나타낸다.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 구입 부담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으로 가구소득의 약 25%를 부담하면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00으로 산출된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가 인상될수록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상승한다. 주택구입부담지수 상승은 현재 주택 가격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유효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자산 가격은 누군가 높은 가격으로 계속 사줄 때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높아진 가격과 부담으로 인해 사줄 사람이 줄어든다면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현재 한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다. 수요와 함께 공급도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은 매물의 양이다.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팔기 위해 얼마나 시장에 매물을 내놓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매물 증가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서울의 경우 1년 전과 비교해 매물 양이 24% 증가했다. 반면 2022년 5월 이후 매물의 양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경기도 또한 1년 전보다 매물의 양이 48% 증가했으나 2022년 5월 이후 매물이 소폭 감소했다. 주택 수요 감소에도 매물이 크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주택 가격 하락 폭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수요 감소에 따라 주택 가격이 하락하지만, 하락 폭은 매물의 양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주택 매물이 증가하면 주택 가격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 매물 증감에는 전세 가격 변화가 영향을 준다. 특히, 갭 투자(전세를 끼고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를 통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전세 가격이 하락하면 주택을 팔게 된다. 전세 가격은 2022년 5월 이후 지속 하락하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전월 대비 전세 가격은 전국 0.6%, 서울 0.8%, 경기도 0.5% 하락했다. 금리 인상 및 월세 증가 등 다양한 요인으로 전세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입주 물량이 충분한 상황에서 전세 가격 하락 폭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세 가격 하락은 매도 물량 증가의 원인이 되고 매물이 증가하면 주택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서울+경기+인천 기준 17만8000호로 예상된다. 신규 세대를 고려하면 입주 물량은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히려 2018년 이후 크게 증가한 입주 물량을 감안할 때 누적 입주 물량은 과다한 상황이다. 충분한 입주 물량은 추가적인 전세 가격 하락 원인이 될 전망이다. 2023년 서울 입주 물량은 2만4170호다. 특히 강남구의 입주 물량이 6371호로 2014년 이후 최대 물량이다. 2023년뿐만 아니라 2024년 강남구 입주 물량은 6702호에 이른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미분양 아파트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데 무주택자가 무리하게 집을 살 이유가 없다. 2023년 일반분양 아파트는 전국 22만 호로 2022년 26만 호 대비 15% 감소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인해 민간 중심의 분양 아파트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현재 기준으로 사업 단계상 분양 연기가 불가능한 물량은 13만 호다. 일반분양이 감소함에도 미분양 아파트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9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4만7217호다. 2021년 9월 1만5000호에서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2023년 미분양 아파트는 8만9000호로 추정된다. 시장 위축 정도에 따라 최대 11만 호로 증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민간 아파트 초기 분양률도 하락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기준 초기 분양률은 전국 82%, 서울 93%, 경기도 92%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면 추가적인 아파트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미분양 아파트를 생각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불어닥쳤던 부동산 혹한기가 떠오른다. 금융시장 위축과 함께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했고 2008년 12월에는 초기 분양에 실패한 아파트가 역대 최고 수치인 16만6000호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도 전국 기준 5만 호를 돌파했다. 불 꺼진 미분양 아파트 증가는 또 다른 주택 가격 하락 원인이 됐다. 또한 유동성 위기가 확대돼 문을 닫아야 했던 건설회사가 속출했다. 따라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면 시행사나 건설회사들은 아파트 분양을 연기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선 분양을 연기할 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이다. 주택사업은 대부분 토지 매입부터 큰 규모의 차입을 통해 이뤄진다.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비용이 증가하고 사업이 예상보다 지연될수록 비용은 늘어난다. 부동산 PF 만기 연장 문제도 존재한다. 최근 레고랜드에서 비롯된 부동산 PF 문제가 커지면서 사업별로 분양을 연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시행사나 건설회사는 아파트 분양 연기가 불가능하고 분양하면 미분양이 증가하는 사면초가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장기적으로 공급 감소의 신호 될 수도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장기 공급 부족 문제다. 2008년 이후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건설회사들은 주택사업 자체를 크게 축소했다. 사업 축소는 분양 감소로 이어지고 부동산 가격이 회복할 때 상승 폭을 키우는 원인이 됐다. 근본적인 원인은 주택 공급에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떨어지면 주택 공급을 바로 줄여도 가격이 상승하면 주택 공급을 즉시 늘리지 못한다. 가격이 상승할 때 공급을 늘리기 위해 준비하다가 막상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이 증가하고,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주택사업을 줄여 가격이 상승할 때 공급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주택 공급 시차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가 바로 미분양 아파트다.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한다는 것은 시장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단기적으로는 주택 가격 하락 폭이 커진다는 의미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2023년 미분양 아파트를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