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 ‘치료 가능 사망률’ 전국 최고…월 1000만원 준데도 오려는 의사 없어
‘치료 가능 사망률’의 지역별 격차가 최고 3.6배에 달한다. 치료 가능 사망률은 현재 의료기술을 고려할 때 적절한 의료서비스만 제공됐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률을 의미한다. 의료기관이나 의사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2017년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 전국 평균은 50.4명이다. 서울은 44.6명이고, 충북은 58.5명이다. 범위를 좁혀 시·군·구별로 보면, 서울 강남구는 29.6명으로 최저를, 경북 영양군은 107.8명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인구 1만7000여 명이 사는 영양군의 한 의료인은 "제대로 된 병원이 영양엔 1곳뿐이다. 대부분 공보의여서 의사가 부족하다. 월 1000만원에 집을 제공한다고 해도 이곳으로 오려는 의사가 없다. 또 소아나 노인을 위한 의사는 부족한데, 성형외과 의사가 있다. 어쩌다가 사명감이 있는 의사가 영양에 근무하려고 해도 그 가족이 교육·문화·생활에 불편을 느껴 반대한다"며 "이처럼 의사 수나 전문 진료 분야 등에서 도시와 시골의 의료 서비스 격차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에서, 대도시보다 중소도시·농어촌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환자의 비율이 높다. 예컨대,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사망률은 서울이 인구 10만 명 당 28.3명인데 비해 경남은 45.3명이다. 생사를 가르는 중증 의료 분야에서 지역별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또 어린이와 산모,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도 수도권에 몰려있다. 분만 징후를 보이는 산모가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도달하는 시간은 전남이 42.4분으로 서울(3.1분)의 13배나 됐다. 어린이 중증질환 전문병원과 재활 치료 전문기관 등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도 7개 중 3개가 서울에 있다. 장애인은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미충족 의료이용률’이 17.2%로, 전체 인구(8.8%)보다 높다.
의사가 부족한 지역일수록 질병 발생과 사망률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3명), 광주·대전(이상 2.4명), 부산(2.3명) 순이다. 반면 경북(1.3명), 충남(1.4명), 충북·울산(이상 1.5명), 전남·경기·경남(이상 1.6명) 등 대부분 도 단위 지자체는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의사 인력의 지역별 편차가 지역 간 의료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전남은 인구 1000명당 입원환자 수가 서울(155명)의 2.2배인 342명에 달했다. 윤 의원은 “의사를 비롯한 의료 인력의 절대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인력이 수도권과 대형 병원으로 집중되고 있다”며 “인력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10월1일 필수 의료 서비스의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3대 중증 응급환자(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나 분만 등 생명·건강과 직결된 필수의료서비스를 지역 내에서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공공 의료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2022년까지 약 3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복지부는 부족한 지역 공공의료 기반을 다지기 위해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고, 2019년에는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 예산을 84% 증액(977억 원)한다. 또 지역별로 병원 간 이동을 관리하는 전원 네트워크도 만든다. 이를 통해 3대 중증 응급환자가 발병 뒤 응급의료센터 도착시각을 평균 240분에서 180분 이내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3월 전북 남원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설립해 공공보건의료 핵심인력을 양성한다. 이들에겐 학비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고, 의사 면허 취득 이후에는 의료취약지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한다. 또 내년부터 의대생 20명을 선발해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고 일정 기간 의료취약지에 의무복무 시키는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를 부활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번 종합대책을 통해 시도 간 치료 가능 사망률 격차를 2025년 현재의 절반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