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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와 공모 순자산 격차 100조원대…소액투자자 소외 우려 목소리도 여전

사모펀드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사모펀드 전체 순자산은 이미 2년 전 공모펀드를 넘어섰고, 최근에는 그 격차가 100조원 가까이 벌어졌다. 펀드 시장에서 이른바 ‘대세’가 된 것이다. 펀드 자금 운용이 일반 공모펀드보다 자유로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점이 사모펀드 흥행을 이끈 비결이었다. 여기에 금융 당국이 사모펀드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기로 하면서 사모펀드는 지금보다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선 시장 자체가 사모펀드 위주로 성장하면서, 사모펀드 투자가 쉽지 않은 소액투자자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사모펀드 재간접 공모펀드 확대, 공모펀드 활성화 등 소액투자자를 위한 업계 안팎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9월27일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사모펀드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펀드 시장서 대세된 사모펀드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일반 공모펀드와는 달리 ‘사인(私人) 간 계약’의 형태를 띠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금융 당국의 개입이 덜하고, 공모펀드와 달리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개 최소 투자단위가 1억원 이상으로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사모펀드가 최근 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사모펀드의 순자산은 322조9462억원으로 월말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불특정 다수가 가입할 수 있는 공모펀드(224조8531억원)보다 43.6% 많은 수준이다. 사모펀드 순자산은 2015년 말 200조원에서 2016년 말 250조원, 지난해 말 289조원으로 성장했고 올해 4월말(303조원)에는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공모펀드와 비교하면 사모펀드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공모펀드 전체 순자산은 2015년 말 214조원, 2016년 말 212조원, 지난해 말 218조원으로 규모가 크게 늘지 않았다. 2015년만 하더라도 공모펀드가 사모펀드보다 순자산이 많았지만, 이듬해 사모펀드에 순자산 규모가 역전됐다. 펀드 수에서도 공모펀드는 지난달 말 4162개로 사모펀드 9781개에 크게 못 미쳤다.

이처럼 사모펀드가 펀드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배경 중 하나로 펀드 운용이 공모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꼽힌다. 공모펀드의 경우 동일 주식 종목에 자산의 10% 이상 투자할 수 없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한 종목에 100%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게다가 공모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에 치우친 데 반해 사모펀드는 부동산·특별자산 등의 비중이 높고 다양하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투자 선택지가 많아지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월말 기준 사모펀드는 전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주식형 펀드(17조원) 비중이 5.3%에 그쳤다. 공모펀드의 경우 주식형 펀드 비중이 29.8% 수준이었다. 반대로 부동산 펀드 비중은 사모펀드가 21.8%, 공모펀드가 1.0%로 압도적으로 사모펀드가 높았다. 선박과 유전, 예술품 등에 투자하는 특별자산 펀드 비중 역시 사모펀드가 19.8%로 공모펀드 1.2%에 비해 비중이 크게 높았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경우 소수의 투자자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운용에 있어 자유롭고 목표 지향적인 측면이 크다. 이에 따라 특별자산이나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다양한 전략으로 일종의 게릴라처럼 투자가 가능하다”며 “반면 공모펀드의 경우 금융감독원에 등록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또 환매 시기가 정해진 폐쇄형일 경우 유동성 공급을 위해 주식시장에 상장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아 특별자산이나 부동산 펀드로 꾸려 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규제 풀리면 사모와 공모 격차 커질 듯

사모펀드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사모펀드 규제를 푸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까닭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월27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사모펀드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대표적인 모험자본인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수단을 제공하고 혁신기업에 대한 성장자본 공급, 기업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편, 선제적 기업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나온 사모펀드 개편 방향에 따르면, 우선 경영 참여형(PEF)과 전문 투자형(헤지펀드)으로 이원화된 사모펀드 운용규제가 폐지된다. 현행 기준으로 사모펀드는 경영 참여형과 전문 투자형 두 종류로 나뉜다.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는 ▲기업 지분 10% 이상 확보 ▲6개월 이상 보유 ▲대출 금지 등 규정을 지켜야 한다.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는 10% 이상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의결권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구분과 규제가 없어질 경우 사모펀드 자율성이 높아지고 다양한 사모펀드 활동이 뒤따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금융위는 사모펀드 투자자 제한 인원을 49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안도 제시했다. 다만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이라면 제한 인원은 지금과 같은 49인 이하로 유지된다. 전문 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 확대를 높이려는 의도로, 이 역시 사모펀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규제 완화로 풀이된다. 게다가 금융위는 기관 자금만 끌어모을 수 있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금융위는 올해 중으로 사모펀드 규제 체계 개선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모펀드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편으론 일반 소액투자자들이 펀드 시장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 성장으로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여건은 나아지고 있는 반면, 공모펀드 시장 위축으로 소액투자자들의 투자 여건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일반 소액투자자들의 투자 선택 폭도 넓힐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 소액투자자들도 사모펀드와 같이 다양한 전략을 통한 투자 수요가 있다. 최근 나오고 있는 사모펀드 재간접 공모펀드가 지금보다도 더 다양해지고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질 필요는 있다”며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공모펀드가 더욱 활성화돼야 하는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무분별하게 규제를 풀기보다는 운용사들이 좋은 공모펀드 상품을 만들게끔 유인책을 쓰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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