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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불러올 5개의 ‘정치 회오리’
①수사 결과의 파장 ②체포동의안 여론 ③野 원내대표 경선 ④윤석열의 승부수 ⑤중도·무당층의 향배
1. 검찰의 수사 발표: 여론과 재판에 영향 미칠 풍향계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기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주당 역시 검찰의 이 대표를 향한 구인 시도와 기소를 상수로 여긴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쏠리고 있다. 검찰이 과연 △움직일 수 없는 증거 △향후 재판부에서 반박당하지 않을 논리 △한 점 의구심 없는 공정한 수사 결과 등을 내놓을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네이버 등 기업 6곳이 성남FC에 160여억원의 후원금을 냈는데, 이 과정에서 성남시가 해당 기업의 각종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 줬다는 게 사건의 개요다. 기업 요구를 들어주고 시민구단에 후원금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과연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리적 논박이 치열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이 대표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 공여 혐의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많다면서, 이 사건이 이 대표 사법 리스크의 첫 번째로 배치된 점이 미묘한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의 수사 결과가 여론의 눈높이를 맞추는지 여부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법적 다툼은 물론 향후 계속될 검찰의 다른 수사에까지 파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건의 디테일까지 관심을 갖기보다는 수사 결과에 대한 여론 형성 흐름에 따라 이 사건은 물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의혹 전체에 대한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검찰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최근 검찰에서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대장동 비리 의혹을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는 이유도 혹시 모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검찰의 성남FC 후원금 관련 수사 결과는 민주당의 단일대오 전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현재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이 대표와 함께 스크럼을 짜며 맞서고 있다. 실제 1월10일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할 당시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것은 물론 소속 의원 40여 명이 함께했다. 아직 이 대표를 옭아맬 확실한 증거 ‘한 방’이 없으니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민주당의 내부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긴 결정적 장면이다. 이 대표 역시 입장문을 통해 “검찰 소환은 유례없는 탄압이며,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입장문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 조봉암 사법살인 사건 등이 등장했다.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 프레임에 가두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결국 검찰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여론은 ‘정의 구현’이라는 여권의 프레임과 ‘정치보복’이라는 야권의 프레임 중 한쪽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2. 체포동의안 국회 제출: 한동훈 또 등판해 野 압박할까
검찰의 시나리오대로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구속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더 있다. 현재 1월 임시국회가 열려 있는 상태인데, 회기 중 국회의원 신분인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적용받는다. 즉 회기 중 이 대표를 체포·구금하려면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발표되는지가 변수가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169석의 민주당이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연속성’이다. 민주당이 계속 임시국회를 이어갈지, 이어간다면 어떤 명분을 내세울 것인지, ‘방탄국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는 명분인지 등은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다. 제1 야당인 민주당으로서도 ‘일하는 국회’가 아닌 ‘방탄국회’라는 프레임이 고착화되는 점은 분명 부담이다. 만약 1년 내내 사정 정국이 펼쳐지고, 중요한 고비 때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이슈가 부각된다면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과 여권에도 연속성은 중요한 변수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사건 외에도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다양한 수사를 받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으로 제출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도 다른 의혹으로 계속 체포동의안을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체포동의안이 계속 부결된다는 점은 부담일 수 있다. 물론 민주당을 향한 방탄 프레임을 더 고착화시킬 수 있겠지만, 국정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여당이 민생을 더 우선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여소야대 구도 탓을 하며 내년 총선 전까지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다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본회의장에 등판해 이 대표와 민주당을 직접 압박하는 사태가 연출될지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의 입을 통해 검찰이 확보한 이 대표에 대한 핵심적인 물증이 외부로 밝혀질 수도 있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가 개시될 때 법무부 장관에게 마이크가 돌아간다. 앞서 한 장관은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 요청 발언에서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은 처음”이라며 뇌물 혐의 증거들을 직접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민주당은 피의사실 공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한 장관은 “국회법에 따른 당연한 임무”라며 받아친 바 있다.3.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친명이냐 비명이냐
