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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8 추계학술회의’ 개최하는 손기웅 한국DMZ학회 회장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원장을 지낸 손기웅 한국DMZ학회 회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은 사자성어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이를 통일 분야에 대입시킨다면 ‘내가 김정은 위원장이라면…’ ‘내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면…’이 그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지난해 12월말 통일연구원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그가 “내년(2018년)부터는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이며, 그런 점에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도 역지사지의 관점으로 현안을 들여다봐서다. 

 

이후에도 손 회장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이 방한할 것이라 예견했고 그 또한 정확히 맞혔다. 지난해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을 때 그는 조만간 한반도에 화해 무드가 피어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적중했다.

그가 최근 관심을 기울이는 바는 비무장지대(DMZ)를 항구적이면서 실효성을 갖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유엔(UN·국제연합) 평화대학(University for Peace) 유치를 대안으로 들고나왔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를 유치해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 전사를 길러내야 한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오는 10월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시사저널 후원으로 ‘2018년 한국DMZ학회 추계학술회의’를 여는 손 회장을 10월10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한국DMZ학회 사무실에서 만나 유엔 평화대학에 대해 물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지난해 말 남북, 북·미 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고 예견했다.

“지난해 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서로에게 적대성을 드러낸 것은 전쟁 발발과 전혀 관계가 없는 거라고 봤다. 이는 양쪽 모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의도적 행동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몇몇 일간지에 ‘한반도에 전쟁 위험은 없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김정은의 관심은 뭘까. ‘내가 김정은이라면…’이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난 그게 경제난 해결이라고 본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김정은에게 경제난 해소는 시급해졌다.”

DMZ 개발은 역대 정권마다 논의됐던 바다. 왜 번번이 실패했나.

“이 역시 북한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1970년대 중반부터 DMZ와 관련해 논의됐는데 왜 실패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DMZ 개발이 우리에겐 도움이 되지만 북한엔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DMZ 개발은 한반도 평화의 항구적 통로이기 때문에 더욱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DMZ 평화공원도 마찬가지인가.

“당시 우리 정부 당국이 DMZ 개발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DMZ 평화공원은 국내 정치용에 불과했다. 집권 초기부터 유엔 및 한·미, 한·중, 한·독 정상회담에서 입장을 밝혔지만 4년 동안 아무 진척이 없지 않았나. 대북 강경책 속에서 DMZ를 평화공원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박 대통령이 DMZ에 가서 선언이라도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은 진정성을 가진 정책이었다고 보나.

“개인적으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통일대박론’은 우리 책임을 북한에 떠넘긴 거밖에 없다. 우리는 준비돼 있는데 저쪽(북한)이 안 돼 있어 통일이 어렵다는 논리다.”

유엔 평화대학에 대해 설명해 달라.

“2000년 통일연구원에 있을 때 비무장지대 내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하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썼는데 그때 이 기구를 처음 알았다. 당시엔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하고 난 뒤 평화대학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는데, 결과적으로 녹색기후기금(GCF)은 인천 송도에 세워졌다.”

기획 중인 평화대학은 이전인가, 신설인가.

“신설이다. 현재 중남미 코스타리카 산호세에 1980년에 설립된 유엔 평화대학이 있다. 유엔 헌장에 명시된 대로 평화대학은 인류의 이해와 관용, 평화와 공존의 정신을 촉진하고 인류 평화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을 없애는 게 설립 취지다. 이게 한반도에 세워진다면 어떻겠는가. 취지에 딱 맞는다.”


“김정은, 평화 이미지 얻기 위해 긍정적”

북한이 평화대학 설립에 긍정적일까.

“앞서도 말했지만, 경제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김정은 체제는 오래가지 못한다. 더군다나 평화대학이 세워지려면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엔 상임이사국인 영국·러시아·프랑스도 동의해야 한다.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대외적으로 평화 지도자 이미지를 내세우고 싶다면 김정은은 평화대학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평화대학은 유엔의 경제제재에 해당되지 않아 북한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대안이다.”

구체적인 운영방안에 대해 생각해 봤나.

“설립 기금은 유엔 회원국이 분담하면 된다. 처음에는 2년제 대학원 대학으로 시작하면 어떨까. 이곳에 들어서는 평화대학에선 세계 평화와 관련한 이론과 실무를 배운다. 기숙사를 남북 양측에 세운다면 DMZ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데 더 유리하다. 현재 유엔 회원국이 193개국인데 각국에서 한 명씩만 보낸다고 생각해 봐라. 세계 평화를 만드는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가 평화대학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다. 평화대학에서 가르치는 평화는 사람 간의 평화만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환경의 화해까지 아우른다. 평화대학 설립을 위해선 결국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중국과 미국, 여기에 유엔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종전선언과 동시에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반대로 북한이 평화대학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비핵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어디다 마련하는 게 좋을까.

“환경과 관광 측면을 고려한다면 DMZ 어디든 상관없다. 동해안벨트의 경우 설악산과 금강산, 원산, 백두산을 하나의 관광벨트로 구축할 수 있다. 근처에 양양국제공항이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경의선, 경원선이 지나가는 곳에 세우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덜렁 건물 몇 개만 짓는 것이 아니라 배후지역에 평화예술대학, 평화환경대학을 잇따라 지을 경우 교육·산업지구로서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관계기관과 협의해 봤나.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아 구체적으로 협의해 보지는 않았다. 설립을 위해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김대중 정부는 DMZ 전역을 접경생물권보호지역으로 지정했고, 박근혜 정부는 유엔세계평화공원을 추진했다. DMZ 개발은 이념의 잣대로 규정할 수 없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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