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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 10명 중 2명 이미 성인질환···전문의들 '식이요법·운동요법·행동수정요법' 제시

 

우리 아이가 비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부모가 많다. 아이는 성인과는 달리 일괄적인 기준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비만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 비만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체질량지수(BMI)에 성별과 연령별 백분위수를 적용한다. 같은 성별, 연령대에서 BMI가 적은 아이부터 순서대로 100명을 한 줄로 세웠을 때 85번째 이상이면 과체중, 95번째 이상이면 비만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아이는 표준 체중 대비 상대 체중을 따져 비만을 판정한다. 

 

이 기준에 따라 비만에 해당하는 아이가 지난해 17.3%다. 한 학급에 30명이라면 5명 이상은 비만인 셈이다. 이는 미국 어린이의 비만율과 비슷한 수치다. 교육부가 3월 공개한 '2017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를 보면, 지난해 비만 학생 비율은 17.3%다. 17.3%에는 경도 비만(8%), 중등도 비만(7%), 고도비만(2%)이 포함된다. 평균이 이렇다는 것이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갈수록 비만율은 높아진다. 초등학생의 비만율은 15.3%이고, 중학생은 16.3%, 고등학생은 21.3%다. 

 

(시사저널)

 

이 수치는 10년 전인 2008년 11.2%에서 매년 증가한 결과다. 최근 5년만 살펴봐도, 15.3%(2013년), 15%(2014년), 15.5%(2015년), 16.5%(2016년)로 증가세다. 

 

아이들의 비만을 걱정하는 이유는 뚱뚱한 아이가 성인이 돼서도 비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비만 청소년의 70~80%는 비만한 성인이 된다. 2006년 대한비만학회는 성장기 비만의 약 68%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진호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에 따르면, 비만 자체로 아이는 자주 피로하거나 호흡 곤란을 느끼는 등 일상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 게다가 비만으로 고혈압·고지혈증·지방간·당뇨와 같은 성인질환이 어릴 때부터 나타난다.  

 

자료: 교육부 (양선영 디자이너)​

 

그 징후는 초·중·고교 학생들의 건강검진 결과에서 볼 수 있다. 비만 학생 중 혈당이 상승한 아이는 초등학생 0.91%, 중학생 0.5%, 고등학생 1.09%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100명 중 1명 정도는 혈당이 오르는 셈이다. 총콜레스테롤 상승은 더 명확하게 관찰된다. 비만 학생 중 총콜레스테롤이 상상하는 초등학생은 27.67%, 중학생은 16.08%, 고등학생은 16.28%다. 간 기능에도 이상이 감지된다. 비만 학생 중 간 기능에 이상이 있는 초등학생은 14.88%, 중학생은 13.54%, 고등학생은 15.25%로 집계됐다. 아이 10명 가운데 남학생은 2명, 여학생은 1명은 총콜레스테롤 상승이나 간기능 이상 등 성인질환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 '성인 인구 2명 중 1명 고도 비만' 경고

통계청이 작성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 보고서에는 "청소년의 체격은 향상되고 있으나 건강 상태에서 비만율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남자 청소년의 비만율은 OECD 평균보다 높다. 2015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남학생 비만율은 2013년 기준 26.4%로 OECD 평균은 24.3%보다 높다. 여학생은 수면 부족과 높은 우울감 경험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소아·청소년 비만 인구가 40년 전보다 10배 증가했다는 영국의 역학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마지드 에짜티 임페리얼보건대학 교수는 "세계 소아·청소년 비만 급증의 원인은 식품 마케팅과 정책의 영향"이라며 "소아비만 증가율 증가 추세가 현재대로라면 2022년에는 세계 소아·청소년의 비만 인구는 저체중 인구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성인 인구 2명 중 1명이 고도 비만 증세로 만성적인 성인 질환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민의 절반 정도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뇌졸중과 같은 성인질환에 노출돼 그야말로 ‘병든 사회’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성장기 아이들의 비만을 바로잡지 못할 경우의 시나리오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성인 비만율은 33.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3.9%)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국내 고도 비만 인구가 2030년에는 지금보다 2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된다. 