이 대표 입장에서는 두 개의 전선이 있다. 검찰 수사는 물론 향후 예정된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 내야 한다. 또 내부의 동요를 막아내야 한다. 민주당이 철옹성 같은 단일대오 전선을 유지해야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지킬 수 있다. 만약 이 대표를 향한 리더십에 점점 의구심이 커지고, 차기 총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구심력 대신 원심력이 커진다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분당설과 조기 비상대책위원회 등판설이 그저 설(說)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친명(親이재명)계로 구축된 지도부와 달리 비명(非이재명)계에서 원내대표가 당선된다면 이 대표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원내대표 경선은 예측이 어려운 대표적 선거로 꼽힌다. 의원들이 허허실실(虛虛實實) 전략을 경선 당일까지 펼치기 때문이다. 경선 결과는 예측이 어렵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할 때 현장에는 의원 40여 명이 동행했다. 상당한 숫자지만 뒤집어보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169명의 의원 중 120명이 넘는 의원은 팔짱 끼고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묘한 광경도 포착되고 있다. ‘원조 친명계’로 불리는 측근 그룹 ‘7인회’ 중 정성호, 김영진, 임종성 의원과 이규민 전 의원은 현장을 찾지 않았다. 시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의 임기는 1년이다. 지난해 3월 선출됐기 때문에 오는 3월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반면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 경선은 5월에 치르게 돼있다. 현시점에서 새 원내대표를 언제 뽑을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새 원내대표를 조기 선출하자는 요구가 분출할 여지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측에서 자신의 핵심 측근을 대놓고 원내대표 경선에서 밀어주기보다는 안규백 의원이나 김경협 의원처럼 비명계와 친문(親문재인)계에서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인물들을 설득해 앞세우는 방식을 고민하는 걸로 안다”며 “차기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더 공고해질 수도, 균열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4. 윤석열의 승부수: 법치도 세우고 민생도 잡아야
윤 대통령은 승부사적 기질이 넘친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이미 세 개의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①3월 전당대회(친윤으로 집권여당 재정립) ②법치 구축(이재명 대표·문재인 정부 사법적 심판) ③3대 개혁 성과(노동·연금·교육 개혁) 등이다.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한 후 윤석열 정부의 존재 의미를 ‘법치’와 ‘3대 개혁’으로 세워 차기 총선에서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큰 그림을 그렸지만 작품(목표)을 완성하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남아있다. 세 가지 과제 모두에 상당한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특히 ②번에서 ③번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친윤으로 집권여당을 구축하는 ①번 과제는 여권의 문제지만, 3대 개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야권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1 야당 대표를 향한 수사를 하고 체포동의안을 보내면서 협치를 말하는 것은 민주당 입장에선 어불성설이다. 여권에서는 이에 ‘민주당이 당과 대표를 분리해야 산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고 있지만, 아직 갈라치기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윤 대통령이 법치를 앞세우는 것에도 변수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타이밍’과 ‘민생’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민 절반 정도가 이 대표 수사가 정당하다고 지금은 평가해도, 2023년이 사법 리스크로 뒤덮인다면 어려운 경제 상황에 놓인 민심이 이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1월12일 기자회견에서 계속 경제와 민생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5. 요동칠 국민 여론: 관건은 중도·무당층
이재명의 운명도, 윤석열의 운명도 결국은 민심이 판가름 내줄 수밖에 없다. 우선은 양측의 강성 지지층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를 향한 사법 리스크가 진행될수록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은 점점 결집할 것이고, 그 반작용으로 여권의 지지층도 단단하게 뭉칠 것으로 보인다. 마치 3년 전 조국 사태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재현될 수도 있다. 관건은 중도·무당층이 될 전망이다. 양측의 전통적 지지층이 결집을 마친 후에 결국 민심의 기울기를 정하는 것은 차기 총선의 승패를 결정지을 스윙보터인 중도·무당층이기 때문이다. 팔짱을 끼고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던 이들이 어느 한쪽으로 점점 움직일 때 수면 아래의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해당 진영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배를 띄우는 것도, 뒤집는 것도 결국은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