 

이쯤 되면 소아·청소년 비만은 단순히 통통한 게 아니라 병이다. WHO도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여러 성인병 위험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사춘기 무렵의 청소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부적응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까지 동반할 수 있다.

 

소아 비만증의 원인은 과다한 음식 섭취, 유전, 사회·경제적 환경요인, 정신적인 장애, 내분비 질환, 운동 부족 등이다. 소아 비만이란 비정상적인 체지방의 증가로 인해 대사장애가 유발된 상태를 말한다.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과 달리 지방조직 세포의 수가 증가해 체중조절이 어려운 특징이 있다.

 

 

10대 비만은 약물·수술보다 식사·운동·행동 교정으로 치료

 

소아·청소년 비만의 치료 목적은 과도하게 축적된 지방 조직을 감소시켜 비만의 합병증(성인질환)을 예방하는 데 있다. 아이들의 비만은 성인과 다른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 아이들은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체중을 줄이면 안 된다는 얘기다. 현재 상태에서 더 체중이 증가하지 않으면 일단 성공이다. 전문의들이 제시하는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법은 식이요법·운동요법·행동수정요법이다. 

 

식이요법 : 무조건 먹는 양 줄이면 성장 발달에 악영향 

 

성인 비만 치료는 일단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나 비만 아동의 식이요법은 칼로리 제한이 아니라 성장에 필요한 양 만큼의 단백질과 비타민을 충분히 먹이면서 탄수화물과 지방을 적게 먹도록 해야 한다. 과도한 육류 섭취는 비만의 위험성을 높이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과 철분이 필요하므로 적정량의 육류 섭취는 권장된다. 단, 육류를 섭취할 때에는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 위주로 선택하고 채소와 함께 섭취한다. 

 

신진대사와 뇌 발육이 왕성해지는 시기이므로 세 끼 식사 외에 영양가 있는 간식으로 영양을 보충해야 한다. 간식을 섭취하되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과 같은 고열량 간식 대신 채소, 과일, 저지방 유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과일에는 섬유소나 비타민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하루 1~2회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과일에도 열량이 있으므로 과도한 섭취는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식이요법에 의한 체중 감량은 서서히 장기간에 걸쳐 시행한다. 아이는 의지가 약하고 인내심이 부족하므로 부모와 가족의 역할지 중요하다. 아이에게만 인내를 강요하고 가족 구성원의 협력이 없으면 치료는 실패한다. 

 

어릴 때 식사 습관이 평생 이어지므로 어릴 때부터 모든 식품을 골고루 먹어 편식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 계속적인 영양교육과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음식과 식품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래야 성인이 되어서도 올바른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 식단에 소홀하기에 십상이다. 이런 가정의 아이는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는다. 이런 경우, 닭가슴살과 채소 등이 들어간 샐러드를 준비해두고 아이들이 소스만 조금 뿌려 먹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부모는 하루 한 끼 정도는 자장면, 냉면, 국수, 라면 등을 먹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이런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국수 한 그릇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므로 아이의 영양 측면에서도, 소아비만을 탈출하는 데도 좋지 않다. 

 

칼슘은 뼈와 치아를 형성하는 영양소이다. 채소로 부족한 칼슘은 새우나 뼈째 먹는 생선, 다시마 등으로 보충하는 것이 좋다. 라면, 피자, 코코아 등 인스턴트식품과 탄산음료에 녹아있는 인산성분은 칼슘을 뼈에서 녹여 소변으로 내보내는 작용을 하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비타민은 칼슘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돕기도 하지만 여러 내장 기관의 발달에도 필요한 성분이다.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으로는 시금치, 당근, 호박, 김, 미역, 다시마, 버섯, 감, 귤, 딸기 등이 있다. 식이섬유는 숙변을 제거하고, 유해물질을 배설하는 효과와 더불어 키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아이들 비만을 위해 조금 적게 먹이자니 키가 크지 않을까 우려된다. 2010년 한국인 영양섭취 기준에 의한 '소아의 영양권장량'을 참고해 아이 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 3~5세는 1400kcal가 권장 칼로리다. 6~8세는 남자 1600kcal, 여자 1500kcal이며 9~11세는 남자 1900kcal, 여자 1700kcal다. 

 

예를 들어 보자. 6~8세 여자아이의 하루 권장 열량은 1500kcal다. 끼니마다 밥은 2/3공기, 어·육류와 채소 반찬을 골고루 섭취한다. 간식으로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한 우유나 유제품을 하루 2번 섭취하고,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을 1~2개 먹는다. 

 

6~8세 여자 세 끼 식단 예(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팀)​​

 

9~11세 남자아이의 하루 권장 열량은 1900kcal다. 끼니마다 밥은 1공기, 어육류와 채소 반찬 골고루 섭취한다. 간식으로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한 우유나 유제품을 하루 2번 섭취하고,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을 1~2개 먹는다. 같은 나이의 여자아이의 하루 권장 열량은 1700kcal다. 밥양만 3/4공기로 줄이면 된다. 

 

9~11세 남자 세 끼 식단 예(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팀)​

 

운동요법 : 부모나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심부름 시키기도 좋은 방법 

 

운동요법은 하루 1시간 정도 꾸준히 하도록 유도한다. 밖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어노는 것만으로 충분한 운동이 된다. 대부분 비만 아이는 또래보다 놀이나 운동에 있어서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하여 열등감을 가지기 쉽다. 우울증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쉽고 즐거운 운동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강도를 조금씩 늘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 처방에 따라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에어로빅 같은 유산소성 운동이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 운동 전후에 당분이 들어있는 음료수를 제한한다. 

 

운동요법을 할 때, 과도한 체중으로 상해 위험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전문 운동처방사의 지도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체내 지방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체내 대사율을 올려 지방 소비를 늘리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아이들은 생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짧은 시간에 간헐적으로 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무조건 운동만 강요하면 운동과 멀어질 수 있고 더 비만해진다. 아이가 지겹지 않도록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운동을 가족 전체가 함께하는 것이 좋다. 수영, 테니스, 배드민턴, 자전거 타기 등이 추천된다. 

 

비만한 아이들은 지방은 많으면서 근육과 골격은 잘 발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운동하면 뼈가 굽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량이 많기 때문에 뼈에 충격을 받아 뼈가 굽어지는 것이다. 복부 지방층이 두꺼울 경우에는 유연성도 떨어진다. 또 격투기 같은 종류의 운동을 하면 근육 조직이 손상될 수 있으며 멍이 잘 든다. 매달리기를 하면 상체의 근력과 근지구력이 약해서 떨어지기 쉬우며 관절에 무리가 가서 부종이 나타나기 쉽다.

 

눕는 습관을 줄이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가까운 거리는 걷는 습관을 기르는 등 몸을 자주 움직이도록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많이 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심부름은 부모를 도울 수 있으면서 아이들이 가족들과 다양하게 소통하고 집안에서도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어서 효과가 높다. 식사 전 식탁에 수저 놓기 등의 간단한 심부름도 자꾸 시키는 것이 좋다.

 

■ ​행동수정요법 : 식사 일기 쓰기 등으로 아이가 생활 통제하도록 유도 

 

행동수정요법은 자신의 잘못된 습관이나 행동을 변화시켜 체중 감량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말한다. 식사일기 쓰기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오늘은 어떤 음식과 간식을 먹었고, 어디를 어떻게 다녔는지를 적는 것이다. 이것이 습관화되면 부모의 지도 없이도 아이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통제할 능력이 생긴다. 

 

이처럼 소아 비만은 스스로 의식하고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규칙적으로 생활하도록 가르친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규칙적인 시간에 식사하는 것도 중요한 생활 습관이다. TV·스마트폰·컴퓨터 게임과 같은 앉아서 하는 활동을 하루 1~2시간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에 대한 칭찬 보상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것보다는 스티커, 책, 전시회 가기, 여가 시간 늘려주기 등의 보상으로 방법을 변경하는 게 좋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훈육할 때 방문을 닫고 얼마 동안 책상에 앉아 반성하도록 하는 것은 아이의 신체활동을 줄이는 일이므로 지양해야 한다. 

 

(도움말=최진호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박영옥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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